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도소리 들리는 볏가리마을 작은 파도소리와 함께 벼 수확이 한창이다. 필자와 체험단이 찾은 곳은 충남 태안의 볏가리마을이다. 서해와 가로림만 사이에 길게 뻗은 이원반도에 자리 잡은 이 마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체험마을 중 하나다. 얼핏 보면 들녘이 많아서 전형적인 농촌마을 같지만, 솔숲 뒤로 너른 개펄이 펼쳐져 파도소리 들리는 갯마을이다. 추수가 끝난 뒤의 논에 볏가리를 세우는 풍속이 남아 있어 ‘볏가리마을’로 불린다. 농촌의 정겨움과 어촌의 낭만을 두루 체험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특히 바다는 연중 체험이 가능해 ...
구례 섬진강변에도 한가위가 다가왔다. 연어가 자신의 고향을 되찾아가듯 추석이 가까워지자 섬진강 사람들도 손님맞이 준비에 분주하다. 하지만 올해는 추석 연휴기간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 숫자가 다른 때보다 크게 늘었다고 한다. 차례 대신 여행으로 추석 연휴를 보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외여행 일정이 몸과 마음을 충전할 만큼 느긋한 스케줄은 아니다. 대부분 주어진 일정 속에서 더 많은 장소를 더 빨리 관광을 하기 위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다반사다. 물론 ‘빠름’은 오늘날 현대문명 코...
# 축복받은 땅 ‘유토피아 마을’ 유토피아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한 토마스 모어는「국가 중 가장 좋은 국가와 유토피아라는 새로운 섬에 관하여」라는 책을 1516년에 출간했다. 이 책의 서시(序詩)에서 ‘유토피아는 지리적 역사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그 곳은 좋은 곳’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는 본래부터 ‘없는 곳’ 과 ‘좋은 곳’이라는 이중의 의미를 지닌다. 토마스 모어는 「유토피아」라는 소설에서 농산촌은 도시가 가질 수 없는 매력이 많은 까닭에 ‘축복받은 땅’ 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를테면 농·산촌에서 2년을 지낸 사람은 ...
# 쓸모없는 풀은 없다 농촌에선 잡초와의 전쟁이 필수다. 잡초는 아무데나 잘 자란다. 뽑은 뒤 얼마 되지 않아 단물을 먹은 듯 쑥쑥 자라난다. 그렇다고 잡초를 그냥 놓아둘 수는 없다. 뽑지 않으면 어느새 텃밭이 잡초밭이 되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잡초 같은 인간이란 말이 생겼을까. 이런 잡초는 농작물의 성장에 필요한 양분과 수분을 빼앗을 뿐만 아니라, 빛과 통풍을 차단해 농작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심지어는 병충해를 일으키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저 잡초라고 전부가 해롭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발에 채이고, 제초제로 사라져...
#. 십장생마을의 숨은 자원 찾기 십장생을 주제로 마을의 비밀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 있다. 전북 정읍시 산내면 능교리 십장생마을이다. 이곳에 가면 해와 달, 산과 내, 거북과 학, 사슴, 소나무, 영지버섯 등 십장생을 모두 볼 수 있다. 또 매화, 감잎, 연잎, 구절초, 녹차 등을 한꺼번에 마실 수 있는 보기 드문 마을이다. 마을 뒤로는 운주산과 감투봉이 있다. 산 아래 좌우로 논과 밭이 있으며 그 사이로 냇물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형 산촌마을이다. 십장생마을 주민 중 천주교 신자가 대부분이다. 1866년 병인박해 때 이...
# 하늘역 닮은 간이역 보통 기차역은 하늘역과는 달리 시끄러움 속에서 버티고 있다. 옷을 벗은 사람들이 사는 하늘역은 조용한데, 옷을 입은 사람들은 옷 속을 온통 말로 채우고 다니는지 재잘거림에서부터 고함소리에 이르기까지 하늘역과는 사뭇 다르다. 특별히 김유정역은 하늘역을 닮았다. 춘천의 조그만 간이역이지만, 방문객이 많은 편이라 시끄러울 것 같지만, 김유정 향수에 젖어서 그런지 조용하지만, 마음이 즐겁고, 소박하며 넉넉한,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김유정역이 위치한 춘천시 신동면은 춘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 산...
# 병원도 ‘친환경 식탁혁명’ 병원 인테리어는 몇 년 전까지 자연주의적 휴머니즘 개념이 한창이었다. 식물을 소품으로 공간 곳곳에 배치하고 초록색 자연 색깔을 가진 인테리어를 건강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분위기로 연출했다. 요즘은 더 나아가서 환자의 건강밥상까지 책임지는 병원이 생기면서, 친환경 식탁혁명이 이뤄지고 있다. 즉, 병원 내 식물공장을 설치해 직접 재배한 친환경 농산물을 환자에게 제공한다. 이는 앞으로 점차 치열해질 병원 마케팅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비법이기도 하다. 식물공장이란 IT를 최대한 활용해 실내에서 농사를 ...
