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된 통닭집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오래 하는지 도통 모르겠어. 올해 임차계약이 끝나면 훌훌 털고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돌아보려 해. 갓 1년 동안 뼈 빠지게 고생하면서 못 가져 본 휴식시간을 가져 보고 싶을 뿐이야." 인천시 남동구 주공그린빌아파트 상가에서 2015년 7월부터 통닭집을 시작한 윤성봉(63)·박현자(59)대표는 처음으로 해 본 장사에서 값비싼 인생 수업료를 지불했다고 자평했다. "직업군인할 때는 몰랐었어. 퇴역 후 잠깐 일해 본 직장에서는 심한 갑질을 받아 마음고생이 컸지. 또 워낙 적은 급여로 버틸 수도 ...
"새해에는 아이들과 신랑, 저까지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건강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잖아요." 2008년 우리나라에 입국해 딱 10년 차 국내 생활을 하게 된 키르기스스탄 출신의 굴리야(Gulia·38)씨. 그는 새해 소망을 묻는 질문에 가족 모두가 건강한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건강한 한 해를 소망하는 이유에는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첫째 아이가 심장병을 않고 있어 항상 불안감 속에 생활하고 있다는 점이 녹아든 것이다. 새해 소망을 적어 달라는 주문에 키르키스어로 ‘모두가 건강하고 배 부른 새해, 성공하는...
"공주가 되고 싶다"는 세 살배기 나영이는 7남매(3남4녀) 중 막내다. 나영이네 가족의 새해 소망은 ‘화장실 2개 있는 단독주택으로 이사하는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도움으로 작은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 살던 나영이네는 ‘재개발’ 때문에 부랴부랴 지금 사는 곳으로 둥지를 옮겼다. 지난해 12월 17일 저녁. 나영이네 집 가스레인지에는 큰 냄비 2개에 김치찌개와 카레가 먹음직스럽게 끓고 있었다. 나영이 가족은 할머니 최순자(68)씨, 아버지 박종태(47)씨, 어머니 최정선(36)씨와 6명의 언니·오빠들까지 10명이다...
예전부터 택시를 ‘민심의 바로미터’,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했다. 각계각층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심을 알려면 택시기사를 하라는 이야기도 있다. 지난해 불거진 최순실 게이트로 어느 때보다 시국이 어수선한 이때, 새해를 맞아 의정부에서 10년째 택시 운전을 하고 있는 강귀선(60)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강 씨는 택시 차고지에서 근무 교대를 기다리던 중 손님들을 태우며 들었던 많은 이야기들만큼 오늘은 자신이 할 말이 많다고 했다. "보통 각양각색의 손님들 모두 각자의 사연이 있어. 취업 걱정하는...
지난해 12월 17일은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 탄핵 정국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데 날씨마저 꽁꽁 얼어붙어 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하필 왜 이렇게 추운 날 취재하러 왔어. 기자 양반도 참…." 전승호(59)씨는 빨갛게 얼어붙은 기자의 양손을 감싸 쥐더니 이내 어시장 입구의 ‘찻집(노점상)’으로 달려가 뜨거운 커피를 내왔다. 지난 30년을 한결같이 새벽 3시면 인천종합어시장(옛 연안부두어시장)의 한쪽 등불을 밝혀 온 ‘산전수전’ 다 겪은 ‘형제수산’ 대표의 마음 씀씀이는 이토록 정겨웠다. "경기, 뭐 경기랄 ...
누구보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해를 힘차게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인천도시철도 ‘톱콘’ 이동건(41)기관사다. 그는 ‘2016년 인천지하철 톱콘(Top-Con:Top Master Controller)’으로 선발됐다. 2000년부터 시작된 톱콘 선발대회는 인천교통공사가 근무성적과 전동차 운전 기량, 차량 고장 응급조치, 연구 발표, 이론 심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매년 1명씩 최고의 기관사를 뽑는 제도다. 이 기관사는 2009년 입사한 9년 차 기관사로 무사고 운전 20만㎞를 달성했으며, 지난해 첫 도전에서 최우수...
