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로 일하면서 흔하게 접하는 형사사건이 사기사건이다. 여러 사기사건을 접하다 보면 일정한 패턴이 보이는데 그 중 가장 특이한 것이 ‘폰지사기’이다. 폰지사기는 1920년대 미국의 찰스 폰지(Charles Ponzi)라는 사람이 벌인 사기수법으로 유명해져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찰스 폰지는 국제우편쿠폰에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고액의 수익을 보장하며 투자자를 모집했지만 실제로는 사업소득이 아니라 신규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의 수익금을 지급하면서 규모를 키워 단기간에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받은 것이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
23일에는 공교롭게 서울고등법원 재판이 있었다. 통상처럼 서초법원 후문을 들어가려고 검찰청 정문을 통과했는데 경찰들이 막았다. 통제하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걸어서 법정으로 걸어가야만 했다. 아침부터 아수라장이다.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 양 그룹에서 집회를 하고 있었다. 마이크 소리가 요란하다. 한쪽에서는 ‘양승태 구속하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영장을 기각하라!’고 하고 난리들이었다. 사법 거래 주범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영장실질심사가 있던 날의 서초법원 앞의 모습이다. 전직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
얼마 전 형사사건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사건으로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변호사로서 무죄판결을 받는 것은 기쁘고 보람된 일이지만 인터뷰를 하게 된 경위는 다소 씁쓸한 사정이 있다. 이 사건은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항소심까지 재판만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당사자는 수회 수사기관, 재판 출석으로 부담을 느꼈고 공소 제기된 사실이 회사에 알려지면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무죄판결에 따른 보상절차를 묻는 당사자에게 실망스러운 대답을 해줘야 했고, 결국 "일인 시위라도 해야겠네요"라는 말을 들었다. 법적절차에 실망한 ...
지난주 11월 29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는 일반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65세로 연장할 것인가를 두고 김명수 대법원장 등 대법관 12명 전원이 참석한 전원합의체 공개 변론이 열렸다. 이미 언론에는 사전에 공지됐고 주요 신문 방송의 취재가 허용된 상태였다. 나는 피고 측 소송대리인으로 참여해 주된 쟁점에 대해 변론하고 대법관의 질문에 답변하는 기회를 가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는 대법관 전원(현재 13명 중 12명)이 출석해 심리하는 것으로, 사건 당사자가 출석해 사실 인정 여부를 다투는 사실심이...
최근 우리 사법부는 위기를 맞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일어난 사법 거래 의혹을 둘러싸고 일어난 일들에 대한 진실이 연일 밝혀지면서부터다. 믿고 싶지 않는 일들이 현실로 일어났다는 사실에 대해 아연실색할 뿐이다. 이러한 사태에 대한 전국 법관대표자 회의의 결과도 회의록과 같이 공개됐다. 탄핵소추의 대상이 돼야 할 중대한 헌법위반이라는 점에 최종 의견이 모아졌다. 논의의 초점은 사법부 안에서 탄핵소추를 촉구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에 모여졌다고 한다. 탄핵소추는 입법부의 권한인데, 간접적으로 의견을 전달하는 것에 대한 적절성...
"이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를 희망합니다." 최근 형부에게 성폭행을 당해 낳은 3살짜리 아들을 발로 걷어차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여성이 법정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반해 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형부는 수치심을 느낀다는 이유로 국민참여재판으로의 전환을 거부한다. 이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작년 7월께에는 경북 상주의 한 마을회관에서 사이다에 농약을 몰래 넣어 6명의 사상자를 낸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국...
최근 부동산 중개 시장을 둘러싼 관련 업계 간의 갈등이 첨예하다. 정액 99만원의 수수료를 앞세운 법률 컨설팅 사무소가 생겨났고, 공인중개사 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해당 법률사무소는 변호사가 대리할 수 있는 중개 업무에 부동산 거래에 관한 업무도 포함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대한변호사협회의 법제연구원 역시 이를 지지하는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변호사가 공인중개사의 업무를 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으며, 공인중개사 협회는 해당 사무소의 변호사를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소한 상태이다. 부...
정신보건법에 따르면 환자와 일정한 관계에 있는 친족이 보호의무자가 되며, 보호의무자 2명 이상이 동의하고 정신보건전문의가 진단을 내리면 환자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킬 수 있다. 신체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모든 인간의 권리다. 따라서 강제 입원된 환자들은 자신을 입원하도록 한 의사의 소견과 보호의무자의 입장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정당하게 다시 판단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현행 인신보호재판에서 의사의 의학적인 판단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보호의무자에 대한 진술도 충실히 심리되지 않음은 지난 칼...
정신보건법에 의한 강제 입원 사례 1. "15년 전부터 정신병원에 알코올의존증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어요. 병원에서 저를 퇴원시키면 가족들은 저에게 술을 마시도록 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 유혹에 또다시 술을 마셨고 그 후론 기억이 없어요. 그리고 다음 날 건장한 남자 네 명이 와서 저를 마구 묶고는 정신병원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사례 2. "저는 기초생활수급자입니다. 나라에서 병원비를 대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치매인 어머니와 여동생이 보호의무자로 입원에 동의를 했더군요. 여동생은 저랑 따로 사는데도 ...
국민은 행정청, 세무서, 그리고 법원, 수사기관 등에서 국가를 가장 쉽게 접하게 됩니다. 행정청은 과거에 비춰 엄청나게 친절하고, 세무서는 뒷돈 주던 악습이 없어질 정도로 맑아졌습니다. 법원도 국민을 섬기겠다는 구호를 법원 현관에 큰 글씨로 내걸고 있을 정도입니다. 수사기관은 어떠합니까? 호통치고 군림하는 외양은 없어졌지만, 내가 질문받지 않아야 할 내용들이 질문되고 답변되는 과정에서 무엇인가 이상하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경우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법에서 금지하는 유도신문을 수사담당자들이 쉽게 사안을 해결하는 무기로 오·남용하기...
수사기관으로부터 어떠한 혐의로 조사할 것이 있으니 언제까지 어디로 출두하라는 소환을 받습니다.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만, 다행히 정상적인 생활인이라면 일생일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자신은 해당이 되지 않는다 해 쉽게 모른 척 할 일은 아닙니다. 자신 또는 가족 누구라도 누명을 쓰는 일은 있을 수 있으니까요. 자기 잘못이 없거나 그다지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수사기관의 소환에 자신감을 갖고 출석합니다. 진실이 자신의 편이며, 자신 스스로 사실을 밝힐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무엇보다도 국가와 수사기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