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부터 2004년생까지를 아우르는 MZ세대는 청년기본법상 만 19∼34세의 ‘청년’들이 주도하고 있다. 우리는 인생에서 한창 젊고 힘이 넘치는 나이나 시절을 ‘청춘(靑春)’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푸를 청’에 ‘봄 춘’ 글자 그대로 인생의 봄을 만끽하고 있을까? 

본보는 창간 33주년을 맞아 1988년생 양윤식(33)씨와 ‘청년들의 삶’과 ‘MZ세대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직업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양 씨는 현재 의정부에 거주하며 ‘의정부시 청년협의체’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33살 직업상담사 양윤식 씨
33살 직업상담사 양윤식 씨

# 나 혼자만 힘든 게 아닌 세상… 남에게 이바지하는 삶을 위해

양 씨는 의정부시가 현실적인 청년정책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지난해 처음 발족한 ‘청년협의체’ 위원이다. 교육홍보분과, 일자리(취·창업)분과, 문화예술분과, 주거복지분과 등 4개 분과 중 주거복지분과에서 활동 중이다. 그는 청년협의체에 들어간 이유가 자신의 직업 선택과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양 씨는 "편부 가정에서 동생 둘과 자랐는데, 유년시절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정말 힘들었다"며 "어떻게 이 가난을 끊을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결국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직업’을 갖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공업고등학교를 다니며 전기기술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대형 백화점 승강기 관리직으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지만 결국 어린 시절 꿈대로 남을 돕기 위한 ‘직업상담사’를 택해 7년째 일하고 있다. 

양 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주민센터에서 월 70만 원의 생계지원금을 받았지만 진정한 복지는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어린 시절부터 ‘짧은 인생, 이왕 살 거면 남에게 이바지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돌아가신 아버지도 늘 하시던 말씀이었다"고 회상했다.

# 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직업’과 ‘집’, 그리고 ‘가정’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단순한 ‘의식주’ 해결은 이제 옛말이 됐다. 다양한 복지제도 덕분에 아무리 어려워도 굶어 죽는 일은 드물다. 그렇다면 지금 청년들에게 절실한 것은 무엇일까? 양 씨는 직업과 집이라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그는 "현재 LH 청년임대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데 임대기간이 거의 끝나 고민이다. 청년들은 현실적으로 스스로 내 집을 마련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이 같은 현실의 목소리를 내고자 청년협의체 주거복지분과를 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의 도움이 없으면 0원에서 시작해 스스로 번듯한 집을 마련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까’라는 고민을 많이 한다"며 "당장 나 혼자 법과 제도를 바꿀 수는 없지만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청년들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우리 세대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또래들과 이야기하면 이구동성 ‘가정’을 꼽는다고 한다. ‘결혼’을 통해 본인의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말이다. 욜로, 비혼주의 등 개인적 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는 MZ세대의 이미지를 생각해 보면 의외의 말이었다. 

양 씨는 "우리는 결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이라며 "당장 번듯한 집 한 채 없이 학자금 대출부터 온갖 빚을 떠안고 결혼을 하면 앞으로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보인다며 마지못해 비혼을 택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 MZ세대가 바라본 기성세대, 기성세대가 바라본 MZ세대 

기성세대가 MZ세대를 보며 ‘요즘 애들은 싸가지가 없어’, ‘라떼는 말이야’라고 하면 MZ세대는 ‘꼰대들’이라고 치부하는 게 요즘 ‘세대 차이’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이는 ‘무관심’과 ‘오해’에서 비롯된 결과일지도 모른다. 최근 MZ세대에 대한 높아진 관심도 젊은 층 전반이 아닌 제1야당 당대표로 30대가 선출되며 비롯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양 씨는 "청년하면 떠오르는 게 ‘공정’인데 기성세대와 비교했을 때 결코 공정한 환경에서 시작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요즘 청년들은 과거보다 높아진 사회 진입 문턱과 무한경쟁 분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기성세대는 이런 우리를 보고 ‘영악하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평하지만 그것은 ‘생존’을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항변했다. 

특히 양 씨는 자신을 비롯한 주변 또래들은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SNS 활용이나 할 말은 하고 사는 외향적인 성격, 꿈을 좇는 모습들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을 오래 두고 깊은 관계를 갖는 편이라 손 쉽게 친구 맺기가 가능한 SNS는 안 하게 된다. 오히려 페이스북의 경우 부모님 세대들이 더 애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직업상담을 받으러 오는 친구들 대부분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힘들다면 꿈을 꿀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양 씨는 "기성세대들은 20대 때 꿈도 꾸고 실현하고, 나아가 30대에 완벽하게 구현해야 한다고 하는데 제 나이 30대 초중반인 이제서야 꿈에 대한 기반을 닦고 있다"며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천천히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 고민의 끝이 ‘플러스 알파’ 되는 세상이 오길

2010년대 초반 동명의 베스트셀러 서적이자 청년들을 위로하던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이 기성세대의 ‘무책임한 위로’와 ‘고통 전가’의 의미로 이해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양 씨도 여느 청년들처럼 직업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하고 있었다. 적성과 비전에는 맞지만 ‘비정규직’으로서의 불안정함과 미래를 염두에 둔 금전적인 문제로 다른 직종을 택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직업상담사’로서 청년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그에 맞는 조언을 해 주는 사람이지만 정작 자신의 직업에 의문을 품어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에 처해 있다. 

양 씨는 "여자친구에게 차라리 오토바이 수리점을 차리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여자친구는 ‘하고 싶으면 해야 하지만 그동안의 신념과 경험이 아깝지 않느냐’고 답했다. 그래서 지금도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갈등은 양 씨가 현재 자신의 직업에 말 그대로 ‘직업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직업의식은 어린 시절 품어 왔던 이타적인 삶이라는 ‘꿈’에 유년시절 아픔을 딛고 일어선 ‘경험’이 어우러진 결과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자신의 직업을 포기한다면 누군가는 양 씨만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린 직업상담을 더는 들을 수 없어지고, 이는 결국 사회적 손실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양 씨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정말 세상에는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한다고 느꼈다"며 "우리도 결국 기성세대가 될 텐데, 그때는 지금보다도 각양각색의 개성을 가진 세대가 나타날 거라고 본다. 개별적인 가치관이 존중받는 시대가 오길 간절히 꿈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정부=신기호 기자 sk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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