"소신 중 하나가 원칙을 지키는 것이죠. 기업이 수차례 위기를 겪으면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던 원동력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오늘날의 대한민국 현실은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김포시 월곶면에 위치한 주방용품 제조업체 ㈜세신산업의 여성 CEO 신경옥 대표의 첫인상은 ‘야무지다’이다. 이는 7전8기로 그가 이끌고 있는 기업의 역사와도 일맥상통한다. 두 번이나 공장이 불타는 위기 속에서도 씩씩하게 다시 일어났고, 어느새 수출 1천만 달러 업체로 자리잡았다. 신 대표는 미국 유학을 마치고 지난 6월 입사한 아들에게 기초부터 ...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다니던 직장을 뛰쳐나와 창업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하지만 기술과 경험, 그리고 열정이 가득했던 박연수(38)씨는 2011년 단돈 8천만 원을 가지고 화성시 팔탄면에 금형부품 가공업체인 ‘에스앤피(S&P)’를 설립했다. 현재 5명의 직원과 함께 연간 10억 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회사를 키웠지만 박 씨의 도전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화성시 팔탄면 서해로 ‘팔탄1산단’ 내 8동. 660㎡가량의 작은 공장이 박 씨가 꿈을 위해 매일매일 땀 흘리는 소중한 작업장이다. 어릴 때부터 기계 만지...
평택소방서 119구조대 김경용 소방교에게 2016년은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2015년 12월 발생한 서해대교 2번 주탑 화재 당시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화재를 진압해 소방사에서 소방교로 1계급 특진한 해이기 때문이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강풍 속에서도 100m가 넘는 주탑에 직접 올라가 화재를 진압해 2차 피해를 막은 5명 소방관들의 용기와 희생정신을 치하한다"며 "목숨을 아끼지 않고 남을 구한 분들이 진정한 영웅"이라며 치켜세웠다. 2016년 한 해가 저무는 12월 18일 ‘서해대교의 영웅’ 중 한 명인 김 소방교를 만나...
‘선한 도깨비’다. 반평생을 내버려진 혼혈아의 대부로 살아온 서재송(88·세례명 비오)옹을 만났을 때 든 느낌이다. 검은 베레모 밑으로 길게 뻗은 하얀 눈썹과 하회탈 같은 환한 표정에 아이처럼 맑은 눈망울이 빛난다. 서 옹을 만난 건 지난해 12월 초순 서울 광화문 거리에 수백만 개의 촛불이 켜지고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처리됐을 때다. 인천 중구 자유공원의 상징인 맥아더동상 곁에는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고, 그 곁에 노인 몇 분이 차가운 벤치에 앉아 장기를 두고 있었다. 격동의 한 세기를 살아온 ...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우리나라는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로 지금과 같이 국가 전체가 흔들리는 위기가 있었다. 그때도 우리 국민은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했다. 분명 이번에도 우리는 이 총체적 난국을 분명 지혜롭게 잘 헤쳐 나갈 것이다." 겨울 첫 한파가 찾아왔던 2016년 12월 15일 새벽. 칠흑 같은 어둠이 채 가시지도 않은 인천시 동구 화도진공원 주변에 이날도 빗자루와 노란색 바구니가 장착된 수레를 끌고 뼛속까지 에는 차디찬 새벽 공기에도 묵묵히 자신이 맡은 도로 청소를 쉼 없이 하고 있는 ...
"정치요? 저는 정치 잘 모릅니다. 다만 현 시국이 좋지 않고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정치하시는 높은 분들에게 바라는 큰 것이 있겠습니까?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바르고 정직하게 일을 해서 다시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달 9일 의왕시청 내에서 구두를 닦는 김정렬(57)씨는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김 씨는 "높은 지위에는 높은 책임이 따릅니다. 내가 구두를 닦다가 실수를 하면 손님...
"다음 대통령은 소수 국민들의 목소리를 잘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지도자들은 국민이 겪는 현실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대통령이라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약자의 사연을 들으려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2016년 12월 15일 인천시 서구 호정어린이집 7세 반 교실은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로 가득했다. 작은 책상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은 저마다 스케치북에 색깔을 칠하고 있었다. 그 속에서 능숙한 솜씨로 가위질을 하던 보육교사 김빛나(27·검단동)씨는 희망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힘주어 말했다. 김 ...
