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 코펜하겐의 미래학 연구소에서 정보화 사회 다음에는 어떤 사회가 도래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심도 있게 진행되었습니다. 연구 결과는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로 드러났습니다. 드림 소사이어티는 ‘꿈과 감성과 이야기가 주도하는 사회’입니다. 과거에는 기능성이 뛰어난 상품을 골랐지만, 오늘날에는 기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력이 대체로 비슷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상품 속에 ‘꿈과 감성, 그리고 이야기’가 들어 있는 상품을 선택하곤 합니다. 광고업계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과거에는 기능의 우수성을 광고...
2017년 10월 5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 보도에서 비롯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요즘 한국 사회를 크게 뒤흔들고 있다. 지난 1월 29일 서지현 검사가 전 검찰 간부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을 폭로한 데 이어 문화예술계, 정치계 등 여러 부문에서 성추행·성폭행 폭로가 줄을 잇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성추행·성폭행에 대해 너무 무감각한 태도를 보여 왔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먼저, 우리 사회에 만연된 잘못된 문화와 의식을 지적할 수 있다. 즉, 여성 차별적인 남성우월주의적 문화, 힘...
요즘 떠오르는 키워드 중 하나로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이란 말이 있다. 감정노동이란 직업상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감정 표현을 연기하는 일을 수반하는 노동을 말한다. 주로 고객을 직접 응대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친절함을 드러내야 하는 서비스직 종사자들이 해당된다. 이른바 ‘부천 백화점 갑질 모녀사건’, ‘땅콩 회항사건’ 등으로 더욱 부각된 감정노동이란 말은 다양한 민원을 상대하는 공무원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아침에 군청에 출근하면 전화기가 쉴 새 없이 울리기 시작한다. 등초본, 인감, 제증명 발급 등 단...
요즘 요리사(셰프) 직업이 학생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직업군으로 떠오르고 또한 각종 드라마에 주인공으로 나오고 있다. 지나는 길마다 유명한 셰프와 함께하는 많은 음식점이 우리 주변에 있다. 같은 재료도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먹는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고, 음식을 만드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먹을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음식의 품격이 달라지고 또한 지역의 음식상권도 달라지고 있다. 어쩌면 선거도 비슷한 것 같고 특히 지역의 교육감선거가 그런 것 같다. 지금 우리 지역에서도 진영에 따라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이루겠다는 활동이 바빠지고 있다...
처음 방문한 5월의 몽골 초원은 푸르렀다.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인천 희망의 숲’이 있는 다신칠링솜(군)까지의 여정은 대형버스 덕택에 편안했다. 차창으로 펼쳐지는 넓은 초원은 이방인의 눈에 평화로웠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강이 마르고 호수가 사라지면서 물을 찾아 남아 있는 강가로 모여드는 소떼와 양떼를 보면서, 저 멀리 모래더미와 간간이 불어오는 회오리바람으로 인한 모래기둥이 사막화가 수도 울란바토르까지 근접하고 있음을 알려 주고 있었다.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서쪽으로 약 200㎞ 떨어진 인천 희망의 숲은 사막화가 매우 심각한 단...
어릴 적 고향마을에 하얀 눈이 내리면 동구 밖에 뛰쳐나가 눈사람을 만들었다. 동생보다 눈사람을 크게 만들기 위해 열심히 눈을 뭉치고 굴리다 보면 하얀 눈 아래 묻혀있는 검정 흙이 묻어 나와 눈사람을 망쳐놓곤 했다. 생각해보면 사실 흙은 원래부터 존재했던 것이고, 겨울과 함께 찾아온 눈이 흙이라는 본질을 덮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겨울눈을 좋아할 뿐 덮어 버린 흙은 외면해 버린다. 사실 세상에 존재하는 흙이 진실이라면 그것을 덮어 버린 고정관념, 편견, 오해 등이 눈일 것인데, 보기에 좋은 하얀 눈에만 관심을 둔다. 그런...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가 현실이 됐다. 아직은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국지엠 자체가 다시 회생하는 일은 정부와 협의에 의해 방향이 달라질 수 있으나 군산 공장은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군산 공장은 이미 수년간 물량을 점차 줄이면서 신차종은 물론 기존 물량도 계속 줄여서 최근 20% 정도의 물량만 생산하다가 이제는 아예 정지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군산 공장에 남아 있던 약 2천 명의 고용인원의 정리가 진행될 것이고 1, 2차 협력사 직원 약 1만 명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여기에 군산지역은 이미 조선소 철수 ...
