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나 여름 자동차를 몰고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을 달리다 보면 저만치 떨어진 도로 위에 물이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차가 막상 그 지점쯤 도달해 보면 물의 흔적은 조금도 없다. 다시 눈을 들어 앞을 보면 또 도로 위로 물이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신기루(蜃氣樓)이다. 신기루란 ‘대기 중에서 일어나는 빛의 이상 굴절로 나타나는 허상’을 말하지만, 일반적으로 ‘아무런 근거나 현실적 토대가 없이 가공의 사물이나 헛된 생각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말’로도 쓰인다. 요즈음 한국 사회에 이 신기루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거론...
지난 7월 7일 인하대학교 총동창회는 교가 지명 순례의 일환으로 작년 팔미도에 이어 월미도를 답사했다. 교가 첫 머리의 ‘월미 팔미섬을 감돌아…’의 섬들을 되돌아보면서 애교심과 애향심을 되살렸다. 각 지역에서 생활하는 1958년 학번 선배를 위시해서 250여 명이 참석했으니 이 행사의 의미가 남달랐던 것은 틀림없다. 1953년 2월 인하대학 ‘발기취지서’에 MIT와 같은 명문대학으로서, 인천과 하와이의 앞 글자를 딴 ‘인하’를 교명으로 한다고 명시한 이래 1954년 4월 24일 첫 신입생 입학식을 거행했으니, 그날이 지금까지 ...
국민적 스트레스 문제 중 미세먼지 문제는 실질적으로 생활 속의 대표적인 불편사항으로 등장하고 있어서 더욱 해결방법이 중요하다.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각종 대책이 발표됐고 본격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가시적으로 국민이 느끼는 대안은 아직 매우 미흡하고 국민들도 못 미더워하고 있다. 더욱이 대통령 공약 사항으로 직속 위원회를 둬 근본적인 해결을 한다고 했으나 결국 환경부 산하로 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다른 부처 간의 조화 등이나 컨트롤 타워로서의 한계는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미세먼지 문제는 단순히 자동차 등 한 가지만의 문제가...
다산 정약용은 많은 저술을 남겼다. 500여 권의 방대한 양이다. 게다가 상투적이거나 미사여구를 사용한 글은 없고, 내용은 깊이가 있다. 동양에서 개인 저작으로는 그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글을 지을 수 있었던 것은 한순간 한 장면들의 삶의 흔적을 모아 역사로 만들겠다는 정약용 선생의 기록 정신이 발휘된 것이라 하겠다. 정약용 선생에게 한 개인의 역사로서, 삶의 흔적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 사고를 하도록 하고 새로운 글쓰기 목적을 부여한 사람이 있었다. 15세에 결혼을 한 뒤 부친이 관직에 ...
‘일본을 보면 우리의 10년 후 모습이 보이고, 중국을 보면 우리의 10년 전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말이 설득력을 가진 때가 있었다. 몇 가지 사회적 특성을 제외하면 오늘날에도 무리 없이 공감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세 나라 모두 성장론, 발전론에 목매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그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차이가 작지 않다. 일본은 전후 오랫동안 고도성장으로 번영을 누린 탓인지 시민들이 성장하지 않는 사회를 이해 못 하고, 중국은 170여 년 전 아편전쟁 이후 국가 부흥의 꿈을 잊은 적이 없었기에 국민들은 웬만한 불...
"여행의 목적은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얻는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창작한 마르셀 프루스트가 한 말이다. 특별히 이번 여행에서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던 대작가의 말이다. 여행은 설렘을 주고 마음을 힐링하게 하고 새로운 경관에 취해 행복을 주지만 여행지에서 보고 만나는 풍경과 사람을 보면서 깨달음의 자각을 얻어가는 시간이 있어서 소중한 것 같다. 11시간이 넘는 하루의 반을 소비한 긴 비행 후에 도착한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서다. 여행객을 태운 전세버스가 잠시 멈춰 설 곳을 찾던 중에 앰뷸런...
