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바로바로 드러내기란 쉽지 않다. 타인의 평가에 신경 쓰며 좋은 인상을 주고 싶다는 강박이 강할수록 웃는 얼굴 뒤에 상처받은 본모습을 숨기는 경우가 잦다. 이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다수 사람들이 매일 같이 경험하는 일상이다. 이처럼 누구나 어두운 자아 하나씩은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때문에 여행이나 다양한 취미생활로 스트레스를 풀며 감정의 찌꺼기를 해소하는 일은 중요하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해피 어게인’은 억눌린 감정이 임계치에 도달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이다. 우울감과 정
여러 학생들이 교사의 지도 아래 교육을 받는 공간이 학교다. 학교교육은 그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나뉘지만 기본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을 배우는 공간이다. 그러나 학년이 높아질수록 교육은 시험과 평가라는 항목을 통해 경쟁과 서열화의 잣대가 된다. 모범생의 정의도 성적이 기준이다. 그렇다 보니 점수가 낮은 학생들을 자연스레 관심에서 멀어지게 된다. 더 나아가 성적이 나쁘면 불량 학생으로 낙인 찍히기도 한다. 오늘 소개하는 주인공 ‘사야카’는 불량이란 말뿐 아니라 ‘쓰레기’, ‘뭘 해도 안 되는 애’라는 모욕적인 표현마저 들
국내 개봉 닷새 만에 2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조커’는 막강한 파급력으로 관객몰이 중이다. ‘배트맨’의 안티테제(Antithese, 적)인 조커는 코믹스 영화 최초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으며, 역대급 빌런의 탄생이라는 기대감도 한몸에 받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조커는 정의로운 영웅이 아니다. 혼돈과 증오로 응축된 광기의 캐릭터다. 다른 악당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무정형과 무질서의 아우라를 뿜어내는 독창적인 인물인 ‘조커’의 기원을 따라가다 보면 광기의 시작에 전율하게 된다.슈퍼 쥐가 창궐할 만큼 쓰레기가 넘쳐나는 고담
지난 5월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은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은 해에 값진 상을 받아 영광"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우리 영화의 시작은 1919년 김도산의 ‘의리적 구토’로 보고 있다. 이 작품이 공개된 10월 27일은 ‘영화의 날’이기도 하다. 의미 있는 100주년을 맞이해 영화계는 다양한 행사와 회고전을 준비 중이지만 상반기 한국 영화는 볼만한 작품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여름 극장가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1천만을 찍은 작품은 한 편도 없었으며, 100억 원 이상의 제작비로
자신이 되고 싶은 상상의 모습을 진짜 자아라 착각하는 심리 상태를 ‘보바리즘’이라 부른다. 1857년 소설 「보바리 부인」에서 유래한 이 용어는 감정적·사회적 불만족 상태가 빚어낸 헛된 야망이나 상상적 도피를 뜻한다. 신조어를 탄생시킬 만큼 유명했던 이 소설은 당시 풍기문란 혐의로 기소될 만큼 논쟁적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유부녀의 불륜을 소재로 한 자극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그 내면은 삶의 공허를 채우기 위해 욕망이 빚어낸 환상 속으로 도피하는 인간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영화 ‘마담 보바리(2015)’는 동명 소설을 영
새의 깃털로 날개를 만들어 하늘을 난 이카로스 신화에서도 볼 수 있듯 비행은 인류의 오랜 꿈이었다. 그리고 그 꿈은 1903년 라이트 형제에 의해 실현돼 이제 지구 반대편도 비행기만 타면 얼마든지 갈 수 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동경과 호기심은 지구 밖으로 확대됐는데, 1961년 최초로 우주 궤도에 진입한 유리 가가린은 ‘지구는 아름다운 푸른색’이라는 이야기를 전했으며, 1969년에는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역사적인 첫 발자국을 남기기도 했다. 둥그런 보름달과 함께 계수나무 아래에서 떡방아 찧는 토끼 이야기는 전래동화에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두 번이나 거머쥔 세기의 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은 수상의 영광을 안겨 준 ‘가스등(1944)’과 ‘아나스타샤(1956)’보다 영화 ‘카사블랑카(1942)’의 히로인으로 더욱 유명하다. 만인의 연인이 된 버그만은 차기작인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1943)’를 통해 아름답고 순결한 성녀의 이미지가 부각된다. 이후 수많은 작품에서 다채로운 캐릭터를 연기했음에도 보호본능을 유발하는 고결한 여인의 이미지는 일종의 꼬리표처럼 그녀를 따라다녔다. 반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180도 다른 버그만을 그의 영화 ‘오명(...