올해 재계와 노동계의 최고 화두는 최저임금인상제도 시행이다. 이에 따른 정책에서 소외되는 근로자들이 없도록 촘촘한 정책 설계와 보완이 필요하다. 27살 때 사고로 전신마비 1급 중증장애인이 된 나는 현재 파주에 있는 ‘에덴복지재단’을 설립, 발달장애인을 다수 고용해 그들이 훈련을 받으면 반복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인 일자리 확대를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해 본다. 최근에 장애인 고용비율이 늘어나고 실질 고용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사실상 의무고용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지적장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랑이 있어야 행복한 관계가 지속됩니다. 사랑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 그 중에 하나는 배려하는 태도가 아닐까 합니다. 달라이 라마는 강연을 시작할 때마다 "나는 행복을 바란다. 나는 고통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다음에는 어김없이 "당신도 행복을 바란다. 당신도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라고 말하면서 시작한다고 해요. 미국의 어느 학자가 달라이 라마에게서 배움을 얻으려고 어렵사리 티베트로 가서 그를 만났는데, 마침 설법을 시작하는 그의 이 말을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자신은 자신만의...
지난 주말에는 서울 마포에 있는 KT&G 상상마당 홍대 갤러리를 다녀왔다. 마침, 아트브룻(Artbrut) 기획전시회가 있었는데 좀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아시아 최초 아르브뤼 전문 미술관인 ‘벗이 미술관’과 벨기에 겐트에 위치한 ‘기슬랭 박물관’이 주최하고 용인정신병원과 주한 벨기에 대사관 등이 후원하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초, 최대 규모의 아트브룻 전시회이며 5월 8일까지 열린다. 기슬랭박물관의 150여 년간 수집된 유물과 벗이 미술관의 한국 정신의학사를 담은 기록물을 통해 유럽과 한국의 정신의학 역사를 관람할 수 있는 ...
인류 역사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 오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알기로는 과거에는 농경이 주된 사회였고, 이것이 점차 발전해 공업사회를 거치면서 글로벌 정보사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변화와 발전은 어디에서 일어나고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거나 간과하고 있는 점이 한 가지 있다. 즉 국가 발전을 이야기할 때 국가단위의 전체 차원에서만 고착해 생각하지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도시는 못 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엄밀히 말해 국가 내 도시도 아니고 국가 내 도시들...
경제·사회·문화의 조류가 바뀌면서 농업에 대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고 있다. 인구 구조 변화, 탈 화석·녹색성장, 삶의 질에 대한 가치 추구, 과학 기술의 융·복합 등 시대의 변화가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기존의 산업을 탈바꿈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 전통적인 동·식물, 미생물 등 생명자원의 가치가 재해석되고 이를 활용한 생명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생명산업으로서의 흙의 환경적 가치가 크다는 최근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3월 7일 흙의 날(3월 11일)을 맞이해 농촌진흥청이 발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6일 종교지도자 모임에서 "북핵문제는 북미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핵 해결을 위해 압박도 해야 하지만 선제타격으로 전쟁이 나는 방식은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면서 "우리 동의 없이 한반도 군사행동은 있을 수 없다고 미국에 단호히 밝혔다"고 말한 얘기가 이른바 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이다. 그러나 당시에 문재인 정부의 이런 북핵 관련 외교기조가 관심도 받지 못했고, 심지어 조소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런 관점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의 개폐회식을 명분으로 북한의 특사인 김여정과 김영철을 방문하게 ...
동북아의 한·중·일 3국은 경제력이나 군사력 규모에서 세계의 상위권에 있다. 하지만 세 나라 공히 정치가 지향해야 할 바를 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민주주의의 탁월한 지도력을 찾아보기 어렵거니와 도덕적 권위로 존경받는 사랑받는 정당이 눈에 띄지 않는다. 중국은 최근 1인 지배체제를 강화하는 국가주석 임기 제한 철폐 개헌안에 대해 ‘여론이 일치해 지지하고 있다’는 선언을 하지만 과연 민심이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이며, 베이징사범대 탕런우 정부관리연구원장의 말처럼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었는지 그 대표성이...
