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오월 중순은 뜨거웠다. 서울은 80여 년 만의 폭염에다가 맨부커상 수상 소식이 이 땅을 달궜다. 충주 수안보는 희한하게도 서울만큼 뜨겁지 않았다. 수승화강(水昇火降), 서울보다 남쪽임에도 기온이 더 낮다. 그러나 그 땅속은 섭씨 53도의 온천수가 끓고 있으니 참 축복받은 곳이라 하겠다. 또한 한강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은 한국 문단의 큰 경사다. 그의 소설작품 「채식주의자」가 시상 당국인 영국에서 그 나라 출신의 훌륭한 영어번역가와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개인의 기쁨을 넘어서 문학의 한류로서 세계화되는 하나...
한국 대학이 몸살을 앓고 있다. 급격한 학령인구의 감소로 고교 졸업생 수보다 많은 입학정원을 몇 년 안에 대폭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구조개혁법을 통해 강제성을 마련하려 했으나 결국 법 통과가 안 된 채 19대 국회는 마감하고 말았다. 다양한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구조개혁을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추진케 유도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자율적이라고 하지만 결국 교육부 정책방향에만 눈치를 보다 보니 모든 대학들이 한 방향으로만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프라임(PRIME: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
영화 ‘약장수’는 2014년에 개봉,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노인문제를 한 번 되돌아보게 한다. 영화 속에서 우리의 노인복지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정책에서는 현실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너무도 현실적이고 적나라한 현실의 문제를 손바닥으로 가리려 하기 때문에 영화 약장수는 흥행하지 못한 것으로 추측해 본다. 아들딸이 못 해 주는 것을 할머니들을 위해 웃겨 드리고, 놀아 드리고, 즐겁게 해 드리고…. 영화 속에서는 약장수가 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이 우리의 어머니에게 건강식품과 건강기...
윤동주는 1917년 북간도 용정 명동촌에서 부친 윤영석과 모친 김용의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학문에 대한 열정도 강했으며 국가관과 애국관 또한 투철했고, 비교적 경제적으로 부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동주 시에 대한 문학적 가치를 조명하려는 시도는 1948년 정지용의 서문으로 윤동주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간행된 이후 1970년대에 들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로소 한국 영화가 우리 근현대 시인 가운데 최초로 그를 스크린에서 살려내 관객들과의 감격적인 만남을 주선했다. 함경북도 회...
제20대 총선이 여소야대 국면으로 마무리됐다. 선거 전에는 하늘을 찌를 듯이 기세가 등등하고 160석 아니 180석까지 가능하다던 새누리당은 과반수는커녕 더불어민주당에도 뒤지는 제2당이 됐다. 반면 더민주는 호남에서는 국민의당에 밀려 참패했지만 수도권에서는 낙승해 제1당의 위치를 차지했고,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승리에 더해 정당지지도에서 더민주를 앞지르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아직 원내교섭단체까지는 멀고 소수 의원의 진출로 위안을 삼게 됐다. 선거가 끝나고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참 대단한 연출이고 대단한 ...
지난 4월 20일 오전 7시 인천 쉐라톤 호텔에서 개최된 ‘제359회 새얼아침대화’에서는 ‘제20대 국회의원 당선인에게 듣는다’라는 주제 하에 인천지역 13명의 국회의원 당선인이 모두 나와 각자 앞으로의 각오를 밝히는 흐뭇한 시간을 가졌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 각자가 밝힌 포부대로 초심을 끝까지 이어간다면 우리의 미래는 분명 밝아질 것이라 확신한다. 패거리 싸움으로 일관했던 최악의 19대 국회를 탈피해야 할 300명의 20대 국회의원 임기는 5월 30일부터 4년 후인 2020년 5월 29일까지다. 이 4년은 한국의 진운을...
