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평창에서 전국 시·도의회 운영위원 합동 연찬회가 있었다. 시·도의회의 공동 이해관계를 협의하고 지방자치의 정착과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의 행사였다. 행사의 일환으로 ‘분권형 헌법 개정과 지방의회의 역할’, ‘헌법개정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핵심 내용은 어떻게 하면 지방의회의 역할과 지방자치를 강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였다. 최근 전국 광역의회와 기초의회가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지방분권에 대한 다양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도 고조되고 있는 추세를 ...
며칠 전, 광주 국립 5·18 민주 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유가족을 안아 주는 사진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 한 구석이 먹먹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추모사를 낭독한 유가족 김소형(37)씨는 1980년 5월 18일이 생일로, 자신을 보러 병원으로 오던 아버지가 계엄군에 의해 목숨을 잃는 참혹한 일을 겪었다. 김 씨는 아마도 자신이 그날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아버지를 잃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트라우마에 평생 시달리며 살아왔을 것이다. 그 책임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대한민...
수도권은 한반도의 중심이다. 수도권을 빼고는 대한민국을 얘기할 수 없다. 경기도 인구가 지난 2002년 1천만 명을 돌파한 후 14년 만에 1천300만 명을 넘어섰다. 2017년 3월 말 기준으로 경기도 총인구는 1천312만 명이며, 전국 5천286만 명의 인구 중 25%가 경기도에 모여 산다. 여기에 서울과 인천의 인구까지 더하면 대한민국의 50%가 수도권에 거주한다. 2명 중 1명은 수도권 주민인 셈이다. 경기도와 서울, 인천을 잇는 수도권은 이미 하나로 연결된 거대도시권이고 하나의 생활권이다. 매일 아침 6시부터 9시까지...
올해는 개발에 따른 환경오염의 대표적인 사례인 시화호 간척사업이 시작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시화호 간척사업은 1986년 시화지구 개발이 확정돼 전국적으로 민주화운동이 절정에 이르던 1987년 6월 방조제 물막이공사가 시작됐다. 1994년 12.7km에 이르는 시화방조제 공사가 완료된 후 담수화 조성을 위해 해수유통이 곧바로 중단됐다. 이후 담수화 조성 과정에서 발생된 재앙 수준의 환경오염사태는 충격 그 자체였으며, 약 3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현재까지 전 국민의 기억에 남을 정도로 강력한 사건이었다. 수질개선에 실패한...
강화는 고려의 제2도읍지다. 고려는 몽고의 침입에 맞서기 위해 개경에서 강화로 천도했다. 천도의 과정은 그리 순탄치는 않았지만 최씨 정권의 권력 유지라는 부정적 사관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고려사(高麗史)에 보면 강화를 개경과 똑같은 모습으로 지었다고 기록된 것을 보면 분명 고려는 강화를 도읍지로 정했다. 강화도읍 39년의 역사! 500년 고려역사에 비할 때 비록 짧은 시기였지만 전란의 위기 속에서 고려상정고금예문과 팔만대장경 등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것은 인류문명 발전에 위대한 공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전에...
2012년 7월 어느 날, KTX광명역세권에 이케아와 코스트코의 유치를 확정 지은 직후였다. 10여 명의 광명지역 중소상인들이 시장실을 찾아왔다. 그들의 눈빛은 매서웠고 분위기는 서늘했다. 가뜩이나 경기도 좋지 않아 힘든데 대형 유통기업마저 역세권에 들어서면 지역의 소상공인들은 모두 거리로 나앉게 될 것이라는 하소연을 들었다. 말 그대로 눈앞이 캄캄했다. 제가 정치를 시작하고 광명시장이 된 이유는 지역의 경제발전을 통해 힘들고 소외된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제가 추진하는 정책이 어려운 사람들을 더 힘들게 만들...