요즈음 자유한국당은 6·13지방선거에서 국민들로부터 민심이탈의 사형선고를 받고 위기 속에서도 재창당이란 절호의 기회를 갖고 있지만, 이마저 거부하는 한 줌도 안 되는 일부 당권을 쥔 세력들의 저항으로 개혁의 길을 가고 있질 못하다. 그렇지 않아도 언론이 과연 공정한 보도를 하고 있는가라는 의구심이 들고 있는 정치사회 환경에서 당(黨)의 모습마저 흩뜨러져 민심의 버림을 받고 있는 형국이니 답답한 맘을 어디에 둘지 더 답답한 맘이다. 실타래처럼 꼬인 복잡한 당내 구조를 뒤로하고, 7월 4일 당내 현역의원, 당협위원장, 책임당원들의...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무릇 선거는 그 과정이나 결과를 놓고 쉽게 조용해지기 어렵지만, 특히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우리 주권자들의 시대적 변화 요구는 당선인들에게 그들이 밝힌 공약(公約)이 결코 공약(空約)이 아님을 입증하라는 엄중한 과제를 남겼다. 우리 손으로 선출한 그들이 4년 후에도 지역의 참된 일꾼으로 기억되길 기대한다. 지방선거는 지방자치에 기초하며, 지방자치는 지역의 일을 주민 자신이 처리한다는 민주정치의 기본 요구에 기반을 둔다. 우리나라는 올해까지 일곱 번의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주민생활 중심의 지방분권...
폴 파머(Paul Farmer)는 미국 출신으로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과 동 대학원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은 의사이자 인류학자다. 그는 전염병 전문가로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질병 치유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보건과 인권은 물론 불평등한 사회구조에 대한 문제점을 저서를 통해 고발했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진료 및 건강권 증진을 위한 ‘건강의 동반자’라는 민간기구의 창립멤버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권력의 병리학」 이라는 저서를 통해 불합리한 사회 구조를 비판했으며 이에 따른 대안을 마련해 발표하기도 했다. ...
입사동기인 두 사람이 2년이 지나 승진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입사동기에서 이제는 경쟁상대가 된 겁니다. 한 사람은 자신만만했습니다. 그는 사소한 일로 시간을 허비하곤 했습니다. 자기 일도 아닌 서류함을 청소한다며 늦게 퇴근하기도 하고, 아침마다 다른 사람들이 마실 커피를 준비하곤 했으니까요. 그래서 무엇이 중요한 일인지도 모르는 무능한 사람이라고 믿었던 겁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휴직계를 내고 사라졌습니다. 부인의 병간호를 한다면서 눈물까지 흘리며 떠나는 그를 보며 직원들은 혀를 끌끌 차며 속삭였습니다. "저 친구 ...
지난 6월 14일 제8차 남북 장성급회담이 2007년 12월 이후 11년 만에 북측 판문각에서 열렸다. ‘4·27 판문점 선언’의 신속한 이행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남북 군사접촉으로 볼 수 있다. 남북 장성급회담의 공동보도문을 살펴보면 우선 쌍방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제반사항을 협의했고, 군사적 충돌 원인이 돼왔던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는 문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조성하는 문제, 남북 교류협력과 왕래 및 접촉에 대한 군사적 보장대책을 수립하는 문제...
주 40시간을 넘겨 휴일에 근무하더라도 8시간까지는 연장근로가 아니므로 휴일·연장근로수당을 중복 가산한 통상임금의 200%가 아니라 휴일근로수당 150%만 지급해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다수 의견 8명, 소수 의견 5명).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6월 21일 성남시 환경미화원 37명이 2008년 경기도 성남시를 상대로 낸 휴일근로 중복가산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처음 소송이 제기된 지 10년, 대법원에 상고된 지 6년 6개월 만이다. 오랜 고민 끝에 나온 판...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에 평화 무드를 조성해 나가고 있다. 동북아시아에 바야흐로 좋은 이웃 관계가 곧 도래할 듯이 보인다.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국내 경제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아직도 저성장과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는 형국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웃 관계가 있다. 우선 일본은 그동안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았다. 대화와 협상이 펼쳐지고 있을 때도 대북제재 대오를 흩트려서는 안 된다고 했었다. 그렇다고 대북 강경책을 일관되게 주장한 것도...
