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택시를 타거나 이발소에 가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물론 그 얘기가 모두 객관적인 근거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손님이 피곤할 때는 소음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그럴듯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여러 사람들 사이에 자주 오르내리며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더욱이 어떤 경우는 그들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구체적이며 사실적이다. 필자는 한 국제도시에 거주하지만 다리를 건너 원도심에 있는 이발소에 다닌다. 왜냐하면 이곳은 저렴할 뿐만 아니라 사장님
인천시에는 수많은 섬들이 있다. 인천의 섬들은 각각 서로 다른 이미지로 우리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섬은 여러 가지 상징적 의미를 나타낸다고 한다. 융에 의하면 섬은 무의식을 표상하는 바다의 위협적인 공격으로부터 인간을 지켜 주는 피난처, 바꿔 말하면 의식과 의지를 상징한다고 했다. 동시에 섬은 고립과 고독, 죽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오디세우스를 유혹한 바다의 요정 칼립소의 이야기가 암시하듯이 섬이 환기하는 신성은 장례 의미를 내포한다. 이외에도 축복의 섬, 행복의 섬으로 환기되는 지상 낙원(유토피아)을 상징하기도 한다.우리 민족의
인지심리학 용어인 ‘초두효과’는 말 그대로 처음에 뇌에 입력된 정보가 나중에 입력된 정보보다 기억에 잘 남는다는 소리다. 처음에 입력된 정보가 긍정적이면 나중에 입력된 정보도 일관성 있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반대로 처음에 입력된 정보가 부정적이면 나중에 입력된 정보도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처음에 들은 정보와 나중에 들은 정보가 반대되는 것이라도 뇌는 나중에 들은 정보를 기억을 잘못하고 무시한다. 그만큼 첫인상이 주는 힘은 크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도시가 어디냐고 물어보면 군산을 뽑는 사람들
설화는 일정한 줄거리를 지닌 서사적인 이야기로 구전문학(口傳文學)의 한 갈래이다. 기본적으로 설화는 허구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와는 차이가 있다. 역사는 사실을 기록한 것으로 인식되기에 대중들로부터 신빙성을 얻는다. 하지만 신빙성만으로는 대중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 대중들은 그 신빙성에다가 재미를 유발하는 어떤 요소, 즉 허구적인 내용이 가미됐을 때 흥미를 느끼게 된다. 다음은 신라 제22대 국왕인 지증왕과 관련한 「삼국사기(三國史記)」와 「삼국유사(三國遺事)」의 기록이다. "왕비는 박씨(朴氏) 연제부인(延帝夫人)
‘e-Book’은 "기존에 종이책으로만 보던 책들을 컴퓨터 통신이나 인터넷에서 책 전문을 PDF 형태의 파일로 내려받아 PC나 개인 휴대 단말기(PDA) 형태의 기기 화면에서 편리하게 이용하는 콘텐츠"를 말한다. 흔히 ‘전자책’이라고도 한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전자책’은 표제어로 올라 있으나 ‘e-Book’(‘e북’으로 표기)은 등재되지 않은 단어다. 관련된 낱말로 ‘오디오북’이 있는데, 우리말샘에는 "귀로 듣는 책. 시디나 스마트폰, 엠피스리 따위의 기기나 인터넷을 활용해 들을 수 있다"고 설명돼 있다. 사전의 설명으
최근 작년 9월에 인천문화재단에서 진행한 2020 인천문화 지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인천문화지표 조사는 2004년을 시작으로 4년마다 실시되고 있으며, 인천 문화환경 변화 양상과 추이를 진단하고, 문화정책의 효과 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되는 중요한 연구 조사이다. 2020 인천 문화지표 조사는 크게 문화지표 조사와 문화수요 조사로 구성돼 있으며, 특히 코로나19를 고려한 항목을 추가해 인천시민의 문화생활 실태와 수요를 조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 걸쳐 시민들의 여가활동 및 문화예술 활동 경험과 만족도에 대해 조사해
탄핵을 받아 계양부사로 부임하던 이규보가 조강을 건너면서 지은 「조강부(祖江賦)」가 있다. 정우 7년 4월에 내가 좌보궐(左補闕)에서 탄핵을 받고 얼마 후에 계양으로 부임하는 길에 조강을 건너려고 했다. 이 조강은 본래 물결이 빠르고 세찬데다 마침 폭풍을 만나 온갖 곤란을 겪은 후에 건너게 됐다. 그래서 이 부(賦)를 지어 신세를 슬퍼하고 끝내 마음을 스스로 달랬다. 조강은 한강과 임진강이 합류한 수역(水域)을 가리킨다. 조강의 물이 서쪽으로 흘러 강화의 갑곶(甲串)에 닿고 그것이 제비꼬리 모양으로 교동과 염하 쪽으로 갈라져 각각