누구에게나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다. 국내든 국외든 체류지를 임의로 옮길 수 있고, 다양한 지역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기본법인 거주이전의 자유는 공공복지에 위배되는 경우 필요에 따라 제한될 수 있는데, 그 예가 전자발찌 부착이나 접근금지명령이다. 주로 성범죄자나 가정폭력, 아동학대, 스토킹 피의자들이 받게 되는 이 제한 조치는 범죄 가능성이 있는 자의 위치를 감시하거나 피해자 보호를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이 같은 대처는 피해사실이 확인됐을 때 가능하다. 단순한 심증이나 추측만으로는 함부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기 ...
2022년이면 탄생 60년을 바라보는 전설적인 작품이 있다. 24편의 시리즈를 이어가며 첩보영화의 교본이 된 007 시리즈는 음모를 꾸미는 배신자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스파이를 매력적인 캐릭터로 각인시키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이 시리즈는 여러 전설을 배출하는데, 그 중 최고봉은 바로 메인 캐릭터와 그를 연기한 주연배우들일 것이다. 다부진 체격과 기품 있는 수트 피트, 젠틀한 태도로 진한 남성미를 풍기는 제임스 본드 역할은 당대 최고의 섹시 배우들에 의해 완성됐다. 2006년부터 5편의 시리즈에 출연 중인 다니엘 크레이그는 젊...
장마와 연이은 태풍의 영향으로 주룩주룩 비 내리는 날이 잦았다. 비 오는 날 필수품인 우산을 고를 때 어두운 색상은 피하는 편이다. 우산의 목적이야 비를 맞지 않는 데 있지만, 이는 기본 요소인 만큼 컬러에 신경을 쓴다. 밝고 환한 우산이 머리 위에 펼쳐지면 흐린 날과 상관없이 화사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똑똑똑 떨어지는 빗방울 또한 음악이 돼 감상에 젖게 한다. 그래서일까. 여름 장마의 후텁지근함 대신 촉촉하면서도 달콤쌉싸래한 가을비를 닮은 영화 ‘쉘부르의 우산(1964)’이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20대 초반의 사랑이 으레 ...
‘여름에는 공포영화’라는 등식은 유년시절을 추억하게 한다. 한여름밤, 선풍기 몇 대로 온 가족이 버텨야 하는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린 채 한 많은 귀신들이 나오는 ‘전설의 고향’을 오들오들 떨면서 보곤 했다. 그 시절 가장 무서웠던 영화는 주말의 명화에서 방영한 ‘엑소시스트’였다. 우리 말로 퇴마사라는 제목처럼 구마 사제가 소녀의 몸속에 깃든 악마와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었는데, 무엇보다도 ...
오랜 여행이나 출장 끝에 집에 들어서면 내 집만큼 편하고 좋은 곳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가족이란 존재도 그렇다. 세상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들이지만 늘 함께 지내다 보면 그 가치를 망각하게 된다. 때로 우리는 타인이었다면 하지 않았을 배려 없는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주고 받는다. 그러나 서로 떨어져 지내거나 어려움에 처한 순간, 잊고 지내던 가족의 힘을 깨닫게 된다. 영화 ‘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나요’는 1903년을 배경으로 다복한 가정의 행복을 기리는 작품이다. 지역의 잘나가는 변호사인 스미스 씨는 1남4녀의 가장...
답답한 일이 있거나 오랜 고민에 대한 답을 찾고 싶을 때 목적지 없이 집을 나서는 경우가 있다. 갑갑한 마음에 길을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다 보면 조금은 생각이 정리된 나와 마주하게 된다. 이처럼 길은 무언가를 깨닫고 발견하는 과정의 메타포이다. 길을 무대로 전개되는 영화 장르를 ‘로드 무비’라고 한다. 여행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 장르에서 등장인물들은 길을 따라 이동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그 여정을 통해 어떤 자각이나 의미를 터득하게 되는 로드 무비는 ‘성장 영화’의 구성을 띠고 있다. 로드 무비 ...
