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에서의 마지막 날, 우리 일행은 약 80㎞ 거리에 있는 수풍발전소로 향했다. 몇 년 전 이곳을 방문했을 때와는 달리 깔끔하게 포장된 도로를 달리는 내내 펼쳐진 압록강변에는 연어와 잉어 등을 기르는 ‘가두리양식장’이 이루 다 셀 수조차 없을 만큼 조성돼 있었다. 마치 우리의 일부지역에 꼼꼼하게 들어차 있는 태양판을 바라보는 것처럼, 수심이 웬만큼 깊은 곳에서는 예외없이 설치돼 있는 중국 측 지역의 양식장과는 달리 북측 지역은 거의 자연 그대로 보존돼 있어 큰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발전량의 20% 정도만을 북한에 송전(送電)...
중국의 단둥시와 북한의 신의주시 사이를 흐르는 압록강의 강물 색깔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나, 양국 강변의 모습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이른바 ‘중조우의교’의 중국측 지역에서는 알록달록한 색상의 옷과 모자, 선글라스를 쓰고 관광을 하는 사람들이 하루 종일 붐볐으나, 북측 지역에서는 거무튀튀한 색상의 남루한 옷차림을 한 인부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힘겹게 모래와 석탄을 하역하거나, 그물로 고기를 잡는 모습만이 보였을 뿐이었다. 특히 이런 모습은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면서 너무나도 대조적으로 연출됐는데, 중국측 지역에서는 다양한 음악에 ...
인천공항을 떠나 1시간40여 분 만에 도착한 선양공항은 과거 이곳을 방문했을 때와는 달리 매우 쾌적하고 산뜻한 분위기를 자랑하고 있었으며, 미리 예약한 렌터카로 단둥을 향하는 고속도로의 차안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예전의 무언가 척박하기만 한, 그런 것과는 크게 달라 보였다. 특히 우리와는 달리 200여㎞에 달하는 고속도로에 자리잡은 ‘휴게소’의 숫자가 예전의 1∼2곳에서 지금은 그 2배 수준 이상으로 크게 늘어나 있었고, ‘위생실’도 매우 깨끗해져 있었다. 2시간 남짓을 달려 도착한 단둥은 내가 방문했던 2년 전과는 달리 매우 ...
한반도의 주변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전쟁위기설’이 공공연하게 제기됐던 한반도 정황은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정도로 주요 언론이 ‘토픽’으로 보도하고 있으며, ‘동양의 조그마한 반도(半島)’가 아니라 ‘국제정치의 핵심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반도 주변4국인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은 전세계에서 정치-경제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대국’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 역시 세계 10대 경제선진국으로 위력(?)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핵과 중장거리 미사일 발...
싱가포르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에 역사적인 정상회담이 이뤄진 지도 40여 일이 경과하고 있다. 이 기간 평양과 판문점 등에서는 양국 정상이 합의한 여러 가지 사항을 이행하고 실천하기 위한 여러 회담이 잇따라 열렸다.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의 평양을 직접 방문해 김영철 부위원장과 3차례의 고위급회담을 가졌으며, 미국의 ‘성 김’ 필리핀 대사를 중심으로 한 대표단은 판문점에서 북한의 외무성 부상인 최선희를 중심으로 한 대표단과 여러 차례 실무회담을 가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북한의 장성급 대...
‘4·27판문점선언과 6·12미북정상회담 공동성명’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정세는 과거 어느 때보다 매우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들 선언과 공동성명을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남북한 간, 미국과 북한 간의 실무회담이 판문점에서 잇따라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이 북한을 방문해 남북통일 농구경기대회를 여는가 하면, 통일전선부장 김영철을 만나 북한의 비핵화에 관련된 문제를 논의했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움직임은 실로 오랜만에 이뤄지는 역동적인 모습으로, 한...
지난해까지만 해도 꽁꽁 얼어붙었던 동토(凍土)의 땅이었던 한반도에는 해를 넘기면서 과거에는 미처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의 급격한 변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바야흐로 정치체제와 이념의 차이를 뛰어넘어 전세계 국가들이 ‘자국(自國)의 실익(實益) 확보’라는 목표를 향해 교류하고 협력하는 ‘유무상통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 지구상에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고도(孤島)’로 간주됐던 북한에서 제3대 절대권력 세습자로 자리를 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 7년차 만에 국제무대에 등장한 것은 실로 놀라울 만한 ...
지난 12일 미국과 북한의 양 정상간에 이뤄진 첫 만남과 이를 통해 전세계에 공표된 4개항의 ‘공동성명’은 날이 갈수록 일파만파로 그 영향력이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센토사선언’으로 명명(命名)된 이 공동성명 내용은 "새로운 미국과 북한 간의 관계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 수습 및 송환" 등이다. 이 선언은 당초 기대했던 바와 같이 ‘종전(終戰)선언’을 도출하거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CVID) 북한의 핵폐기"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기기는 했지만, ...
지금 지구촌 유일의 냉전지역이라 할 수 있는 동북아시아의 한반도가 마치 ‘뜨거운 감자’처럼 전세계 모든 국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불과 5개월여 전인 작년까지만 해도 ‘미국의 군사적 옵션 검토’ 등으로 전쟁위기설까지 제기됐던 한반도가 ‘언제 그랬느냐’ 하는 식으로 금년 초부터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분단 이래 지금까지 미국에 대해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백년숙적(百年宿敵)’이라 단정하면서 극도의 적개심을 나타냈던 북한이 미국과 적대관계 종식을 위한 공식회담을 오는 12일에 열기로 합의했...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역사적인 북한과 미국 간의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에는 현재 활발한 사전 접촉이 진행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단연 핵심의제가 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문제를 두고 여러 가지 주목할 만한 발언과 조치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김정은 위원장이 그동안 억류해 왔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석방하고,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 중단을 선언한 것 등에 대해 ‘선의의 신호’라 호평(好評)하면서 "북한과의 회담에서 검증가능한 비핵화와 ...