한 남자가 욕실에 들어가 샤워 물을 틀었는데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이 쏟아져 내린다. 당황한 남자는 황급히 샤워 꼭지를 뜨거운 물이 나오는 빨간색 방향으로 힘껏 돌린다. 그러자 이번엔 피부가 익을 듯 뜨거운 물세례다. 어깻죽지를 벌겋게 데인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욕실을 뛰쳐나온다. 남자는 몸 씻는 건 생각도 못하고 냉탕과 열탕을 오가다가 화상만 입고 말았다. 그는 덴 곳에 연고를 바르며 자신의 어리석음을 스스로 나무라며 크게 한숨을 내쉰다. 누구나 한두 번쯤은 겪어 봤음직한 이야기다. 그냥 피식 웃어 넘길 이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시네마 천국’이라는 오래된 영화가 있다. 주인공 ‘토토’가 자신이 살던 고향을 떠나 영화감독으로 성공한 뒤 돌아와 극장 할아버지의 사랑과 가족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우리나라에는 1988년 개봉됐으니, 안성시민회관이 1987년 준공돼 처음 안성시민을 만난 것과 비슷한 시기이다. 영화에서 마을의 유일한 극장이 철거되자, 온 동네 사람들이 나와 마치 사람의 장례식장을 보듯 눈물을 쏟아냈던 장면은 지금도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그만큼 작은 극장은 그들의 고된 일상에 유일한 휴식이고 즐거움이고 따뜻한 위로를 건...
‘쬐끄만’의 표준말은 ‘조그만’이다. 인터넷에서 ‘경전철’을 검색하면 재미난 단어 하나가 눈에 띄는데 일명 ‘쬐끄만 열차’다. 처음엔 그냥 무심코 접하다가 그 말이 바로 용인경전철을 두고 하는 말임을 알게 됐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설을 설치·운영하는 용인시는 그저 행정 편의적인 ‘용인경전철’을 명칭으로 사용해오고 있다. 물론 ‘에버라인’이란 명칭도 있지만 이용객들에겐 그리 친숙하지는 않은 듯하다. 그런 터에 이용객들 중에서는 경전철이니 ‘에버라인’이니 하는 용어보다 앙증스럽고 깜찍한 뉘앙스의, 한 번 타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
얼마 전 자살 위기자 상담 전화인 ‘정신건강 핫라인(☎1577-0199)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홀로 사는 한 50대 남성이 자살을 앞두고 유언을 남기기 위해 건 전화였다. 고소득자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고 근로 능력도 있지만, 건강이 나빠지면서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중이라고 했다. 남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자존심이 크게 상했고 이로 인해 극단적인 생각마저 갖게 된 것이다. 최근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주어진 생을 거부한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이유가 다양해지는 만큼 자살률 역시 급증하고 있다. 인구 10만...
자연을 관리하거나 복원하는 것도 시대의 흐름을 타는 걸까? 유행을 타는 걸까? 청계천 복원사업 이후 전국을 강타한 하천살리기 운동이 요즘은 꽤나 잠잠한 듯하다. 인천도 5대 하천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로 전국에서 모범적으로 하천 살리기 사업을 추진했다고 평가받았다. 따라서 지금은 하천을 살리기 위해 취했던 많은 사업을 돌아보고 보완해 발전시킬 방향이 무엇인지 점검하고 향후 발전 계획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청계천 복원은 하천이 버려진 공간이 아니라 시민생활의 중심에 놓일 수 있고 하천을 통해 도시의 활력을 증대시...
재난이란 ‘자연적 혹은 인위적 원인으로 생활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거나 그 영향으로 인해 인간의 생명과 재산에 단기간 동안 많은 피해를 주는 현상’으로 정의할 수 있다. 현대사회는 기상이변과 사회구조의 복잡성, 그리고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각종 재난의 발생 위험성과 규모가 놀라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재난 발생 시 지방자치단체의 초기대응이 매우 중요하며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도 재난을 예방하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지방자치단체의 기본적 의무로 명시하고 있다. 이에 국민안전처에서는 지방자치단체 간 선의의 경쟁...
요즘 본격적인 대통령 선거 유세전으로 시끌벅적하다. 이런 와중에 동구는 구(區) 명칭 변경 문제로 시끄러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구민의 호응 속에 일사천리로 진행된 명칭 변경이 최종 단계인 구의회 의견청취 과정에서 구민의 의사와는 상반된 뜻밖의 보류 결정과 안건 상정 거부로 명칭변경 추진이 자칫 무산될 위기를 맞고 있다. 구의회가 정당한 이유 없이 안건 처리를 지속적으로 거부함에 따라 주민투표를 우려해야 하는 현실이다. 벌써부터 불필요한 혈세 낭비와 주민 간 분열과 갈등을 초래할 공산이 크다며 주민투표가 지역 내 갈등요소로 ...
