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애 인천지방법원 조정위원
김미애 인천지방법원 조정위원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지고 일교차가 커져서 직원들과 옷차림에 대한 담소를 나누고 있었던 어느 날 아침,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남편이 죽은 지 1년이 다 돼 가는데 작은아들이 지금 여기 없어서 아직도 정리가 안 되고 있다며, 자신도 수술해야 해서 한 달 후 병원에 입원해야 하기에 그 전에 꼭 정리하고 싶다고 하면서 울먹이기까지 하시며 도와 달라고 하셨습니다.

통화만으로는 사건 파악이 안 돼 몇 가지 질문을 해 보니, 갑은 2021년 초 사망했고 상속인으로는 배우자 을과 자녀 셋(병, 정, 무)이 있는데, 자녀 중 정이 2010년께 미국 텍사스에 가서 아직 시민권은 못 받고 영주권은 있다고 했습니다. 현재 을이 사는 건물을 상속인 중 큰아들인 병 명의로 하기로 협의했다면서 필요한 서류를 문의하는데, 문제는 재외국민인 정의 서류를 한 달 이내에 준비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위해서는 피상속인(망자)의 제적등본,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입양관계증명서,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 말소자 주민등록초본이 필요하고 상속인 각자의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배우자만), 주민등록초본, 인감증명서가 필요합니다. 이 서류들은 모두 일반이 아닌 상세로 발급해야 하고, 신청일 기준으로 3개월 이내여야 합니다. 

이 서류 중 가장 문의가 많은 것은 제적등본인데, 제적등본이란 호주제가 폐지되면서 호적부가 말소돼 제적부로 옮겨진 후 관련 기재된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발급되는 서류로서 2007년 12월 31일 호적법을 폐지한 이전에 발생한 가족관계 변동 사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과거의 호주제가 양성평등의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2005년 헌법재판소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함에 따라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2008년 1월 1일 시행돼 가족관계등록부가 2007년 이전의 호적을 대신해 사용하게 됐고, 이 가족관계등록부는 개인별로 작성된 반면 종전의 호적은 호주 중심의 가족 단위로 작성돼 있었습니다.

상속인을 증명하기 위한 제적등본은 사망한 피상속인이 출생한 시기부터 2008년까지의 모든 제적등본을 발급받아야만 하는데, 그 이유는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상속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제적등본은 호주별로 작성돼 있기 때문에 위 사안을 예로 들면, 갑이 출생 시(1939년생) 호주가 갑의 조부라면 조부가 호주인 제적등본부터 갑의 조부의 사망으로 장남인 갑의 아버지가 호주승계한 제적등본 및 갑이 혼인으로 분가해 호주가 된 제적등본이 있고, 그 외에 전적이나 멸실 우려에 따른 이기 및 전산화로 인한 이기 등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적어도 네 종류의 제적등본을 발급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동사무소 직원도 전산에 올라온 사항만을 보고 발급해 주기 때문에 전산화 과정에서 빠진 제적등본을 없다고 하기도 하고, 전쟁이나 화재 등으로 멸실된 제적등본이 있기도 해 상속인들이 제적등본을 발급받는 데 곤란을 겪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제적등본의 표제부나 앞부분을 자세히 읽어 보면(수기로 된 한자여서 잉크가 번지기도 하고 복사나 사진이 흐릿한 경우도 있음) 그 연결 과정을 알 수 있습니다.

위 사안의 경우 갑의 제적등본은 네 종류였고, 그 조부 이전의 호적은 화재로 멸실됐음이 기재돼 있었습니다. 또한 미합중국 텍사스 영주권자인 정에 대한 서류는 메일을 통해 상속협의분할서를 보내어 그 하단에 정이 서명해 아포스티유를 발급받고 여권과 운전면허증, 영주권 사본 등을 3주 이내에 우편으로 받을 수 있었기에 다행히 을의 요청대로 1개월 이내에 상속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를 접수시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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