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이라는 이름으로 힘없는 거리가 되면서 동인천은 노인들과 추억을 찾는 사람들의 추억의 거리가 돼 가고 있다. 북광장을 나오면 반쯤 사라진 순대골목이 노동자의 배를 채우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건너편에는 송현시장이 야시장도 겸하고 있어 볼거리도 채워주고 먹을 것도 채워주는 추억의 거리로 손색이 없다. 동인천이 쇠락한 것은 80년대 중반부터다. 인천시청이 현재 구월동으로 이전하고, 신도심이 형성되면서 중고등학교 이전과 맞물리는 시기였던 것 같다. 동인천의 전성기는 중고등학교가 밀집하고 인천백화점이 있던 시...
제10회 아시아 경제공동체포럼(Asia Economic Community Forum)이 11월 1∼2일 인천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개최된다. 금년의 주제는 ‘북한 비핵화와 아시아공동체: 통일, 통합 및 융합’이다. 아시아 경제공동체포럼은 ‘인천을 아시아의 브뤼셀’이라는 표어하에 지난 2009년부터 인천에서 개최돼 온 국제포럼이다. 금년도 주제가 북한 비핵화와 아시아공동체인 것은 올해 들어 급변하는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를 고려해 현재 진행 중인 비핵화 논의가 아시아공동체에 어떤 함의가 있는가를 살펴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
적도 지역보다 더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올 가을을 맞는다. 스무 해째 발코니를 지키는 구아버 나무는 아열대 식물임에도 열매가 작년에 비해 잘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마다 발코니 외곽 화분에 피던 까마중 열매는 맺지도 못한 채 겨우 줄기만 빳빳이 살아 있다. 그래 살아있는 것도 다행이지만 씨를 맺지 못했으니 1년생 잡초가 내년에 다시 연명할 수나 있을지 안타깝다. 씨받을 필요도 없이 절로 맺어 자라나곤 했던 까마중 푸나무. 그간 잡초라고 하여 죽든 말든 관심이 없었다. 아니 관심을 가질 여건이 안 되었다고 해야겠다. 해가 바뀌면...
현진건은 소설 ‘술 권하는 사회’를 통해 경제적으로 어렵고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1920년대의 시대 상황을 제목 그대로 그려낸 바 있다. 이 작품은 당시에 자조적인 태도에 함몰돼 있던 지식인들의 무기력함을 설득력 있게 드러낸 빙허의 수작이다. 지금 한국은 독설 권하는 사회로 치닫고 있다. 상대 진영에 대한 적대감으로 무장한 정치권에서는 독한 말이 난무하고 SNS에는 격한 막말이 빈번하며 인터넷 댓글에는 정부에 대한 비난과 이 비난에 대한 욕설과 야유가 빗발친다. 말은 자신에게 유용한 무기가 되기도 하지만 상대에게 치명적인 흉기가...
얼마 전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이 비핵화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싸고 평화와 협력의 기운이 싹트고 있다. 그러나 요즈음에 와서 미국과 북한의 힘겨루기가 나타나면서 종전선언에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다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것은 한반도에 대한 평화의 불씨를 살리려는 노력이 현재진행형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이처럼 현 정부에서는(국제사회의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남북한의 평화정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인천...
올 더위는 서프리카라고 할 만큼 서울을 비롯한 기호지방 더위가 심했다. 초열대야 현상으로 잠 못 이루는 것은 물론 일사병·열사병 환자도 많았다. 이 폭염을 극복하는 방법의 하나가 자전거 타기다. 한낮을 피해 잘 닦인 천변을 서행하는 것이다. 밤에 타는 것도 괜찮다. 자전거는 교통수단, 레저, 스포츠, 건강 따위로 활용된다. 영국의 SF소설가 H.G.웰즈는 천국에는 자전거 길이 아주 많을 거라며 자전거 타기를 상찬했다. 값비싼 것이 아닌, 서민들이 흔히 이용하는 생활용 자전거를 타고, 쉬이 가까운 거리를 오갈 때 보고 느끼는 세...
