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Platon, 기원전 427~347)은 저서 「국가론」에서 지혜의 덕을 갖춘 철인(哲人)이 국가를 통치해야 한다는 ‘철인정치론’을 주장했다. 지도자가 철인이라면 그에게 모든 권력을 몰아주는 독재정치가 더 효율적이고 국민들이 살기 좋은 정치 시스템이 될 수도 있다는 관념마저 열어 둔다. 말하자면 철인에 대한 무한 신뢰를 전제로 하는 주장이다. 그러나 과연 이 세상에 ‘완벽한 철인’이 존재하는가? 인류 역사를 들여다보면 존경받던 철인과 현자들이 타락하고 표변한 사례들이 많다. 인간은 이기적 본성을 지녔기에 감
모든 행위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큰 역할을 담당한 사람의 행위에는 ‘큰 책임’이 뒤따르고, 작은 역할을 담당한 사람의 행위에는 ‘작은 책임’이 뒤따른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에게 합당한 책임을 묻는 일, 이것이 ‘윤리’와 ‘법’의 기본 요청이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에게 책임을 묻지 않거나 책임지지 않아도 될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다든지 또는 가벼운 책임을 져야 할 사람에게 무거운 책임을 지우고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사람에게 가벼운 책임을 지운다면 ‘윤리’와 ‘법’이 제대로 작동됐다고 말할 수 없으며, 정의와 질서가 실종된다. 부연
우리 헌법 제69조는 대통령이 취임에 즈음해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선서하도록 규정한다. 즉, ‘헌법 준수’를 대통령의 제1 책무로 규정하는 셈이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정신’의 존중과 실천을 자주 강조하는 것은 매우 합당하고 바람직하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헌법정신’을 존중하고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여러 차례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헌법정신’에
학생들에게 "자살은 범죄인가?"라고 질문하면 대개 ‘예’라는 답변과 ‘아니오’라는 답변이 엇갈려 나온다. 법상으로는 "자살은 범죄가 아니다"는 것이 정답이다.자살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위다. "오죽하면 죽음을 택했을까"라는 연민이 따르는 경우가 많지만, 자살은 남은 가족·친지와 사회에 씻을 수 없는 고통과 트라우마를 남기므로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지탄 받는다. 또한 신(神)이 부여한 고귀한 생명을 인간 스스로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종교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행위로 여겨진다.이처럼 자살은 비윤리적·비종교적이며 무책임한 행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국회에서 통과시킨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발언에서 "간호법안은 유관 직역 간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킨다"며 "간호 업무의 탈의료기관화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한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사회적 갈등과 불안감이 직역 간 충분한 협의와 국회의 충분한 숙의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거부한 데 이어 이번에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건의를 받아들여 현 정부 들어 두
지난 1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대법관 박경미)는 오랫동안 유지돼 온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는 중요한 판결을 내렸다. 이날 대법원은 현대자동차가 노조 동의 없이 월차휴가를 폐지하고 연차휴가 일수를 제한하는 등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한 건 부당하다며 현대차 간부사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적용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다35588, 35595(병합)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은 판결 취지를 담은 보도자료에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인간의 욕구 중 가장 기초적인 욕구는 ‘안전 욕구’다. 국가는 국민들의 ‘안전 욕구’를 충족시켜 줄 책무를 지닌다. 즉, 국민들이 ‘생명과 신체의 안전’, ‘재산의 안전’ 등을 보장받으며 삶을 ‘평온하게’ 유지하도록 보살피고 배려해야 한다. 우리 헌법은 전문(前文)에서 "…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라고 천명한다. 대한민국의 궁극적 목적은 ‘국민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의 확보’인 것이다.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이후 평가와 개선 방안 모색을 위한 좌담회’가 열렸다. 좌담회는 소병훈·김승남·위성곤·신정훈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농어민신문·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주관했다.이 자리에서는 3월 8일 실시된 제3차 전국동시조합장선거 결과를 돌아보고 ‘공공단체등위탁선거에관한법률’(위탁선거법) 개정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들의 의견, 정부의 앞으로 대응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참여자들은 우선 지난 선거가 큰 물의 없이 진행된 점과 불법·타락 사례가 종전보다 다소 감소한 점을 긍
지난 달 23일 헌법재판소는 검찰 수사권을 축소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일명 검수완박법)이 유효하다는 결정을 내렸는데, ‘수사권은 검찰에 독점으로 부여한 권한이 아니다’는 요지다. 이 결정이 나오자 여기저기에서 매우 격앙된 비판이 터져 나왔다.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헌재의 결정은 궤변의 극치, ‘민우국(민변·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카르텔의 반헌법 궤변"이라고 비난했다.‘검사의 수사권 축소 들에 관한 권한쟁의 사건’ 청구인 중 한 명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법무부 장관으로서 헌재 결정은 존중한다"면서도 "(입법 과정에) 위헌
일제 강점 하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을 일본 전범기업이 아닌 우리 정부 산하재단이 부담하기로 한 이른바 ‘제3자 변제’안을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에 공식 제시한 것을 두고 정부·여당은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호평하는 반면 야당과 다수의 국민 여론은 "최악의 굴종외교"라고 비판한다. 법적 관점에서 이 사안의 문제점을 몇 가지만 지적해 본다.첫째, 절차적 측면에서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어떤 방침을 결정하려면 사전에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에 합당하다. 법령은 물론이고 작은 단체의
