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法曹界)를 비롯해 우리 사회는 여전히 ‘돈 있는 사람은 죄가 없고, 돈 없는 사람은 죄가 있다’는 뜻의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전근대적 문구가 잔존한다. 진작에 사라졌어야 할 용어다.돈만 있으면 귀신과도 통할 수 있다는 뜻의 ‘전가통신(錢可通神)’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금전의 위력으로 못할 게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어쩌면 이 네 글자가 온갖 비리로 얼룩져 혼탁한 오늘날 우리 사회를 대변하는 초상(肖像)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침 오늘이 ‘법의 날’이기도 해 성어에 얽힌 고사 유래를 전재(轉載)
사물을 꿰뚫어 보는 지혜로운 안목과 식견을 혜안(慧眼)이라 한다. 5일부터 양일간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가 실시된다. 10일은 본 투표일이다. 우리 국민은 혜안을 지닌 민주시민이라 믿는다. 후회 없는 한 표 행사를 당부한다.총선(總選)이든 대선(大選)이든 선거 때마다 상대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이 난무하곤 한다. 주로 선거를 앞두고 상대방을 중상모략하거나 그 내부를 교란하기 위한 정치가들의 흑색선전을 마타도어(matador)라 한다. 정도를 넘을 경우 명예훼손죄나 모욕죄 등의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때문에 후보자들이 내세우
새해 첫날 아침 한반도 하늘은 흐렸다. 그래도 구름 속에 태양은 떠올랐다. 우리는 신비로운 푸른 비췻빛을 띤 청룡이 이끈다는 갑진(甲辰)열차, 청룡호에 올랐다. 국운융성(國運隆盛)과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기원해 본다.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또다시 이합집산(離合集散)과 합종연횡(合從連衡)으로 정치권이 갈피를 못 잡는다. 민주국가 대다수 나라에서도 그렇겠지만 우리나라가 유독 선거일을 전후해 극성의 도가 지나치다는 평이다. 오는 4월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각계각처 인사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른다. 나름대로 작성했다는 출사표(出師表)가
해마다 연말이면 전국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발표한다. 교수들은 올 한 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라는 뜻의 ‘견리망의(見利忘義)’를 꼽았다.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 1천3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0.1%를 얻은 견리망의를 1위로 선정했다. 이어 잘못한 사람이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을 도리어 나무람을 뜻하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이 2위, 실력이 없는 자가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비유하는 ‘남우충수(濫우充數)’가 3위, 진구렁에 빠지고 숯불에 타는 듯한 극심한 고생이 말이
올해는 단기 4356년이다. 개천절을 맞아 강화도(江華島) 참성단(塹星壇)에 올랐다. 그곳에는 여전히 국조(國祖) 단군왕검(檀君王儉)이 하늘에 우리 민족의 국시(國是), 홍익인간(弘益人間)이 구현되는 세상을 축원하는 제를 올리는 듯했다. 돌아오는 길에 전등사가 있는 정족산성(鼎足山城)도 둘러봤다.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고 해 삼랑성(三郞城)이라고도 부른다. 선원사에서 들려오는 호국불교의 상징 팔만대장경 조판 소리, 항몽(抗蒙) 기치를 내걸고 투쟁했던 삼별초 김통정(金通精)장군도 만나 본다. 최씨 무단정권(武斷政權) 하에서도 시금주
오늘은 제9회 법원의 날이다. 필자는 2015년 제1회 법원의 날을 전후해 "4월 25일 ‘법의 날’이 있는데 이 무슨 새삼 법원의 날인가?"라고 전제하고 법원의 날 제정 약사를 언급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오늘날처럼 법조비리가 터지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였다. 해서 나는 삼수변에 해치 치, 갈 거자로 구성된 옛 법자의 뜻풀이를 해 가며 "이 법 글자에서 자유로울 법관이 그 몇이나 될까. … 법이라는 글자 한 자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 우리 법조계다"라고 사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시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왕왕 터지는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로 황폐화된 라하이나 마을의 처참한 모습이 외신을 타고 연일 보도된다. 