이번 여름은 정말 더웠다. 통학버스에 갇히고 낮잠을 자다가 숨지는 일이, 믿고 맡긴 어린이집에서 목숨을 잃는 사건이 일어났다. 맞벌이 등으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는 부모들, 그들이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그래서 아이를 한 명 또는 더 나을 수 없는 사회, 그래서 인구절벽으로 이어지는 사회, 입시와 취업준비, 청년실업으로 이어지는 사회, 고령화에 준비 안 된 국민연금 등등으로 이어진다. 거기에 정부 정책이라고 발표하는 것은 할 말을 잃게 한다. 동두천 어린이집 통학차량 사건(7월 17일), 서울 강서구 ...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축으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이른바 J노믹스는 이미 북유럽에서 시행되고 있는 경제 정책들이다. 이 정책들은 애초에 무모하고 비현실적이라는 회의론도 있었지만 실제로도 그 현실적 한계가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들 정책은 한국 경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고자 하는 현재 정부의 의지와 열정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성공하는데 다소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특히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정부의 선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그 부작용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이 정책은 포용적 성장으로...
올해 큰 이슈였던 선거가 끝나고 민선 7기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가 얼마 전 출범했다. 그리고 국제무역 환경은 국가간의 무역전쟁이라는 격한 표현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미국의 금리인상 문제 등 우리 한국의 경제도 또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가 어려움에 직면하면 항상 회자되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어느 나라 혹은 어느 지역이든 관광과 마이스 산업의 발전 욕구는 강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인천시도 이러한 점에서는 같은 행보를 해왔다고 믿고 있으며, 특히 한국의 관문인 인천의 지정학적인 영향으로 관광 발전을 위한 ...
어언 올 장마는 어디로 가고 본격 무더위가 시작됐다. 요즘 지자체마다 천변이 잘 정비돼 냇물에는 물고기와 새들이 한가로이 공생한다. 그들과 합류하면서 천변길을 오갈 때 양쪽 둑에는 온통 하얗거나 노오란 꽃들이 몸을 흔들면서 반긴다. 개망초와 금계국이다. 애기똥풀과 원추리도 더러 보인다. 순간순간 더위를 잊게 하는 7월의 꽃들이다. 그런데 천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없는 여름 꽃 가운데 ‘치자꽃(梔子花)’이 있다. 예로부터 뭇사람들이 상찬한 꽃. 송나라 증단백은 열 가지의 꽃을 벗에 비유해 ‘명화십우’를 지을 때, 치자꽃을 선우...
박남춘 인천시장이 7월 1일부로 임기를 시작했다. 선거 기간 중 많은 공약을 했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는 송도국제도시를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도 들어 있을 것이다. 송도국제도시 발전 전략은 초기에는 소위 트라이포트의 하나로서 IT산업이 핵심 산업으로서 강조됐다. 이후 물류산업이 강조되다가 최근에는 바이오산업이 전략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송도국제도시의 20년 가까운 발전 결과를 놓고 보면 의외의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유엔 기구를 중심으로 한 16개 국제기구가 현재 송도에...
월드컵 축구는 4년마다 열리고, 국회의원선거도 4년마다 열리고, 아하~ 지방선거도 4년마다 열리니 공통점이 있네요. 6월 27일 월드컵 경기(대한민국과 독일)가 중계되면서,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은 밤잠을 설쳤을 겁니다. 길거리 응원이 시작된 것은 2002년 월드컵 경기부터라고 기억합니다. 정말 뜨겁게 응원하고, 정말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대한민국 국민임에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독일은 FIFA 랭킹 1위, 대한민국은 57위.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라고 보는 분들도 많았고, 도박사들은 거의 독일이 7:0으...
인천 중구와 남구는 망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곳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물론 이런 막말이 아니더라도 자유한국당이 인천에서도 승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동물처럼 인간에게도 입은 먹고 살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도구지만 인간의 입은 먹는 기능보다 말을 하는데 더 적합하게 구조화돼 있다. 인간의 입은 1차적으로 음식을 먹기보다 말을 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말이나 마구 하라고 만들어진 기관은 아니다. 아무리 전임 시장의 고충을 알리고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서 한 실언이라고 ...
현대는 익명사회다. 자기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사는 경우를 말한다. 특히 도시 아파트 생활은 승강기에서 마주치는 이웃과도 쉽사리 아는 체 않는다. 자주 마주치면서도 서로의 이름을 모른다. 그렇다고 하여 자기 이름이 영영 숨겨지는 것도 아니다.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로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시대다. 태어나 이름을 지어 등록을 하는 순간부터 전자체제에 종속되고, 누군가에 의해 감시를 받게 된다. 익명은 정녕 익명이 아니다. 건물마다 거리마다 달려 있는 CCTV카메라 등등 주변은 촘촘한 감시망의 연속이다. 온통 팬옵티시즘(Panopt...