윤진기라는 젊은 사업가가 있다. 그는 ‘빙고 F&B’라는 디저트 전문 프렌차이즈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다. 빙고 F&B는 서울, 인천 등지에 8개의 ‘카페 빙고’와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있다. 아직 규모는 작지만 롯데 같은 대기업이 기꺼이 손을 잡을 만큼 성장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2월 이천에 있는 롯데 프리미엄 아웃렛에 문을 열었고 앞으로 수도권 일대의 롯데 백화점에도 속속 입점할 계획이다. 회사의 브랜드인 ‘빙고’는 빙수와 고구마의 머리글자에서 따왔다. 그게 빙고 카페의 주력상품이다. 시원한 빙수와 고구마를 활용한...
오는 5월 9일 치러지는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국이 시끌시끌하다. 이번 대선에서 진정 국민을 위하는 대통령이 나와 줬으면 한다. 시민 여러분 꼭 투표하세요! 필자는 오늘 우리 인천의 현안사항 한 가지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한다. 지난해부터 인천의 원도심 재생과 연계, 지역언론에 심심치 않게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는 뉴스테이 사업이다.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은 중산층의 주거불안을 해소하는 주거혁신정책으로, 의무 임대 기간인 최소 8년 동안 상승률이 5% 이하인 임대료를 납부하며 거주할 수 있는 기업형 임대주택을...
영국 왕실의 문장은 ‘튜더로즈(Tudor Rose)’이다. 흰색 장미 문장을 사용하는 영국 왕족 요크가(家)와 붉은 장미 문장을 사용하는 랭커스터가(家)가 왕위 계승권을 둘러싸고 이른바 장미전쟁이 1455년 시작됐는데 치열한 왕권 다툼은 1485년 랭커스터 왕족 튜더가(家) 헨리(Henry)가 승리를 거두며 30년의 장미전쟁이 끝났다. 전쟁에서 이긴 헨리7세는 요크가의 공주 엘리자베스를 왕후로 맞아들이고 왕실의 장미문장도 랭커스터가의 붉은색 장미와 요크 가의 흰색장미를 합쳐서 튜더로즈라는 문장을 만들어 화합을 상징했다. 이후 ...
‘슬로라이프’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주말농장이나 집에서 만드는 건강한 요리, 한가로운 오후의 낮잠을 떠올린다. 물론 이러한 느긋한 즐거움 역시 슬로라이프를 실천하며 얻을 수 있는 행복이라 할 수 있다. ‘슬로라이프’란 느긋한 ‘느림의 미학’이라는 속도를 넘어서 ‘빠르고 느림을 서로 인정하는 공존의 사회’를 말하며, 현실을 직시하고 다양한 방법의 지혜를 모아 즐거움과 행복을 찾자는 소박한 생활 속 문화운동이다. 개인적 행복뿐 아니라 인류가 공존하는데 있어 자연과 공생하며 유기적 생태관계를 통해 보편적인 일상의 가치를 창출하고,...
"아이 하나 키우는 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 전인적 교육을 이야기할 때 흔히 인용되는 말이다. 그러나 요즘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마을이 무수히 늘어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마을이 소멸되고 있고, 국가 경쟁력이 무너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라 향후 30년 안에 전국에서 84개 시군과 1천383개의 읍면동이 소멸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가평군 경우 126개 행정리 가운데 83개 리가 소멸 위기의 마을로 조사되고 있다. 20~39세 여성이 마을 인구의 10% 미만이고, 65세 이상 ...
지난번 드린 편지에서는 수원 군전투비행장 이전 추진에 대해 환경정의와 민주주의 측면에서 재고해 주실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번에는 수원전투비행장 예비이전 후보지로 선정된 화성호와 매향리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지역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감히 전투비행장이라는 이야기는 나올 수 없다고 봅니다. 화성호와 매향리는 지리적으로 바로 옆에 위치하면서 한 몸이나 같은 곳입니다. 생태적으로도 긴밀하게 연동돼 있습니다. 또한 두 지역 모두 많이 상처받았고 아팠던 곳이고 아직 그 상처가 채 아물지 못한 곳입니다. 수원전투비행장...
최근 몇 년 동안 예년에 비해 강우량이 60~7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기후 변화 때문인지 현저하게 적은 양의 비가 내리면서 우리의 상수원(上水源)인 팔당호가 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예전부터 전국 최고 수질의 상수원으로 인정받아 왔던 팔당호였으나 지난해 연말부터 추운 겨울에도 냄새를 유발하는 조류가 발생해 한강수계의 수도권 정수장에서는 수돗물 정수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시민들이 수돗물을 믿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물에서 냄새가 나서라고 한다. 이런 냄새를 없애기 위해 수도권 정수장에서는 활성탄을 투입해 냄새를 제거해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