충주시 수안보의 봄 한철은 벚꽃과 함께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4월 15∼17일 사이에 제3회 ‘수안보온천 시조문예축전’을 열었다. 본인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한국시조문학진흥회가 주최했다. 이날 흐드러지게 핀 벚꽃 이파리는 봄바람에 흩날리면서 석문천변 가로수길을 온통 하얗게 색칠했다. 작년보다 이틀 빨리 열었는데도 벚꽃은 더 먼저 저를 피웠다. 우리 시조도 하루빨리 꽃피기를 바란다. 한겨레 전통의 대표 시가라 할 수 있는 시조(時調)! 천여 년의 세파를 견디면서 오늘날까지 우리 곁에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수안보온...
일본의 역사 왜곡과 역사적 사건 때마다 역사를 바로 세우고 바로 알자고 뜨겁게 달아오르곤 한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역사와 문화’는 빠지지 않고 단골 문구로 선정하면서 실천은 별개다. 역사를 바로 세우고 알자는 문화운동이 더욱 확대되길 꿈꿔 본다. 3월에는 안산 대부도의 수리부엉이가, 4월에는 금강송 사진작가가 화제가 되고 있다. 공통적인 것은 사진작가와 문화유산에 대한 그들의 태도가 문제의 시초가 됐다. 안산 대부도에는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 324호)가 1989년 이후 사라졌다가 최근 생태계 복원의 의미로, 멸종위기의 동물이 ...
이번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결과 예측이 어려워 보인다. 우선 여당의 공천 파동으로 여권의 핵심 지역이라 하는 대구에서 무소속과 야당의 돌풍이 거세다. 호남에서는 제3당인 국민의당이 제2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승민 파동을 보면서 새삼 우리나라의 헌법에서 규정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유승민은 집권당 원내대표를 맡으면서 소신 정책을 발표하고 청와대와 불협화음을 내면서 대통령에게 직접 배신자 소리를 들으면서 결국 사퇴하게 됐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헌법을 거론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총선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자들의 유세 발언도 그 수위를 점차 높여 가고 있다. 물론 이번 선거에서도 투표일이 다가오고 선거운동이 과열되면서 공약이 남발하고, 점차 상대와 상대당에 대한 비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동물들처럼 인간에게도 입은 음식을 먹기 위한 필수적인 생존수단이다. 하지만 인간의 입은 섭취의 수단 이외에 말을 할 수 있는 긴요한 표현수단이기도 하다. 실제로 인간의 입은 음식을 먹기보다 말을 하는 데 더 적합하게 구조화돼 있다. 말의 의미는 라틴어로 혀에서 유래됐는데, 이는 혀가 음식물을 ...
지난주 금요일과 토요일, 이번 4·13 총선 후보자 등록이 끝나고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됐다. 이번 선거의 화두로 새누리당은 야권 심판을, 더불어민주당은 경제 심판을, 국민의당은 양당 심판을, 정의당은 민생 정당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앞으로 남은 보름 동안 어느 정당에 지지할 것인가는 국민의 몫으로 남았다. 우리나라 헌법은 정당에 대해 특별히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8조 제2항을 보면 정당은 그 목적 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돼 있다. 무엇보다 정당...
영·유아를 비롯한 중학생 대상의 끔찍한 학대사건이 연달아 발생해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3년 전 소풍 가고 싶다던 8살 의붓딸을 때려 갈비뼈 16대를 부러뜨려 숨지게 한 울산 계모사건과 같은 해 8살 의붓딸이 시끄럽다며 배를 짓밟고 때린 뒤 방치해 숨지게 한 칠곡 계모사건의 보도는 아직도 생생하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당국자들은 아동학대를 뿌리 뽑겠다고 외쳤지만 근본대책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채 소극적인 관리와 구멍 뚫린 보호망 속에서 사건은 연이어 터질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 동거녀의 학대에 시달리다가 2...
드라마는 우리의 허상(虛像)일까? 드라마로 행복했다면 바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그 행복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나라에 대한 어떤 희망보다 소중하다고 느낀다. 얼마 전 종영된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로 대한민국은 잠시나마 행복했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리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꾸며졌다.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은 서로가 자신들의 목소리만 내다 보니 작은 울림도, 착한 사람들의 소리도, 아픈 사람들의 소리도 잦아들어 버렸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일축하지 말자. 작은 동네, 큰 동네, 부자와 가난한...