우리나라가 참가했던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는 두 가지 면에서 관심을 끈다. 하나는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서 금속활자로 인쇄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서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이 전시되었다는 사실이고, 또 하나는 실현은 되지 못했으나 애초 파리박람회 한국관(韓國館)이 한국 서민들의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제물포의 한 거리를 생생하게 재현하려고 했었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사실은 박병선(朴炳善)이 쓴 한국근대사료집성(韓國近代史料集成) 4권 한불관계자료(韓佛關係資料) 해제(解題)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앞의 ...
이번 지방선거는 진영과 무관하게 모든 후보가 4조 원이 들어가는 고교무상급식 이슈를 들고 나오면서 복지 경쟁이 과열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는 무상교복, 무상교과서, 등하교 교통비는 물론이고 주부수당, 청년배당, 아동수당 플러스 공약도 포함된다.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내놓은 선심 정책도 여기에 못지 않았다. 당시 한나라당은 총 1조2천200억여 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9개의 친서민정책을 내놓았다. 이에 질세라 민주당은 1조5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 초·중학생 540여만 명에 대한 무상급식을 대표공약으로 내세웠다...
인천은 근대적인 천일제염의 선구지로 꼽힌다. 1907년 주안에서 최초로 시험 제조에 성공한 이후 남동, 소래 염전이 개발되면서 1960년대까지 남한 최대의 소금 산지로 군림했다는 기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1899년에 이미 인천에 농상공부가 관할하는 제염시험장이 설치됐다. 당시 ‘상공부소관 제염장시험비 예산외 지출청의서(農商工部所管製鹽場試驗費預算外支出請議書) 제35호’ 문서에 ‘바닷가에서 재정 확보의 최고의 방안은 소금 생산과 관리인데 우리나라는 제염에 대해 연구가 되지 못해 흙가마솥에 나무를 때니 비용은 많이 들...
세상은 온통 봉별(逢別)의 연속이다. 만남과 헤어짐은 숙명처럼 우리 곁에 있다. 그런데 대개는 매순간 영생할 것처럼 지낸다. 이른바 이 시대 한국 3대 철학자의 한 분으로 불리는 고 안병욱 선생은 "인생은 만남이다"라고 했다. 20세기 중엽의 독일 작가 한스 카로사(Hans Carossa)의 이 말을 인용하던 그의 간명한 언변을 기억한다. 이는 거꾸로 "인생은 헤어짐이다"라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일 게다. 이즈음 우리는 대중가요 노사연의 ‘만남’을 노래한다. 만남은 우연이 아니며 운명이라고 한다. 돌아보지 말고 사랑하잔다. 돌아...
우리의 학교 교육 현장은 갈 길을 잃은 지 오래다. 정착하지 못하는 입시제도와 자신의 자식에게만 혜택을 보려는 학부모와 교육자의 모습을 잃어가는 선생님들의 합작품인지 모른다. 대학만 많이 보내면 명문고로 평가하려는 사회인식, 대학을 많이 진학시키는 고등학교로 입학시키려는 부모, 그들을 부추기는 사교육 제도 등 변수가 너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현장의 목소리는 제대로 교육정책과 연결되지 않는 점 또한 현실이다. 최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2015년)은 우리 청소년들의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이 36개국 중 35위로 세계 최...
새로운 형식의 공간으로 등장한 인터넷 광장은 본래의 광장이 그렇듯이 계급이나 위계, 우열 없이 자발적인 참여가 가능한 곳이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광장은 그곳에 모인 구성원들은 모두 평등한 관계라는 점을 전제로 성립하고 존재한다. 적어도 이곳의 군중들은 예속이나 억압에서 자유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인터넷 광장 이면에는 호도된 국민 여론과 조작된 민심이 자리한다는 혐의를 지우기 어렵다. 여기에 저속하고 악의적인 댓글이 익명의 가면을 쓰고 포털 광장을 배회한다. 전체 댓글의 80%를 차지하는 악플은 턱없이 많은 숫자 자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