"모름지기 인생에 있어서 경험보다 더 좋은 선생은 없다고 봅니다. 아직은 신참 티를 벗어난 지 얼마 안 됐지만 형사과·수사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해 보고 싶어요. 시민 안전을 지키는 경찰이 되겠다는 초심은 물론 잃지 않겠습니다. 또 높은 직위로의 승진도 중요하지만 늘 떳떳한 경찰이 되겠습니다." 인천계양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박승명(29)순경의 새해 다짐이다. 이제 갓 3년 차에 접어든 경찰로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치 경험론을 주창한 영국의 철학자 데이빗 흄(David Hume)처럼 불완전한 자신의 한계를 넘기 위해...
"올해 수원시의 화두는 ‘청년 그리고 희망’입니다. 청년들의 꿈과 도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청년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신년인터뷰에서 "경기도와 서울시보다 젊은 도시인 수원시가 청년들의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밑돌’이 되겠다"고 밝혔다. 또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를 통해 수원의 아름다움을 세계인들과 공유하고, 수원을 국내 관광의 선진도시로 전환시키는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염 시장과의 일문일답. -2015년도 시정 운영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면. ▶2015년은 125만 시...
지난 한 해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에게 험난한 가시밭길을 맨발로 걸어온 것과 같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월호의 아픔을 치유하기도 전에 누리과정 예산이 모두 소진돼 보육대란을 막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냈고, 누리과정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악재가 경기도를 정면으로 덮쳐 대책 마련에 부단히 노력해야만 했다.각계각층의 노력 덕분에 메르스 여파가 잦아들자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난제로 떠오르며 이 교육감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굵직한 도내 교육계 사건만 해도 이 정도니 여기에 언급되지 ...
"인천교육 혁신은 교육감의 바람이기 전에 학교 구성원의 바람이란 것을 어느 한 행사에서 알게 됐습니다. 그 뜻을 잘 받들어 참된 인천교육 혁신을 이루도록 하겠습니다.""보편적 교육복지 실현과 행복한 인천교육은 관계 기관의 정치적 노름이 아닌, 오로지 우리 학생들만을 생각해야 이뤄질 수 있습니다."인천의 1호 진보교육감인 이청연(61)교육감은 2016년에는 모든 인천시민들이 행복한 인천교육을 위해 다같이 힘써 주길 바랐다.다음은 이 교육감의 일문일답. -지난 한 해 인천교육을 돌아본다면. ▶바쁜 한 해였지만, 인천교육의 희망을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불황의 늪에 빠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유독 돋보이는 국가가 있다. 독일이다. 유로존 국가들이 부러워하는 나라다. 독일의 비결은 무엇일까 궁금하다. 이 나라는 탄탄한 고용지표를 자랑한다. 제조업 경기 역시 확장세다. 독일의 실업률은 6.3%(2015년 11월 기준)로, 1990년 통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 또한 53.0을 기록해 강한 내수와 경기 호조세를 누리고 있다.우리나라는 전국에 360만여 개의 기업이 활동 중이다. 이 중 약 5%가...
세상은 ‘잘 해라’고 다그친다. ‘열심히 해라’는 다독거림에는 인색하다. 되레 최선(最先)은 중요치 않다며 깎아내리기까지 한다. 그 ‘잘 해라’에는 이미 옳고 그름에 대한 따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효율성의 논리를 추켜세울 뿐이다. 그러니 골목의 착한 가게와 빵집을 갈아엎고, 자본이 지배한 편의점과 베이커리가 아무 거리낌 없이 그곳에 들어서는 것이 아닌가! 사회는 ‘1등을 하라’고 채찍질한다. 도리와 이치의 깨달음에서 오는 ‘최고(最高)가 되라’는 북돋움에는 각박하다. 오히려 ‘대책 없는 희망, 무책임한 기대’ 쯤으로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