"미안해." 쓰기도 발음하기도 어렵지 않다. 아이들끼리 싸우면 어른들은 으레 화해를 위해 서로 안아 주며 ‘미안해’라고 말하라고 한다. 어린 시절에는 그렇게 자의든 타의든 미안하다는 말을 어렵지 않게 하곤 했다. 그러나 어른이 돼 자신이 사과할 상황에서 쉽게 나오지 않는 단어가 바로 ‘미안’이다. 그래서 ‘유감’이다. ‘안타깝게 생각한다’와 같이 돌려 말하는 경우가 흔하다. 사과하는 입장에서는 ‘미안해’와 ‘유감이다’를 비슷한 의미라 생각하겠지만 자신이 사과를 받는 입장이 되면 알게 된다. 두 단어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유...
시대를 앞서 간 천재로 평가받는 작가 프란츠 카프카는 인간 존재의 불안을 날카롭게 통찰한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이다. 그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부조리한 상황에 내몰린 주인공을 다루고 있는데, 소설 「변신」에서는 벌레로 변해 버린 남성이 있는가 하면 「성」에서는 자신을 부른 곳에 절대로 닿을 수 없는 토지측량사 K를 그렸다. 작가는 이치에 맞지 않고 엉뚱한 상황에 빠져들어 뜻밖의 결론으로 향하는 인물을 통해 세계의 불균형과 인간 생애의 한계를 고민하게 한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심판’은 카프카의 동명 원작을 각색한 영화로 천재 ...
세계 영화사에서 1915년은 영화의 생일인 1895년 12월 28일만큼이나 중요한 시기로 거론된다. 최초의 장편 극영화 ‘국가의 탄생’이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해이기 때문이다. 탄생 초기 1분 안팎이었던 영화의 러닝타임은 19년 동안 20분 내외로 길어졌지만 단순한 스토리 속에 시각적 볼거리를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한 시간 이상의 영화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관객들이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도록 촬영과 편집, 연기 등의 영화적 요소들이 내러티브에 종속돼야 했다. 그래야만이 개연성 있는 영화적 현실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
대중음악계에서 그룹 방탄소년단이 삶을 위로하는 메시지로 전 세계 주류음악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면, 영화계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영화제의 최고 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그 어느 때보다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아 이룩한 뜻깊은 이번 수상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제가 어느 날 갑자기 한국에서 혼자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 김기영처럼 많은 위대한 감독들이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박찬욱·김지운·임상수 등 여러 영화인...
10년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22편의 히어로 영화를 선보여 왔다. 이 모든 연작들을 집대성하는 ‘어벤져스:엔드 게임’이 지난달 개봉해 국내외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2000년을 전후해 등장한 슈퍼 히어로들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우선 마블의 영웅만 하더라도 토르, 스파이더맨, 캡틴 아메리카, 블랙팬서, 닥터 스트레인지를 꼽아 볼 수 있으며, DC코믹스의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은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대표적인 히어로들이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블 스튜디오는 ‘엔드 게임’ 이후로도 새로운 히어로들의 다양한...
바바리코트와 선글라스, 담배와 입에 문 성냥개비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한 남성이 눈앞에 나타난다. 배우 주윤발이다. 표준 중국어 발음에 따르면 저우룬파(周潤發)라고 쓰는 게 맞겠지만, 저우룬파는 그 시절 전 국민이 열광했던 주윤발과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의 대표작 ‘영웅본색’은 주윤발의 매력을 대중에게 강렬하게 각인시킨 작품이자 1980년대 홍콩 누아르(범죄영화)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아시아 전역을 흔들었던 홍콩 누아르는 무협물의 현대 버전이기도 하다. 검 대신 쌍권총을, 도포 자락이 아닌 롱 코트를...
남자 아이에겐 분홍색을, 여자 아이에겐 파란색을 입히는 것은 어떨까? 안될 이유는 없지만 그 반대가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는 핑크가 여성의 색이라는 인식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분홍이 남성의 색으로 널리 활용되던 시기가 있었다. 서양의 경우, 에너지 가득한 붉은색을 남성적이라 인식했다. 때문에 옅은 레드 계열인 핑크색 또한 남성의 색으로 통했다. 동양권도 태양을 닮은 적색을 양기의 색이라 판단해 관복에 많이 사용했다. 조선시대 고위 관료의 의복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분홍 빛깔을 흔하게 볼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