#‘습지‘도 ’경제상품’이다. ‘생물의 보물창고’, ‘바다의 콩팥, 지구의 콩팥’ 등은 모두 습지를 표현하는 단어다. 습지는 하천, 연못, 늪 등 습한 땅이자 자연적인 환경에 의해 항상 수분이 유지되는 곳으로 크고 작은 생물이 다양하게 출현하는 생태계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습지는 지역의 이미지를 높일 뿐만 아니라 지역의 경제성에도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 습지를 하나의 경제상품으로 가치화시키는 작업을 활발하게 전개시키고 있다. 일본과 호주, 홍콩 등은 지자체가 직접 지역의 습지를 경제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발 벗고...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인이 6월 26일 "신공항 건설을 위해 부산·울산·경남(부·울·경) 공동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고 밝히고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동남권 관문 공항에 걸맞은 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말하는 ‘신공항’은 ‘부산 가덕도신공항’을 가리키는 거다. 즉각 반발하고 나온 자유한국당 소속의 권영진 대구시장은 "가덕도신공항은 불가능하고 비상식적인 일"이라며 "이를 뒤집고 재추진하는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잘라 ...
"아버님, 살려주옵소서." 죽음의 냄새가 물씬거리는 뒤주의 귀퉁이를 부여잡고 갇히기를 거부하는 사도세자의 처절한 절규였다. 왕과 세자 군신 끈으로는 죽음의 엄습을 피할 길이 없기에 부정(父情)에 매달린 자식의 마지막 애소(哀訴)였다. "노비의 세금을 반으로 감하라" 했던 애민의 군주 영조는 피붙이의 정을 모질게 끊고 야합의 권력을 좇았다. 나이 마흔둘에 얻은 아들을 옅은 조각 빛조차 스미지 않는 좁은 뒤주에 가뒀다. 스물일곱의 아들은 아비의 불호령에 물 한 모금 들이키지 못했다. 초여름의 더위와 굶주림에 신음하기를 여드레, 사...
최근 자동차의 부품 수는 약 3만 개에 이른다.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과학의 총합체라 할 정도로 모든 기술이 모였다고 할 수 있다. 환경과 안전, 편리성 등 요구 조건이 늘면서 더욱 복잡하고 유기적으로 동작되다 보니 이제 자동차는 사용하기는 편하지만 고장 등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대상이 됐다. 문제는 이렇게 복잡한 자동차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운영상 문제점을 얼마나 메이커가 잘 대처해 주는가도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차 구입 후 문제가 발생하면 큰 비용에 안성맞춤 서비스가 기본으로 작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상...
아들은 아버지가 매일 밤 노트에 무엇인가를 적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집안 식구 어느 누구도 아버지가 무엇을 적는지를 몰랐습니다. 돌아가신 다음에야 아들은 노트를 열어볼 수 있었습니다. 노트에는 가족들 이름과 아버지 친구들의 이름, 그리고 낯선 사람들의 이름만이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궁금해 하는 아들에게 어머니가 말해 줍니다. "아버지는 매일 밤 한 사람씩 이름을 불러가며 조용히 감사의 기도를 올리셨단다." "이 사람들이 누군데요?" "아버지에게 상처를 안긴 사람들이란다. 아버지는 매일 밤 그들을 용서하는 기도를 ...
지난해까지만 해도 꽁꽁 얼어붙었던 동토(凍土)의 땅이었던 한반도에는 해를 넘기면서 과거에는 미처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의 급격한 변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바야흐로 정치체제와 이념의 차이를 뛰어넘어 전세계 국가들이 ‘자국(自國)의 실익(實益) 확보’라는 목표를 향해 교류하고 협력하는 ‘유무상통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 지구상에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고도(孤島)’로 간주됐던 북한에서 제3대 절대권력 세습자로 자리를 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 7년차 만에 국제무대에 등장한 것은 실로 놀라울 만한 ...
# 4차 산업혁명 시대 지금 현재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정의와 진행 과정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이 알고 있지는 못한 듯하다. 제1차 산업혁명은 제임스 와트(1736~1819)의 증기기관에서부터 발전한 영국의 면직물공업 발전이 도화선이 됐고, 제2차 산업혁명은 당시까지 후발국이던 미국의 토마스 에디슨(1847~1931)에 의한 전기, 자기의 발전으로 선진국 도약의 계기가 됐던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의 원천기술은 프랑스가 개발한 것을 와트가 개량해 보급한 역사 코드가 숨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