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모든 국가는 경제체제 또는 정치제도의 유형을 불문하고 제한된 재정을 가장 효율적으로 운용함으로써 국가발전을 지향하고 있다. 여기서 재정은 재(財)와 정(政)의 복합어다. 전자는 공공경비 지출과 조세징수 즉 화폐의 강제징수 활동이라 할 수 있다. 화폐의 유동성, 자본시장, 금융 문제와 관련이 있다. 반면 후자는 국가의 자원배분, 소득재분배, 고용안정, 물가수준, 경제성장, 지역균형발전 등 정책적 측면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일찍이 행정학의 태생지인 미국에서 국가 예산의 편성, 집행 및 평가과정의 중요성이 강조됐...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트램 열풍이 불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 트램이 다니는 곳을 다녀온 관광객들이 그 아름다움에 빠져 트램에 대한 긍정적인 면이 더 강조되고 있다. 트램은 많은 장점이 있다. 버스, 승용차 위주의 도시에 멋스러운 트램 전동차가 달리게 되면 도시의 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또한,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달리는 내연기관을 전기를 사용하는 트램으로 전환하게 되면 도로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등 물질이 감소된다. 트램은 철로를 달리는 전철과 구조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차량보다 운행 효율성도 높고, 차량 자...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인간의 욕심은 무한, 다양하다. 정치를 ‘하겠다, 안 하겠다’ 번복을 반복하기도 하고, 막말과 날치기, 협잡과 폭력을 서슴없이 사용한다. 그러나 권력이라는 사다리의 정점에 오르고 나면 환희와 평안함보다 불안과 초조, 외로움과 허무함이 그곳에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권력자들의 얼굴이 종종 볼썽사납게 변하는 것은 권력은 얻었어도 마음의 평화를 얻지 못했음을 말해준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는 권력을 얻고 난 후, 갈등하는 권력자의 내면세계를 잘 그려내고 있다. 맥베스는 던컨 왕을 시해(弑害)하고 왕...
젊은 층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일자리 찾기가 유리한 수도권으로 지방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것이다. 지방 인재들이 도시로 눈을 돌리고 있는 만큼 수도권으로 젊은 층의 유입은 당분간 더 심화될 것이다. 반면 농촌에는 ‘매출 1억’ 파란만장 인생스토리가 매스컴에 자주 소개되고 있다. 지난 6년간 배출된 700명에 가까운 청춘 창업자들이 6차산업의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다. 이는 청년 창업자들이 디자인, 브랜딩, 마케팅, 체험, 교육, 판매 역량을 갖춰 6차산업 활성화와 더불어 더 많은 일자리와 기회들을 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됐다. 성과도 있었지만 한계도 많았다. ‘한반도의 봄’이 오리란 희망을 국민들에게 줬지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나타내듯 넘어야 할 벽 또한 높다는 점을 실감케 했다. 과거의 적폐청산이 한참이지만, 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논란이 많았던 영역은 경제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정책의 세 축으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제창했다. 그 중에서도 정권 초기에 전면에 내세웠던 것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
이제 정식 언론이 아닌 유튜브를 통해서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뉴스가 제법 많아졌고 여론 형성에 주는 영향력도 상당하다. 유튜브는 누구나 대중을 상대로 방송을 할 수 있어 그 공간에서 만들어지고 확산되는 정보와 뉴스의 양은 엄청나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팟캐스트나 SNS도 일종의 대안 미디어 역할을 한 지 오래됐다. 이런 혁명적인 변화 속에서 적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심각한 것이 가짜뉴스의 범람이다. 가짜뉴스(Fake News)는 거짓정보를 토대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진 뉴스를 말한다. 가짜뉴...
‘니들 아버지는 그때 뭐하셨지?’라는 손혜원 국회의원의 물음은 문득 나를 어릴 적 시절의 까마득한 기억 속으로 이끌어 준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가까이에서 모시며 대학과 고등학교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내게, 고층 건물들로 번화한 도시 가운데 첨단기기와 유례 없는 풍요로움 속에 살면서도 어딘가 공허함 속에 살고 있는 내게, 그리고 불안정한 국제정세와 국내 경제상황에 더해 늘어나는 미세먼지와 질병의 공포 등으로 미래에 대한 복잡한 생각이 늘 머리와 가슴을 점령하고 있는 내게, 그녀의 물음은 블랙홀과 같이 나를 과거의 기...
