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이익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불공정을 싫어하는 점이다. 특히 민족과 국가보다는 개인과 가족을 중시하는 것은 MZ세대만의 특징은 아니지만 다른 세대보다 강한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이들이 생각하는 한반도 정세 변화와 남북한 평화는 무엇일까.

인천연구원이 2020년 인천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평화·통일 인식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비단 MZ세대뿐 아니라 시민 모두가 한반도 정세 변화에 관심을 갖고 남북한 평화 및 세계 평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시민 평화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남북관계 변화 인식 ▶한반도 비핵화 전망 ▶남북교류사업 인지도 ▶통일환경 조성사업 인지도 등에 대해 조사했으며, 남북관계 변화 및 교류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잘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평화도시를 위해 적극적인 평화 인식과 교육이 필요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인천평화학교 투시도.
인천평화학교 투시도.

# 인천은 역사적·지리적 평화교육의 요지

인천시교육청은 평화·공존의 허브(Hub) 도시로서 인천의 위상을 정립하는 평화교육 및 동아시아 시민교육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미래 평화도시로 발전하고자 하는 시의 비전과 시교육청이 추구하는 ‘학생들이 미래 평화시민으로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평화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천은 자라나는 학생들은 물론 시민들에게 서해평화수역과 한강하구 중립수역에 위치한 역사적·지리적 특색을 살린 평화교육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증대하고 있다.

강화군과 옹진군은 해상 북방한계선(NLL)과 인접해 ‘접경지역 특별법’상 접경지역에 해당한다. 서해북방한계선은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소연평도 등 서해 5도와 강화군 교동도, 북한 황해도 사이 해상에 위치해 있다.

역사적으로 인천은 여몽항쟁을 비롯해 임진왜란, 병자호란, 병인양요, 신미양요 등 한반도에서 일어난 대규모 전쟁의 중심지역이다.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한국이 평화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인천은 세 차례에 걸친 남북 교전(1999년, 2002년, 2009년)과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사건을 비롯해 북한 경비정과 선박이 수십 차례 NLL을 월선하거나 남북한 함전 간 교전이 이뤄졌던 흔적이 남아 있다.

인천의 서해5도 지역은 아직도 남북 간 군사적 충돌 위험이 가장 큰 지역 중 하나인 것이 분명하다.

인천시의회 관계자들이 평화학교 설립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인천시의회 관계자들이 평화학교 설립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 강화지역 특색을 반영한 평화·생태교육의 중심 교육기관 기대

인천시교육청은 ‘평화·공존 교육을 위한 (가칭)인천평화학교(평화학교) 설립’을 결정하고 황해도 연백군과 인접한 강화도 교동도의 폐교를 활용한 평화학교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동도는 학생과 시민들에게 평화와 통일교육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최적지로 꼽힌다. 지금은 북녘인 연백군은 교동에서 2.5㎞ 남짓 떨어져 있다. 물이 빠지면 헤엄쳐 오갈 수도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망원경으로 바라보면 북한 땅이 한눈에 들어오고 맑은 날에는 개성 송악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한국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바다 건너 연백은 38선 이남의 남쪽 땅이었다. 전쟁이 터지자 자연스레 연백에 살던 주민 1만여 명이 잠시 몸을 피해 교동으로 넘어왔다. 종전 후 70년 넘도록 가 보지 못하는 실향의 한이 서린 곳이 되고 말았다.

시교육청은 분단 1세대부터 3세대까지 거주하고 평화와 통일에 높은 관심과 열망을 가진 지역주민들을 인천평화학교 평화교육 인력풀로 참여하도록 하는 지역 밀착 교육기관을 구상하고 있다. 깨끗한 교동 주변 바다와 갯벌을 이용한 생태체험교육 프로그램도 추진할 방침이다.

# 인천시민과 소통하며 채워 가는 (가칭)인천평화학교

인천시교육청은 기본설계 단계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자 설립추진위원회와 기본설계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교동도 주민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설립추진위원회를 개최해 평화학교의 설계 방향을 논의했다.

인천평화도시조성위원회 김의중 위원장 등 20명의 평화교육 전문가와 실무자로 구성된 설립추진위원회는 평화학교 설계 및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방향 등 설립 현안을 집중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평화학교로 활용되는 폐교 ‘난정초’.
평화학교로 활용되는 폐교 ‘난정초’.

시교육청은 지난 2월 평화학교 설계 용역을 발주했으며 현재 기본 설계(안)이 마무리 단계다.

평화학교는 총면적 4천12㎡로 지상 2층 교육동, 지상 3층 생활동으로 구성된다. 1일 최대 130명 숙박이 가능한 생활동은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디자인으로 설계됐다.

폐교된 난정초 본관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교육동은 평화교육을 위한 체험 및 교육공간으로 활용한다. 교육동 1층은 야외 정원과 연계해 평화교육을 위한 전시공간으로 꾸려진다. 

3개 전시관은 시와 함께 인천의 특색을 반영한 평화·공존 교육 전시관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1개 전시관은 시교육청과 지역주민들이 공동으로 난정리 및 난정초의 역사를 담은 ‘난정관’으로 만들 예정이다. 기존의 급식실은 북카페로 리모델링해 지역주민과 함께 사용하게 된다.

지난 6월에는 건축 전문가와 청소년수련시설 운영 담당자 등이 함께 하는 기본설계자문위원회에서 평화학교 기본설계(안)에 대한 개선 방안 협의가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이용자 동선을 고려한 효율적인 공간 설계 방안을 제안했다.

이 외에도 생활동에 교육과 회의를 위한 세미나실과 다목적 강당의 추가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시교육청은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평화학교의 기본설계(안)을 수정한 후 실시설계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교육청은 평화학교가 지역과 상생하는 교육기관이 되기 위한 주민설명회를 지속적으로 갖고 있다. 최근에도 주민들에게 평화학교 설립 추진 및 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평화학교 운영에 대한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설명회에는 농번기임에도 불구하고 30여 명의 교동도 주민과 난정초 동문이 참석해 평화학교 설립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시교육청은 이달부터 지역의 이름을 상징하는 내용과 평화체험 교육기관으로서의 의미를 내포하는 평화학교의 이름을 찾고 있다. 인천시민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박승준 기자 sjpark@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