한국의 사찰에 있는 탑은 부처를 대신하는 종교적 상징물이며, 이에 따라 불교인들에게 탑은 부처만큼 염원을 비는 대상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탑은 인간의 고소충동(高所衝動)에 대한 의지의 반영물로도 존재해 왔다. 인간은 세상에 자신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영향력을 필사적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다. 또한 자기 자신을 과시하고 하늘 높이 자신의 존재감을 비약시키려는 열망을 쉽게 감추지 못하는 성향이 있기도 하다. 따라서 서양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권력 의지와 지배 욕구를 자제하거나 절제할 수 없을 때...
인권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당연히 갖는 기본적 권리이다. 한마디로 인간으로서 누리는 기본적 권리라고 할 것이다. 요즘 국가의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다 보니 헌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통과시키려는 테러방지법에 대해 국가정보원의 인권침해 요소가 많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독소 조항을 제외해야 한다며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막거나 표결을 지연시키기 위해 장시간 발언으로 시간을 끄는 의회 운영 절차)를 진...
연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촉발된 박근혜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결정으로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동북아 지역 전체가 새로운 냉전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현 정부 초기에 추진된 단계적 신뢰 구축을 통한 통일 기반 조성을 목적으로 한 ‘동북아 신뢰 프로세스’, 통일대박을 화두로 하는 드레스덴 선언 등 대화와 협력 증진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이라는 그간의 대북정책 기조가 북한 김정은정권에 대한 전 방위 제재와 압력 행사를 통한 핵 개발 포기를 강제하는 ‘박근혜 독트린’으로 180도 달라진 것이다. 여권과 보수층은 김정은정...
금융은 반드시 강대국의 전유물이 아니다. 강대국에게 기축통화를 근거로 글로벌 종합금융센터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면, 강소국에게는 틈새형 금융센터를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런 이유로 세계금융지도에는 메이저리그 외에도 스위스·아일랜드·룩셈부르크·네덜란드·벨기에·홍콩·싱가포르·말레이시아·두바이 등이 참여하는 마이너리그가 존재한다. 작은 나라들이 금융을 키울 목적으로 자주 구사하는 전략이 역외금융(offshore finance)이다. 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을 관통하지 않은 채 外-外를 연결한다는 뜻의 역외금융은 이미 현...
세계는 현재 하나의 지구촌처럼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나라마다 자국 이익의 우선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 간, 민족 간, 지역 간 갈등과 대립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 이와 같은 국제적 갈등은 개방화·국제화의 폭이 넓어질수록 빈번하게 일어나고 더욱 심각할 것이므로, 앞으로의 세계 질서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국제 간의 갈등과 대립은 결국 각국에 그 부담이 돌아가기 마련이다. 지구상의 어떤 나라도 세계 공동체 밖에서 살 수 없게 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세계는 하나의 공동체를 이뤄 가고 있는데, 지...
엊그제 인천 인물 여섯 분의 액자 제작을 주문했다. 내가 일하는 방에 걸기 위해서였다. 방에 걸어 두면 찾아오는 사람들이 눈길을 주게 될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대화의 방향도 그리 옮겨 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새삼 인천을 발견하게 되고, 느끼게 되고, 사랑하게 되고, 자랑스러워 하게 될 것이다. 액자의 주인공들은 제2공화국 내각수반을 지낸 장면(張勉)박사, 한국 고미술사학의 태두 고유섭(高裕燮)선생, 맹인 점자 창안자 박두성(朴斗星)선생, 우리나라 최초의 해군 함정이라고 할 수 있는 양무호...
# 1. 메르스 월세 대구시 동구의 한 건물주는 휴대전화 메시지로 세입자 3명에게 "이달 월세를 절반만 받겠다"고 통보했다. 이 건물주는 세입자들에게 "메르스로 힘들지 않느냐"며 "고민 끝에 서로 고통 분담하기로 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2015년 7월 3일자)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의 한 5층짜리 상가건물주인 윤모 씨는 최근 자신의 상가건물에 입주한 세입자 7명에게 "요즘 메르스 여파로 장사가 안 돼 힘드시죠? 사장님의 고통을 분담하겠습니다. 6월 한 달 월세는 반만 주십시오.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