# 농촌관광시스템의 선진조직화 필요 매년 농촌인구는 줄어들지만, 고학력자의 귀농은 증가하고 있다. 근래 농촌으로 이주하는 고학력자가 많아진 것은 농촌의 소득 여건이 여전히 도시에 비해 떨어지는 점에 비춰 경제적 이유보다는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위한 생태형 귀농이 많아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더불어 농촌지역도 교통여건이 많이 개선돼, 농촌에서 전원생활을 즐기면서 도시로 출·퇴근하려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가봤던 농산어촌 중에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마을로는 충남 태안 볏가리마을, 강원도 봉평 수림대마을, 충북...
은행 365코너의 현금봉투는 왜 빨리 없어질까? 도로가에 심은 살구나무의 살구는 왜 익기도 전에 모두 사라지는 것일까? 섬진강의 쏘가리를 마구잡이로 포획해 멸종되는 일은 왜 발생할까? ‘공유’와 ‘공용’이라는 말이 붙는 순간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은 달라진다. 자신의 집 컴퓨터는 조심스럽게 사용하면서 도서관 컴퓨터는 쉽게 사용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 이러한 궁금증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고 한 학자가 있었으니 바로 ‘가렛 제임스 하딘’(Garrett Hardin, 1915~2003)이다. 생물학 교수였던 ...
# 명품 ‘섬’은 휴식과 힐링의 원동력 완도군이 명품섬과 해양자원을 활용한 500만 관광객 시대를 선포했다. 감성적인 관광 마케팅을 통해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된 소안도와 생일도를 휴식과 힐링의 명품섬으로 관광 자원화한다고 한다. 또한 윤선도 원림의 옛길 복원은 물론,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청산도에 있는 범바위를 스토리텔링화해 개발하고, 슬로 걷기 축제를 생산적으로 운영한다는 생각이다. 남해군은 연평균 7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을 ‘힐링아일랜드 21세기형 보물섬’을 조성한다. 바다를 끼고 있는 우수 자산인 반농반어촌의 특...
# ‘오늘 그리고 우리들’ 중에서 사회가 더 복잡해지고, 매 시간 민감한 상황 속에 얽매어 사는 현대인들은 도심 속의 바쁜 생활에서 벗어난 안빈낙도를 꿈꾸게 된다. 이는 ‘오늘 그리고 우리들’이라는 다음 글을 보면 욕구가 더 강해질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더 높은 빌딩과 더 넓은 고속도로를 갖고 있지만, 성질은 더 급해지고 시야는 더 좁아졌습니다. 돈은 더 쓰지만 즐거움은 줄었고, 집은 커졌지만, 식구는 줄어들었습니다. 일은 더 대충 대충 넘겨도 시간은 늘 모자라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줄어들었습니다. 약은 더 먹지만...
# 우리 농촌은 오래된 미래 5월이다. 철쭉과 라일락, 장미도 활짝 피어났다. 꽃망울을 보면, 여름에 울창해진 숲보다 더 큰 힘을 느낀다. 그 힘은 새봄의 꽃샘추위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이겨낸 감춰진 힘이다. 외유내강의 녹색 속에는 여름과 가을이 같이 있고, 희망과 미래가 함께 공존한다. 우리 농촌도 긴 겨울과 새봄을 지나 계절의 여왕 오월을 맞는 중이다. 그동안 배고프고 힘들었지만, 농촌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힘이 축적돼 왔다. 그래서 농업은 오래된 산업이자, 새로운 미래 산업이다. 사실 우리 농촌의 모습은 우리 국민...
# 아름다운 모범 농부철학자 ‘피에르 라비’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는 한국 농촌의 자화상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당시 거대 자본에 의한 기계식 산업이 불러온 재앙에 대해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유럽과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환경운동가 피에르 라비는 인간과 대지를 연결하는 한 농부 철학자의 삶과 사상을 담고 있다. 그는 생명농업의 선구자, 농업과 생태학을 연결한 농부, 땅을 지키는 철학자, 미래의 씨앗을 뿌리는 농부 등 수식하는 단어가 많다. 그는 1939년 아프리카 남부의 케낫사 오아시스에서 태어났다. 프랑스인 부부에게 입양됐...
