"작품을 발표할 충분한 공간과 장비 대여 매칭, 평론 지원, 기획자 매칭이 뒷받침되면 좋겠어요."

"공공성을 띤 지원뿐만 아니라 청년예술인을 전국에 알리고 자생력을 키워 주는 방식의 도움이 필요해요."

"기획자에게도 기획비와 활동비가 충분하고 정당하게 책정되길 바랍니다."

"행정을 간소하게 하거나 서류를 처리할 때 좀 더 직접 도움을 받으면 좋겠어요."

"청년예술인들이 자생 가능한 생태계를 만듦과 동시에 공연계가 발전하려면 질 높은 공연에 값을 지불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합니다."

"한 번으로 끝나는 지원을 여러 개 하기보다는 예술가에게 필요한 생계 지원을 했으면 해요."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 남짓한 기간에 만난 인천 청년예술인들의 바람이 담긴 일성이다.

청년예술인 8명은 지역에서 활동하며 느낀 지속가능한 성장 방안을 동료와 후배 예술인, 인천예술계를 위해 아낌없이 털어놨다.

예술 분야와 활동 기간, 지향점은 모두 달랐지만 인천 문화예술이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곳을 향했다. 또 청년예술인들은 이 바람들이 실현되려면 행정과 협력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예술인들과 지원기관이 ‘너의 일’과 ‘나의 일’을 나누지 않고 한마음으로 걸어가기를 바랐다.

그래서 ‘청년, 예술하다’ 마지막은 예술인들 파트너이자 든든한 조력자를 만났다. 인천문화재단 예술지원본부 청년문화팀 이해승(27)·송여준(25)·송소민(24)주임이 그 주인공이다.

인천문화재단 청년문화팀 송여준, 이해승, 송소민(왼쪽부터) 주임이 지난 6일 인천시 중구 미추홀문화회관에서 자신들이 기획한 청년문화사업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문화재단 청년문화팀 송여준, 이해승, 송소민(왼쪽부터) 주임이 지난 6일 인천시 중구 미추홀문화회관에서 자신들이 기획한 청년문화사업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청년문화팀을 소개해 달라.

▶인천 청년 창작자와 예술가를 지원하는 사업을 한다. ‘인천청년문화창작소 시작공간 일부’ 운영과 청년문화 활성 사업이 간판 격이다. 청년예술가, 넓게 보면 기획자들, 활동가들,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문화사업을 진행 중이다.

-재단에 입사하자 마자 청년문화팀에 배치됐다고 안다. 청년 당사자로서 청년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은 소감이 남다를 텐데.

▶이해승=인터뷰를 하기 하루 전날 입사 1년이 됐다. 아무래도 시작하는 단계의 청년들과 함께 성장한다는 사실이 뜻깊게 느껴진다.

▶송여준=청년문화팀은 새로운 일이 많아서 좋다. 원래 하던 사업들보다 좀 더 신선하고 재기발랄하다. 일을 하면서도 재미가 있다.

▶송소민=재단 사업들 중 가장 유하다고 하는 사업들을 팀에서 한다. 단순 지원사업을 넘어 기획하고 지원하는 사업이 많다. 그렇다 보니 한 명의 문화기획자로서 업무를 한다는 부분이 좋다.

-지역 문화예술 활성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이 일을 시작한 계기는.

▶이해승=음악을 전공했고 어쿠스틱 쪽으로 세션을 많이 했다. 어느 날 기획하시는 분들이 "너가 기획을 하면 잘하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이후 실제 행사 기획이나 문화재단 사업, 다양한 지자체 사업을 해 봤는데 정말 잘 맞았다. 예술인이었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예술인들의 마음을 안다. 시작할 때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민원이 들어오면 최대한 더 자세히 알려 주려 한다.

▶송여준=클래식 음악을 전공했는데, 친구들이 전공을 잘 살리지 않는 이유를 고민했다. 전공을 살려 성공하기도 어렵고 돈을 벌기도 어려운 환경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청년들을 지원하면서 이런 어려운 점들을 보완해 나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쪽 길을 선택했다.

▶송소민=학창시절 취미로 가야금을 하면서 한국 전통문화에 관심을 가졌고, 문화행정에도 관심이 갔다. 문화재단은 문화사업을 기획하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입사를 결심했다.

더구나 청년문화창작소 사업은 기획사업이 굉장히 많다. 또 인천에서 나고 자라면서 지역문화 활성을 위해 일하면 보람을 많이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천문화재단 청년문화팀 직원들이 기획한 청년문화사업 포스터.
인천문화재단 청년문화팀 직원들이 기획한 청년문화사업 포스터.

-청년문화팀에서 다양한 지원사업을 진행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은.

▶이해승=‘한 달 레지던시’다. 청년 창작자들이 바쁜 도시에서 지내다가 느릿느릿한 강화도에서 한 달 또 나흘 동안 지내는 사업이다. 날마다 일기를 쓰고 회고하는 자리에서 창작자들이 발현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농촌 체험을 하고 바닷길을 걸으면서 자연소리를 채집해 노래를 만들고, 플로깅도 하고, 그런 과정들이 힘들었지만 기억에 남는다.