학교에서는 새해를 세 번 맞이한다는 말이 있다. 양력과 음력 설을 보내고, 3월이 되면 새 학년도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그래도 4월이 아닌 3월에, 입학식 및 시업식을 거행할 수 있었다. 물론 전교생 모두가 한자리에 모일 수는 없었지만, 한 학년이라도 학교에서 만날 수 있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2021학년도를 시작하게 됐다. 그렇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정상적으로 안전하게 학사 운영을 진행할 수 있을지 노심초사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보다 더욱 준비된 상태에서 학사
2021년도 3월로 들어섰다. 3월은 봄이 왔다는 말과도 같은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입학과 함께 새로이 학년을 시작하기 때문일 것이다. 봄기운을 시새움하듯 3월 첫날, 아침부터 하염없이 비가 내리더니 저녁에는 눈으로 변했다. 하지만 시간은 거스르지는 못하는 법, 아침 해가 뜨면서 다시금 봄기운이 몸을 감싸고 있다. 답답한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했던 2월, 인천을 배경으로 한 음악 둘이 반갑다. 하나는 2월 초 ‘인천 콘서트 챔버’에서 발표한 ‘인천근대양악열전’이다. 다른 하나는 지난 24일 인천시립합창단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
바이러스는 남녀노소, 지역, 인종, 이념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감염된다. 그래서 평등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바이러스 감염 경로와 수준, 치료 접근성과 효율성, 생존 방식 또한 평등할까? 지난 2월에 방영된 EBS 다큐프라임 ‘포스트 코로나’ 제5부 ‘코로나19 이후, 세상은 평등해질까?’는 적나라한 현실 상황을 보여줬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감염병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는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에게 먼저 다가온다. 어둡고 좁은 갑갑한 집에서 창문만 쳐다보고 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떤
누정(樓亭)은 생활공간과는 별도로 만들어진 곳으로 경관 조망·휴식·독서·친교·유흥·안보 등 목적으로 세워진 건축물을 지칭하는 용어로, ‘루(樓)’와 ‘정(亭)’이 합쳐진 말이다. ‘정자(亭子)’라는 명칭으로 통용되는 ‘정’은 단층 구조이며, ‘누각(樓閣)’이라고도 하는 ‘누’는 이층 구조이다. 그러므로 ‘정’에 비해 ‘루’가 조금 더 큰 규모라고 할 수 있지만, 구조적인 면에서는 대동소이하다. 그 외에도 높은 곳에 세워지는 ‘대(臺)’나 수면에 걸쳐 지은 ‘사(사)’ 등도 누정의 범주에 포함할 수 있다. 이처럼 누정은 다양한 명칭과
랜선(LAN線)이라는 말은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에 등재된 단어다. 국립국어원에서 2016년에 개통한 개방형 사전인 우리말샘에는 ‘랜선’을 포함해 여러 단어가 올라있다.‘랜선(LAN線)’의 첫 번째 풀이는 ‘랜을 구성하는 데 쓰이는 연결선’으로 돼 있고, 두 번째 풀이는 ‘현실 공간이 아닌 온라인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풀이돼 있다. 그런데 이 ‘랜선’이라는 말과 결합한 다른 말들도 올라있어 눈길을 끌었다.그중 눈에 띄는 단어들은 ‘랜선 남친/여친’, ‘랜선 이모/조카’, ‘랜선 집사’, ‘랜선 회초리질’ 등이었다. ‘랜선
고려가요 ‘쌍화점’에 "쌍화 사러 가고 신대 회회아비 내 손목을 쥐어이다"라는 대목이 있다. 이를 통해 보건대 당시 몽골제국의 회회아비들이 고려에서 쌍화(만두) 전문점을 개점했고 점포 앞에서 새끼광대가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몽골 음식문화의 유입 사례에서 대표적인 것이 설렁탕이다. 탕(湯)이란 국을 높여 지칭하는 단어이다. 고기, 생선, 채소 등에 물을 붓고 간을 맞춰 끓인 음식이다.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 동천왕조의 기록에도 국(羹)에 대한 기사가 나올 정도로 국은 우리 민족과 친밀한 음식이다. 실학자 서유
2021년 신축년 새해를 맞이했지만 각종 매체의 헤드라인은 여전히 코로나19 소식이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이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온라인으로 외부와 소통하며 각종 활동을 하는 온택트(Ontact)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났으며, 이에 따라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사용하는 인스턴트 메신저(instant messenger)가 더욱 활성화됐다. 또한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회의나 교육이 가능한 줌(Zoom), 구글미트(Google Meet) 등이 일상화됐다. 제한된 상황에서 각자의 일상