최근 기업들의 분식회계 문제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충격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져 온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의 고의적 분식회계 의혹이나 12월 결산법인의 주주총회와 관련해 이전보다 훨씬 깐깐해진 회계감사로 상장기업이나 비상장기업 등이 줄줄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삼바는 분식회계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승계를 순조롭게 진행하고자 했고 그 과정에는 관련 회계법인 또한 구체적인 분식회계 방안을 마련하는데 관여한 것으로 최근 보도되고 있다. 또한 지난 3월 한 달간 12월 결산 상장법인 총 2천216개 ...
내부 고발자를 다룬 영화 스노든(Snowden)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2016년 국내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현존 인물 스노든은 미국의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이 테러 방지라는 명분으로 국경과 신분을 가리지 않고 모든 개인 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하는 행위를 고발하고 있다. 또한 2018년 영화 휘슬블로어는 전직 미국 네브라스카 여자 경찰인 캐서린 볼코박이 전후 보스니아 평화유지군으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다. 그녀는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평화유지군 동료들과 상사들이 연루된 치명적인 국제 성매매 음...
정치권은 내년에 있을 국회의원 총선거에 적용될 기준인 선거법, 그 중에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도입을 두고 시끄럽다. 민주당과 야 3당은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의 300명 국회의원 정수를 유지하되 연동률을 50%로 해서 군역별로 의석을 배분하는 것으로 큰 틀의 합의를 이뤘다. 그러자 한국당은 오히려 비례대표를 폐지하고 지역구만 270석으로 하는 정반대 주장을 하고 나섰다. 연동형 비례대표를 주장하는 소수 야당의 근거는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와 결과인 의석수가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의당이 10%의 득표율...
숨쉬기조차 힘든 미세먼지 속에서도 새내기들이 가슴에 이름표를 매달고 어김없이 캠퍼스에 등장한다. 아직 낯설어 보이지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그들은 젊은 날의 꿈을 여기서 키워 갈 것이고, 대학은 그들이 이상을 펼치도록 다양한 가능성들을 심어줘야 할 것이다. 요즘, 대학 진학을 포기한다는 학생들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대학에서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비싼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대학을 찾는 이유는 꿈을 키울 마땅한 대체물을 아직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육은 근본적으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 가르치고 배우는 일이다. 사람과 동...
며칠 전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1천349달러로 2017년(2만9천745달러)보다 5.4% 증가했다.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를 넘었다는 것은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3개뿐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인구가 5천만 명 이상이면서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인 이른바 3050클럽에 세계에서 7번째로 가입한 나라가 됐다. 기존 6개국은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다. 우리나라의 ...
몇 년 전부터 ‘혐오’라는 단어가 인터넷과 언론에 자주 등장하더니 이제는 우리 사회를 설명하는 키워드가 된 것 같다. ‘여성혐오’(여혐)와 ‘남성혐오’(남혐)로 시작해 ‘충’(蟲)자를 사용해 나이가 많으면 ‘틀딱충’, 어리면 ‘급식충’, 아이를 키운다고 ‘맘충’ 등 혐오를 표현하는 신조어들도 많아 졌다. 최근에는 혐오가 조직화되는 경향이 보이고 있으며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졌다. 사실 혐오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며, 어찌 보면 인류의 역사와도 함께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역사적으로 혐오는 동질성이나 순수성을 훼손한...
세계적인 석학이자 스탠퍼드대학 교수인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1989년 옛 소련 붕괴와 함께 냉전이 종식되는 순간을 역사의 종말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오랜 기간 파시즘과 공산주의와의 투쟁을 통해 얻어진 민주주의 정치제도에 도전할 수 있는 이념과 철학체계가 더 이상 없을 거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세계 정치 현실은 그의 바람과는 다른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는 포퓰리즘 때문이다. 부와 소득 격차 심화, 빈곤 악화로 분노하는 대중들이 희생양을 찾는데 이를 틈타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선동하고 반민...