파악된 마우이 화재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외신을 종합해 본다. 마우이 화재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기 합선 가능성을 관계 당국은 추정한다. 그렇다면 인재(人災)다. 불을 이기는 건 물이다. 외신은 피해가 가장 심각한 마우이 라하이나에서 소방관들이 소화전에 소방호스를 연결해 불길을 잡으려 했지만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화재가 발생하자 출동한 소방관들은 "소화전에 물이 없다",
"브루투스, 너마저(Et tu, Brute?)" 주지하다시피 이 말은 로마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가 신복 마르쿠스 유니우스 브루투스(Marcus Junius Brutus)의 칼에 찔려 살해당하면서 배신자를 향해 부르짖었다고 전해지는 황제의 마지막 외마디 절규다. 이때부터 이 한마디 말은 철석같이 믿었던 상대방에게 배신 당할 때 흔히 인용하는 문구가 됐다. 배신이라는 얼룩진 유산을 남긴 또 한 예로는 가롯 유다가 있다. 스승 예수(Jesus)를 배신하고 은화 30냥에 팔아넘긴 유다는 12제자
오늘은 준법 정신을 높이고 법의 존엄성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된 ‘법의 날’이다. 법원과 검찰, 변호사단체 등 법조계는 해마다 법의 날이 돌아오면 나름대로 기념식을 갖고 법의 의미를 되새기곤 한다. 나는 법의 날을 맞을 때마다 누차에 걸쳐 ‘법의 날 유감’, ‘법조인에게 과연 윤리관이 있는가?’, ‘법의 지배’라는 등의 제하(題下)에 준법을 강조하곤 했다. 하지만 작금에 돌아가는 정국을 목도하고 있노라니, 우리는 과연 법에 의해 다스려지는 ‘법치국가인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내로라하는 정치권 인사들, 특히 국회의원들은
대검찰청이 지난해 적발한 마약사범 수를 보면 우리나라를 일러 가히 ‘마약사범 천국’이라 칭할 만하다. 대검이 분석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금 우리는 한마디로 ‘마약으로 병든 사회’에 살고 있다. 대검은 지난 한 해 동안 1만8천395명의 마약사범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2021년 1만6천153명에 비해 13.9%나 증가한 수치다. 하루 50.4명꼴로 마약사범이 검거된 셈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수사당국에 적발된 숫자로, 어쩌면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사회는 말 그대로 ‘마약 망국’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다. 12지지(地支) 가운데 4번째 동물에 해당하는 토끼의 해다. 토끼는 예부터 민첩하고 지혜로운 동물의 상징으로 여겨 왔다. 이러한 토끼의 빠름을 비유하는 이야기는 많다. 주지하다시피 「삼국연의(三國演義)」에 등장하는 관운장의 애마, 적토마(赤兎馬)가 있다. 천하에서 가장 빨리 달린다는 준마(駿馬) 이름에 토끼 토(兎)자가 들어있다. 당시에 토끼가 빠른 동물의 상징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흔히 흙 토(土)자로 아는 이들이 많을 테다. 이 밖에 빠른 기세로 달아나는 토끼의 재빠른 동작을 칭하는 탈토지세(脫兎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한 것을 보니 또 한 해가 지나감을 실감한다. 교수들은 2022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선정했다. 출전은 「논어(論語)」다. 공자(孔子)는 ‘위령공편(衛靈公篇)’에서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라고 했다.과이불개, 예견했던 대로 올해도 역시나 반갑지 않은 씁쓸한 문구다. 교수신문은 이밖에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욕개미창(欲蓋彌彰), ‘알을 쌓아 놓은 듯한 위태로움’
늦가을 만추다. 만산홍엽(滿山紅葉), 온 산을 붉게 물들였던 가을 단풍철도 끝나간다. 그래도 주말과 휴일이면 유명 산마다 떠나가는 가을 뒷자락을 잡으려는 등산객들로 붐비고 있다. 간밤에 분 세찬 비바람이 가로수에 매달려 몸부림치던 마지막 잎새마저 떨어트렸다. 송대(宋代) 시인 진여의(陳與義)는 가는 세월을 붙잡으려 노래했다. "으스름한 달빛은 정원을 비추고, 흰 이슬 하늘을 씻어 내린 듯 은하수는 밝구나. 가을바람 불어 나뭇잎 모두 떨어트리지 말라. 가을 소리 낼 곳 없게 될까 두렵구나(中庭淡月照三更, 白露洗空河漢明 莫見西風吹葉盡