2021년 신축년 새해를 맞이한 지도 어느새 두 주가 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새롭다는 느낌이 들지 않음은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학교에서는 3월이 돼야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물론 올봄에는 마스크를 벗고 새롭게 신입생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고 보니 2020학년도 학생들과는 민낯(?)으로 만나지 못했다. 졸업식까지도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됐으니까.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개교 82년 역사상 처음으로, 어떻게 하면 안전한 졸업식을 거행하게 될지에 대해 많은 논의
2021년이 시작됐다. 그런데 2020년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8일 수도권부터 시행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는 해를 넘기면서 전국적으로 확대돼 잠정적으로 1월 17일까지 시행하기로 결정하였다. 우리 모두는 생활의 불편함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중이다. 연말연시 가족 모임조차 가질 수 없어 화상통화로 안부와 새해 인사를 전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2020년은 일상생활에서 ‘비대면’이라는 용어가 상식이 돼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으며, 아직은 그 끝을 기약할 수 없는 실정이다. 위기의 상황에서 심하게 타격을
그야말로 다사다난(多事多難)한 쥐의 해였던 경자(庚子)년이 이제 곧 저물어가려고 한다. 그런데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뒤바꾼 쥐인 경자가 가져온 독기(毒氣)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다가오는 신축(辛丑)년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 이전 가장 크게 인류의 삶 전체에 영향을 주고 삶의 방식을 바꾸어 놓았던 독기의 공격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누구나 중세시대 ‘흑사병’이라고 이름 붙여진 ‘페스트균’을 많이 거론할 것이다. 잘 알려졌듯이 페스트균은 쥐에 기생하는 벼룩이 매개체라고 하지만, 실제로 사람에게 전염시키는 직접적인 운송 수단은 바로
인천시청 홈페이지에는 ‘인천 인물란’이 있다. 이곳에는 총 409명의 인천 인물이 등재돼 있는데 이들 중 전근대 인물과 근현대 인물 구성비는 거의 반반 정도이다. 더구나 대외 인지도 면에서는 백범 김구, 내각 수반 장면, 진보 정치인 조봉암, 점자를 창안한 박두성 등이 포진한 근현대 인물의 면면이 더 화려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는 불과 100여 년 정도의 역사가 2,000년에 가까운 역사와 대등하게 보이거나, 오히려 질적으로는 더 나은 것으로 인식된다는 의미이기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간의 인천은 개항 이후인 근현대 시기와
대학 강단에서 강의를 시작한 지 올해로 28년이 됐다. 한국 현대시를 전공했지만 가장 많이 맡아온 과목은 ‘글쓰기’다. 모든 과목에 피드백이 필요하지만, 특히 글쓰기 과목에서 피드백은 중요한 활동이다. 강의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엔 글쓰기 첨삭에 많은 공을 들였다. 학생들로부터 ‘빨간펜 선생’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피드백 철이 되면 빨간색 ‘플러스 펜’을 몇 자루씩 소비했다. 그러다 글쓰기 전담 강의교수가 되면서 1인당 ‘빨간펜’ 사용을 줄였다. 핑계지만 담당하는 학생수가 엄청 늘었기 때문이다. 강좌당 수강
「삼국유사」에 특정 여인의 납치 이야기가 전한다. 성덕왕 때 순정공이 강릉태수(지금 명주)로 부임하는 길에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높이가 천 길이나 되고, 그 위에는 철쭉꽃이 성하게 피어 있었다. 순정공의 부인 수로(水路)가 좌우에게 "누가 저 꽃을 꺾어 오겠는가?" 하자, 따르는 자들이 대답하기를 "사람이 이를 수 없는 곳입니다" 라고 모두 응하지 않았다. …또 임해정에서 점심을 먹는데 바다의 용이 갑자기 나타나 부인을 끌고 바닷속으로 들어가 버렸다.…수로는 용모가 뛰어나 매양 깊은 산과 큰못을 지날 때마다 여러 번 신물(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