전 세계 3천여 명의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렸던 지난달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렸던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가 이제 더 이상 분단의 상징지역이자 냉전의 잔재가 남아 있는 대결의 지역이 아니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상회담이 열린 지 만 1주일이 가까워오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유수의 언론들은 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서로 만면에 웃음을 띠고 손을 맞잡은 모습에 큰 관심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언론들은 양 정상이 판문점의 군사분계선에서 서로 악수를 하면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도...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1주일 여 남겨둔 지금, 판문점에 있는 남측의 ‘평화의 집’과 북측의 ‘통일각’에서는 남북 양측 간 통신 및 의전, 경호, 보도 등과 관련한 실무회담이 잇따라 열리고 있다. 바로 이런 가운데 지난 14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명령에 따라 이뤄진 시리아의 주요 화학무기시설에 관한 폭격문제가 일파만파로 큰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을 각각 10여 일과 1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그야말로 전광석화같이 이뤄진 시리아에 대한 미사일 공격은 반인륜적 전쟁범죄인 시리아 정부의...
북한선수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참가로 그 첫발을 뗀 한반도의 정세변화 움직임은 남북이 서로 특사를 교환하는 가운데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을 정도로 달라지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북한의 대규모 예술단과 응원단 및 태권도시범단이 서울에 파견돼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고, 뒤이어 미국과 북한 간의 5월 중 정상회담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절대권력 승계 7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비공식으로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이와 동시에 우...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쟁위기설’이 공공연하게 제기될 정도로 극도의 긴장과 위기상황을 보였던 한반도의 정세가 지금은 매우 발빠르게 우호적이고 고무적인 상황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4월 말에는 분단사상 처음으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으로 있고, 또 5월 중에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 간에 역사적인 정상회담도 열릴 예정으로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역사적인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넘어야 할 산(山)이 너무나 많고, 또 높기 때문’에 섣부른 낙관만을 하기는 어렵다. 이 중에서 ...
지난 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을 대표로 하는 우리나라 대북특사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등과 합의한 ‘언론발표문’이 연일 내외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대표단은 1박 2일의 매우 짧은 일정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과 4시간이 넘는 긴 만찬 과정을 통해 제3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와 북한의 비핵화에 관한 괄목할 만한 합의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오는 4월 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그 이전에 군사적 긴장완화 협의를 위한 정상간 ‘핫라인...
지금 강원도 평창과 강릉 등지에서는 전 세계 90여 개국의 대표선수 약 3천 명이 대거 참가한 가운데 동계올림픽이 한창 진행되고 있으며, 북한의 선수들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이른바 ‘와일드 카드’를 받아 뒤늦게 이 대회에 참석함으로써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북한의 헌법상 국가수반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남과 김정은의 특사인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김여정,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리선근 등 고위급 대표단과 예술단, 응원단 등이 대거 우리나라를 방문해 실로 모처럼 만에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국...
평창 동계올림픽을 1주일 앞둔 지금, 남북한 간에는 예전과 다르게 각 부문에서 교류와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미 ‘남북단일팀’으로 출전이 확정된 여자아이스하키팀은 전지훈련을 벌이고 있고, 북한의 마식령스키장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북측의 대표단과 임원진, 예술단과 응원단들이 겨울철 올림픽행사를 앞두고 우리나라를 방문해 활동할 구체적 계획까지 짜놓고 있다. 물론 이런 와중에서도 북측 예술단 단장인 현송월이 방남(訪南) 일정을 돌연 하루 연기했는가 하면, 우리 ‘언론의 보도 내용’을 트집잡아...
지난 9일의 남북 고위급회담 합의에 따라 지금 판문점 ‘평화의 집’과 ‘통일각’에서는 북측 대표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문제 등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각종 실무회담이 순차적으로 열리고 있다. 이 때문에 한동안 겨울잠을 자던 곰이 새봄을 맞이해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는 것처럼 이를 지켜보는 우리 모두는 분홍빛 기대와 희망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희망의 한가운데에는 북한이 과연 우리와 합의한 대로 진정성을 갖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사항들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실천할 것인가에 관한 의구심이 자리잡고 있다. 왜냐하면, 북한...
북한의 조선중앙TV를 비롯해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방송 등 전 방송매체는 지난 1일 9시 30분부터 약 30분간 김정은의 2018년도 육성 신년사를 발표했다.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지난 2017년도를 "자력자강의 동력으로 사회주의강국 건설사에 불멸의 이정표를 세운 영웅적 투쟁과 위대한 승리의 해"로 평가했다. 또한 새롭게 맞이한 2018년도를 "혁명적인 총공세로 사회주의 강국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새로운 승리를 쟁취하는 해"로 설정했다. 특히 대내면에서는 사회주의 정권 창건 70돌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정치, 경제사회, 군사 등 ...
2017년도의 남북한 관계는 지난 5월 헌정(憲政) 사상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됨에 따라 ‘어떤 극적인 돌파구를 맞이할 것’이라는 내외의 기대와는 달리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소강상태에 빠진 교착국면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즉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고, 혹시(或是)나가 역시(亦是)나가 되는 그런 국면’을 벗어나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 그런 상황에 머무르게 됐다고 총평(總評)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 우리의 통일-대북정책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지향하는 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