졸업시즌이다. 나는 학교 운영위원장으로 서인천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 학부모들은 꽃다발을 들고 졸업식장을 찾아 지난 3년간 교육과정을 잘 마친 학생들을 축하하고, 교장선생님은 상급 학교로 혹은 사회로 진출하는 제자들에게 바르고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한 조언으로 첫째, 둘째, 셋째를 나열하며 자신이 경험하고 생각해온 지혜를 마지막으로 전하고자 한다. 학생들은 선생님, 친구들과 이별을 아쉬워하며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저곳을 찾아 포즈를 취하기에 여념이 없고, 후배들은 졸업하는 선배들을 축하하기 위해 화려한 공연을 펼친다. ...
올해 하반기부터 강사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그 여파로 각 대학들은 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늘어나는 재정을 감당하기 위해 교수들의 책임 시수와 강의 시수를 늘리는 등 각종 대책 마련에 매우 분주하게 돌아간다. 지난해 9월 학기부터 본인은 재직하고 있는 대학 사정상 호텔관광과에서 회계경영과로 근무처가 변경됐다. 실로 아주 오랜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본인의 주 전공이 회계학이기 때문이다. 회계 또는 회계학의 본질은 기업 실체의 재무상태와 경영성과를 신뢰있게 측정하고 전달해 기업 내외의 이해관계자들이 효율적으로 ...
지난주, 수소경제라는 화두와 원전 폐지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문 대통령은 수소경제에 대해 "에너지원이 석탄과 석유에서 수소로 바뀌는 산업구조의 혁명적 변화"라고 정의하면서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활용 전 분야에 걸쳐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미 2000년 초반, 수소 사회로의 전환에 대한 정부 정책을 발표했고, 로드맵이 작성됐다. 2000년 석유 38.5%, 석탄 23.8%의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 구성에서 2050년에는 수소 비중이 45%로 전체 에너지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
맹추위가 절정에 이른 느낌이다. 저수지의 물은 꽝꽝 얼고 북풍이 더욱 거세다. 코끝에 와 닿던 새벽 공기는 미세먼지와 범벅돼 식초처럼 따갑다. 새벽녘 잿빛 산속에 서 있는 나목(裸木)들은 나뭇잎을 발등에 떨군 채 냉기를 참아내고 있다. 등산객에 새벽잠을 깬 고라니가 덮었던 나뭇잎을 황급히 떨궈낸다. 새들은 나뭇잎 사이에 떨어진 씨앗을 찾기 위해 앙상한 가지 사이로 비상한다. 자연은 매서운 추위에도 서로 덮어주고 안아주며 스스로 공존하는 법을 터득한다. 이 겨울이 지나면 가랑잎 사이로 새싹이 고개를 내밀 것이다. 매년 1월 1일...
2018년이 저물어 간다. 올해 역시 다사다난했다. 얼어붙었던 한반도에 봄기운이 돌기 시작한 것은 벅찬 감동이었지만, 민생경제가 좋지 않아 특히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도 서로 다름을 인정 못하고 상대방이 틀렸다 하며 무의미한 진영 싸움이 이어졌다. 여당과 야당이 그랬고, 진보와 보수, 심지어 페미니즘을 둘러싼 여성과 남성 진영의 다툼도 있었다. 연말이지만 구세군 자선냄비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가 예년보다 훨씬 줄었다고 한다. 그 어느 해보다 올 연말에는 ‘포용’이란 말의 중요성을 떠올리게 된다. 포용(包容)이란 남을...
올해 우리는 지난 1904년 기상청 관측 이래 114년 만에 최악의 폭염 사태를 경험했다. 그럼에도 지난 10월 송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 총회에서 채택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 대해서는 국내외 언론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기후변화 회의론자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회원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지금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학계와 전문가 사이에 치열한 논쟁과 대립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진실 게임의 양상을 띠고 있다. 먼저 기후변화를 주장하는 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