# 겨우내 움츠렸던 소화기를 풀어줄 주인공 봄나물 베란다 정원에 봄나물의 향연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냉이가 나오더니 작년에 심은 방풍나물이 쑥쑥 올라온다. 방풍나물은 한겨울에도 순이 마르지 않는데 특유의 향을 좋아해서 심어 봤는데 기대 이상이다. 이렇게 해마다 돌아오는 봄이지만 반갑기만 한 계절 봄, 겨우내 움츠렸던 소화기를 풀어줄 나물 캐기가 한창이다. 옛부터 우리의 부모님들은 3월에 눈이 녹으면 길가 둑에 파릇파릇 돋아나는 쑥의 새싹을 캐내 쑥국을 끓인 후 집안의 모든 식구들에게 먹게 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조상 대대...
# ‘농촌 어메니티(rural amenity)’의 매력 최근 은퇴했거나 은퇴가 임박한 베이비부머만 700만 명이 넘는다. 이들 중에는 요즘 ‘도시의 동네’에서 ‘농촌의 마을’로 탈출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도시생활에 싫증을 느낀 나머지 도시탈출을 꿈꾸고 있다. 아마도 농촌의 휴양적·심미적 가치를 제공하는 농촌자원에 관심이 많아서일 것이다. 농촌은 도시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초원에서 느끼는 여유와 아늑함, 이웃사촌의 정겨운 인정이 있다.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 푸른 전원과 물안개 등과 같은 전통자원도 ...
경칩이 다가왔으니 봄이 어김없다. 겨우내 숨죽여 개화를 준비해온 봄꽃들이 야단이다. 남쪽의 산자락은 아직 잔설이 남아 있지만 산 속의 영물인 고로쇠나무는 지금 한바탕 몸살을 치르고 있다. # 지리산 속의 영물-고로쇠나무 봄은 계절의 여왕답게 축제도 많다. 꽃을 주제로 한 축제, 먹을거리를 주제로 한 축제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 중 지리산 자락에서 매년 3월에 열리는 대표적인 축제가 산청 고로쇠축제와 구례 산수유축제다. 고로쇠는 통일신라 말 도선국사가 도를 닦는 도중 이른 봄 득도에 이르렀으나 무릎이 펴지지 않아 나무를 잡...
# 향기마케팅 전성시대가 온다. 지난주 서울미술관 기획전으로 열리고 있는 ‘비밀의 화원’ 전시관에 가본 적이 있다. 전시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향긋한 풀내음과 함께 프리지어 꽃향기가 코끝을 유혹한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시각적인 영감에 코끝으로 느껴지는 향기가 더해져 감동이 더욱 배가된 느낌이다. 이른바 향기마케팅 전략이다. ‘향기마케팅’은 후각을 자극해 제품 구매를 유도하거나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감성마케팅이다. 호텔에서도 향기마케팅은 활발하다. 메리어트호텔 서울은 ‘JW 글로벌 향기’ 프로그램을 통해 머...
# 식량문제의 현실적 차원 식생활 패턴에 있다. 곡식을 직접 먹는 식생활은 고기나 우유를 먹는 식생활에 비해 곡물소비에 큰 차이가 난다. 실제로 쌀로 밥을 지어 먹는 동양의 식생활은 곡물 절약적이지만, 곡물을 가축에게 먹여 고기를 먹는 서양의 식생활은 곡물 낭비적이다. 사실 고기를 먹는 인구의 증가는 식량문제를 악화시키는 큰 원인이 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는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수요와 공급 요인에 더 집중해왔다. 그래서 가난한 나라에 대해서는 식량이나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달러를 원조하기도 하고, 또 인구 억제정책과 곡...
어린 시절 설날이 가까워지면, 서울로 돈 벌러 간 가족이 어떤 선물을 사올까 하는 기대감에 밤잠을 설친 기억이 있다. 당시의 선물은 종합선물 세트나 새 고무신, 의복 등이었다. 또래끼리 이 골목 저 골목 몰려다니면서 선물 자랑하느라 온 동네가 떠들썩했다. 올 설에도 우리 전통식품으로 선물하자는 문구가 여기저기 눈에 들어온다. 전통식품 베스트에 들어간 업체들의 제품 추천도 있고. 순수 농산물로 만들어진 제품들을 선물하자는 캠페인도 전개되고 있다. 이처럼 설 연휴는 그나마 농산품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확실한 기회다. 이...
#희망을 의미하는 닭의 해 닭은 새 아침과 시대의 시작을 알린다. 때마침 정유년(丁酉年)은 닭의 해다. 그것도 60갑자 중에서 34번째에 해당하는 붉은 닭의 해다. 닭은 오래전부터 우리 선조들이 길러 온 가축으로 우리에게 친숙하고 가까운 동물 중 하나다. 닭은 시간으로는 오후 5시~7시 사이를 가리켜 예로부터 어둠 속에서 새벽을 알리는 닭을 우리 조상들은 빛의 전령,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 여겼다. 그런데 최근 닭 농가에게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다름 아닌 동물복지개념이다. 매번 되풀이 되는 조류 인플루엔자에 맞서기 위해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