▶송여준=지금 진행 중인 ‘항해일지’다. 이 사업은 청년 창작자들이 낸 출판 기록물을 아카이빙하고 여러 곳에서 전시하는 내용이다. 아무래도 청년 중 문학 출판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다. 이런 사업으로 출판 분야를 전문 지원하는 데 의미를 느낀다. 또 청년들이 만든 책이 특이하고 재미가 있다. 그런 책을 보면 청년들이 하는 활동이 잘 보여서 좋다.

▶송소민=‘청년 동네 탐구생활’이라는 사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역을 기반으로 탐구하고 리서치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청년들한테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과정 중심 사업인데 그 취지에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결과물을 내기보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또 인천지역을 기반으로 탐구 프로젝트 활동을 하다 보니 저도 인천을 다시 한번 더 넓게 보는 계기가 됐다.

-사업을 기획하고 지원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겠다. 힘든 점이 있다면.

▶이해승=공지사항을 잘 읽어 보지 않고 여러 차례 전화를 하면 곤란하기도 하다. 홈페이지에 잘 안내한다고 했는데 같은 내용을 물어보는 일이 잦다.

▶송여준=담당자 한 명이 맡은 사업이 상당히 많다. 여러 사업을 동시에 챙겨야 하니 하나하나 꼼꼼하게 들여다보기 어려워 아쉬움이 남는다

▶송소민=좀 더 신경 쓰고 잘 하고 싶은 사업이 있어도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여력이 안 되는 점이 아쉽다. 설명을 하다가 다른 일을 못 챙기는 경우도 적지 않아 이해승 주임의 말에도 공감한다.

-‘인천청년문화창작소 시작공간 일부’를 소개한다면.

▶‘청년 예술가들의 시작을 응원하는 공간’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청년이나 청년 창작자 기획자들을 위해 운영하는 공유 공간이다.

대관은 하지 않고 필요한 사람들이 와서 자유롭게 쓰는 시스템이다. ‘청년 문화예술의 판을 만든다’는 느낌으로 행사를 진행하고 공유오피스로 사용하는 ‘공유판’과 아카이빙 공간인 ‘나침판’, 공연 연습이나 안무 연습, 강의 진행을 하는 ‘블랙홀’로 구성했다.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공간 활성을 추진한다. 이곳이 많은 청년예술가들의 거점 공간이 되길 바란다.

인천문화재단 청년문화팀 송여준, 이해승, 송소민(왼쪽부터) 주임이 지난 6일 인천시 중구 미추홀문화회관에서 자신들이 기획한 청년문화사업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문화재단 청년문화팀 송여준, 이해승, 송소민(왼쪽부터) 주임이 지난 6일 인천시 중구 미추홀문화회관에서 자신들이 기획한 청년문화사업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지역 청년예술인들을 위해 앞으로 마련됐으면 하는 정책은.

▶이해승=데이터가 더욱 명확했으면 좋겠다. 인천 청년 수에 견줘 청년예술인이 몇 명이고 분야·현황은 어떤지를 아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인천에 예술인 1만 명이 활동한다면 그 중 8천 명은 음악을 하고, 2천 명은 시각을 한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파악됐으면 한다. 예술인이 포털에 직접 등록을 해서 집계하는 방법도 있겠다.

▶송여준=청년들이 인천에서 활동을 잘 하려면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이 상당히 중요하다. 지원기관이나 다른 예술가들과 더 많이 만나고 네트워킹을 활발히 하도록 독려하는 분위기가 됐으면 한다.

▶송소민=송여준 주임 말에 공감한다. 청년들과 라운드테이블을 운영하다가 네트워킹을 돕는 앱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있었다. 숨은고수 앱처럼 시각예술가가 협업할 음악예술가를 찾을 때 서로 연결하는 앱이 있으면 어떨까. 관계를 손쉽게 쌓는 플랫폼을 만들기가 쉽지 않으니 정책으로 고민을 해 봤으면 한다. 

-앞으로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할 일이 많겠다. 각자 바라는 바가 있다면.

▶이해승=‘지역을 떠나지 않는 문화도시’를 만들고 싶다. 김해에서 태어나 음악을 하면서 지역을 떠나는 문화예술인들을 많이 봤다. 살던 곳에서 문화행사를 하기가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떠나지 않는 도시가 될까 고민하면서 일을 해 나간다.

▶송여준=저희도 청년이고 지금 함께하시는 예술인들도 청년이다. 재단에서 계속 근무하면서 청년이 중진이 되고, 중진이 원로가 될 텐데 그 과정에서 함께 가는 분들이 남았으면 좋겠다. 또 나중에 함께 성장했을 때 저를 찾는 예술가들이 있다면 감사한 일이다.

▶송소민=어떻게 보면 재단은 공공 영역에서 지역 사람들을 대상으로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을 한다. 저는 그 점에서 가장 보람을 느끼고, 앞으로 나이가 들더라도 이 일을 지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재단 가치처럼 ‘예술이 생동하는 인천’이 되면 굉장히 뿌듯하겠다. 제가 사는 지역이 인천이기도 하니까 큰 포부를 가져 본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사진=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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