사람과의 친숙을 보여주는 거리 매김은 애매해서 때로는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이 말한 외롭지 않고 상처 입지 않을 거리를 참고해 볼 만하다. 그러나 일상에서 정확한 거리두기를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어느 시점에 너무 멀어졌는지 혹은 너무 가까워졌는지 이상 신호를 느끼기 전까지는 거리두기가 자동 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족과 나 사이에는 20cm 거리가, 친구와 나 사이는 46cm가 적정거리이고, 직장동료와 단체모임에서는 팔을 뻗어 닿지 않는 120cm가 정당한 거리두기라고 한다. 지인의...
10일 ‘경인고속도로 일반화사업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범시민참여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출범했다. 시는 당초 인천 인구 300만 명을 상징하는 300명으로 구성하려던 협의회 규모를 시민 호응이 높아 350명으로 확대했다. 시민사회단체 포함 시민 299명과 시·구의원, 전문가,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협의회는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시민이 주도하고 시민과 함께 만들기 위한 운영 방침도 세웠다. 남구, 중구, 서구 등 고속도로가 관통하는 주변지역 주민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교통, 도로, 도시계획, 공원·녹지, 산업 등의 분과위원회를 ...
전통적 견해에 따르면 지방자치의 기본적 요소는 지방분권과 시민참여로 집약된다. 중앙에서 지방으로 권한 이양을 통해 지방자치의 제도적인 틀을 만들고, 시민 참여를 통해 자치문화의 사회적 토대를 쌓을 때 비로소 지방자치는 정착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방분권이 필요조건의 핵심이라면, 시민참여는 충분조건들 중의 하나다. 문재인 정부는 분권개헌을 약속하고 지방자치 로드맵을 마련했다. 내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의 비전 아래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지방자치의 여건과 인식의 정도, 사회 문화적인 토양...
군 적폐청산 위원회에서는 최근 군인의 외출·외박구역 제한을 군내에서 관행적으로 시행 중인 제도 중에서 인권침해가 우려되는 불합리한 제도로 규정하고 이의 폐지를 검토하는 것을 포함한 권고안을 발표한 바 있다. 포천시는 2개 군단과 2개 사단이 주둔하고 있으며 4만6천여 명의 군 병력이 거주하는 대표적인 군사도시인 까닭에 여러 분야에서 군부대와 상생 협력관계로 지내고 있는 가족과 다름없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 이로 인해 군인과 면회가족 등을 상대로 하여 형성된 상권과 지역경제 활동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현재 포천 관내에는 1...
인천의 새 시대를 연 최기선 전 인천시장이 작고해 인천 시정부와 시민사회단체는 고인의 업적을 기리고자 시민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다시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필자가 인천대학교 행정대학원(현재 정책대학원)장 일을 보는 시기에 고인이 석좌교수로 추대돼 행정대학원에 재직하게 됐으므로 필자는 고인과 가까이 지내게 됐다. 그리하여 고인으로부터 젊은 시절 품었던 포부, 과거 한국의 역사에 대한 회상과 평가, 미래 인천의 비전, 젊은 세대에 대한 아쉬움과 기대 등을 들을 기회가 많았다. 고인의 은사이신 이수성 전 총리는 인천대학교 ...
이번 개헌은 권위주의에 뿌리를 둔 관행과 제도를 구조적으로 개혁함으로써 명실상부한 민주공화국의 기틀을 다잡는 그런 헌정사적인 과제다. 그래서 그 무엇보다도 성사되는 것이 중요하다. 첫 번째, 이번 개헌은 국회 주도의 개헌이 돼야 한다. 대통령의 개헌 발의권은 국회의 합의를 추동해내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회 논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대통령이 헌법상의 발의권을 갖고 있고 또 국회가 안 하니까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발의를 하겠다는 배경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대통령의 개헌 발의는 곧 문재인 정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