유엔이란 무엇인가. 유엔헌장에는 ‘국제평화와 안전 유지’가 유엔의 첫째 목적이라 천명하고 있다. 유엔헌장은 유엔의 헌법이다. 이러한 유엔헌장이 효력을 상실, 무색해지고 있는 것이 오늘날 국제 현실이다. 지켜지지 않는 법은 사문화(死文化)된 법이다.오늘은 국제연합일, 유엔데이(UN Day)다. 필자는 해마다 유엔의 날이 돌아오면 ‘유엔 석금(昔今)’, ‘유엔과 우리의 현주소’ 등등의 단상(斷想)에 젖곤 한다.이는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당시 제46차 유엔 총회 취재 차 뉴욕 유엔본부를 다녀온 이후 습관처럼 돼 있다. 이
30년 전 오늘은 한중 양국이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수교(修交)를 맺은 날이다. 수교 이래 두 나라는 경제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 냈다. 나타난 수치상으로도 양국은 서로가 최대 교역국이다. 이제 두 나라 발전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한 반중(反中)·반한(反韓) 정서 등 소모적인 감정 대립은 멈춰야 할 때다. 30년 세월이 흘렀건만 양국은 발전보다는 여전히 상호 추구하는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인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반목과 대립의 연속이다.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외교노선을 놓고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 절기상 일 년 중 날씨가 가장 덥다는 복더위다. 삼복(三伏) 가운데 첫째 복인 초복(初伏)이 닷새 전에 지났고, 앞으로 또다시 닷새 있으면 중복(中伏)이다. 중복일로부터 20일 지나면 말복(末伏)이다. 무엇보다 무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잘 넘겨야 하겠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등 전해오는 기록들에 따르면 예전에는 복날에 곡식이 크게 자라고 넝쿨이 많이 뻗어 나가라는 뜻에서 국수와 좁쌀밥 등을 장만해 논이나 밭에 나가서 축원했다. 논밭 복판에 성줏대라는 버드나무를 꽂아 놓고 그 앞에 음식을 차린 뒤 농
2022년 5월 10일 0시를 기해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새로운 시간 위에는 새로운 역사가 쓰여져야 한다."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헌법 제69조에 의거, 오늘 윤 대통령이 취임에 즈음해 선서하는 선서문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선거운동기간은 말할 것도 없고 당선 후 오늘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헌법가치의 실현’을 최고 덕목으로 삼는다며 누차
오늘은 제59회 법의날이다. 정부는 ‘권력의 횡포와 폭력의 지배를 배제하고 기본 인권을 옹호하며 공공복지를 증진시키는, 소위 법의 지배가 확립된 사회의 건설을 위하여 일반 국민에게 법의 존엄성을 계몽’하고자 법의날을 제정했다. 법원·검찰·변호사회 등 법조계는 해마다 법의날이 돌아오면 기념식을 열고, 수장들은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정의로운 사회 구현에 앞장서겠다는 등의 잘 다듬어진 원고를 읽어 내려가곤 한다. 하지만 휘발성 먹물로 쓰여진 이러한 기념사는 행사가 끝남과 동시에 곧 허공으로 증발하곤 했다. 법의날 제정 취지가 무색하다.
4월 7일, 오늘은 제66회 신문의날이다. 예전 같으면 모처럼의 생일을 맞은 전국의 신문기자들이 설악산, 계룡산, 소양강 등 명산대천(名山大川)을 찾아 소주잔을 기울일 게다. 하지만 초고속 인터넷 환경 탓인지 세상이 변해 오늘이 ‘신문의날’인지도 모르고 지내는 기자가 한둘이 아니다. 달력마다 각종 기념일이 적혀 있다. 몇몇 달력을 찾아봤다. ‘보건의날’은 표기돼 있어도 ‘신문의날’이 인쇄된 달력은 보이질 않았다. 신문기자 인생을 살아온 필자로서는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신문 읽기 사이에는 생각하는 자리가 있습니다’, ‘나를 키운
당태종(唐太宗) 이세민(李世民)의 치세를 일컬어 ‘정관의 치(貞觀之治)’라고 한다. 서기 627년부터 649년까지다. 사가(史家)들은 이 시기를 중국 역사상 나라가 가장 잘 다스려진 황금시대로 평하고 있다. 당시에도 인물난을 겪기는 요즘과 마찬가지였나보다. 태종이 상서우복야(尙書右僕射) 봉덕이(封德彛)에게 말했다. "세상이 안정되려면 인재를 얻어야 하는 것이다. 얼마 전 경에게 우수한 인물을 추천할 것을 명했는데, 아직 한 사람도 추천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라도 인재를 발굴해야 하지 않겠는가?"봉덕이 답변했다. "노력하지 않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