근대 이후 대다수 국가들은 ‘법치주의 국가’임을 표방한다. 그러나 각국이 운용하는 법치주의의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각양각색임을 확인할 수 있다. 법치주의를 ‘실질적으로’ 잘 실천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법치주의를 ‘형식적으로만’ 운용하는 나라들도 있다(‘무늬만 법치주의’). 요즘 우리나라는 ‘법이 지배하는 나라’가 아니라 ‘법조인(특히 전·현직 검사)이 지배하는 나라’가 됐다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학폭 논란’ 등 작금의 타락 사례들로 인해 법조인이 존경을 받기는커녕 비판과 야유를 받는 처지에 놓였다. 법조인이 국가 발전에
국가가 형성되기 전인 고대시대에는 어떤 인간이 다른 인간에 의해 해악을 당했을 때 피해자는 이를 가해자에 대한 ‘복수(復讐)’로써 해결했다. 즉, 자신이 당한 해악을 ‘보복’으로 앙갚음했던 것이고, 이러한 행위는 널리 용인됐다. 그러나 무한정·무차별적 복수는 ‘복수의 악순환’ 등 많은 폐해를 수반했기에 마침내 복수에 제약을 가하자는 발상이 태동했는데, 이것이 바로 동해보복사상(同害報復思想)이다. 즉, 복수는 허용하되 동해(同害)를 가하는 것만 허용되고, 자신이 입은 해악을 초과하는 해악을 가하는 행위는 금하는 것이다. 복수에 대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사람은 생존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과 지속적인 ‘소통(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삶을 영위한다. 소통의 방법에는 말, 글, 태도(표정, 제스처)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말’이 가장 빈번하게 활용된다.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말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갖는다. 말을 잘해서 득을 보는 경우도 많지만 말을 잘못해서 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 말을 할 때 수반되기 쉬운 실수를 피하기 위해 글을 써서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도 많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부득이 말로
지난해 12월 28일 0시부로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두 번째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횡령·뇌물 등의 혐의로 징역 17년형과 130억 원의 벌금형을 받고 수감됐다가 건강상 이유로 형 집행이 정지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박근혜 정부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다수의 인물도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그런데 이 사면을 두고 "사법부의 판단을 형해화하는 사면권 남용은 삼권분립 위반이고 민주주의 훼손"이라는 비판을 법률전문가들과 일반시민들이 제기한다. "다 풀어줄 바에야 재판은 뭐하러 하나"라는 사법 허무주의와 냉소도 팽배하
지난 8일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는 농협중앙회장의 ‘1회 연임 허용’을 내용으로 하는 농협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가까운 시일 내 남은 입법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 법안에 찬성하는 여론이 다수이지만 농협중앙회장의 권한 집중·남용 사례가 과거처럼 재발하지 않을까 우려해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주지하다시피 농협법은 ‘농협 개혁’이라는 명분 하에 여러 차례 개정됐다. 1988년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도입 이후 회장의 권한 집중·남용·비리 등이 발생해 국민들의 비판이 고조되자 2009년 정부 주도로 중앙회장 간선제·단임제를 도입하는 법
법학서적을 처음 읽어 보는 사람은 대개 생경한 한자 용어를 접할 때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필자가 법과대학 1학년 시절 민법총칙 도서를 공부할 때에는 ‘객체(客體)’라는 용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객체’라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그런데 ‘권리의 주체’, ‘권리의 객체’라는 상대적 관련성을 감안할 때 비로소 ‘객체’란 곧 ‘대상’ 내지 ‘목적’을 의미한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영어의 ‘subject’를 ‘주체’로, ‘object’를 ‘객체’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아무튼 ‘권리
심리학자 아브라암 매슬로(Abraham Maslow, 1908~1970)가 주창한 ‘욕구계층이론(욕구위계이론)’은 인간의 욕구가 그 중요도에 따라 낮은 수준의 욕구에서 높은 수준의 욕구로 일련의 계층을 구성한다는 이론이다. 초기에는 5계층이었으나, 매슬로가 죽기 1년 전인 1969년 1계층을 추가해 6계층이 됐다. 이 6계층을 순서대로 나열해 보면 ▶생리적 욕구(산소, 음식, 수면, 의복, 주거 등 삶 그 자체를 유지하기 위한 욕구) ▶안전 욕구(신체의 위험과 생리적 욕구의 박탈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욕구) ▶소속감 및 애정욕구(다른
민주주의는 정치를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만일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생활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환경, 모든 조건 속에서 민주주의가 추구되고 실천돼야 한다. 즉, 민주주의가 국민들의 의식과 생활 속에서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민주적인 생각, 민주적인 판단, 민주적인 행동규준 등이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항시 적용되고 실천돼야 한다. 현재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아직도 많이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목소리 큰 사람이
덴마크에 본사를 둔 북유럽의 대표적 낙농업협동조합인 알라푸드 협동조합(Arla Foods Amba) 정관의 특징과 시사점을 3회에 걸쳐 소개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3회 차로서 ‘사업·운영 측면’의 특징과 시사점을 기술하려고 한다. 먼저 알라푸드 협동조합의 정관은 ‘조합원의 엄격한 전속출하의무(專屬出荷義務)’를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한 특징이다. 즉, 알라푸드 협동조합의 모든 조합원은 원칙적으로 생산량 전량(全量)을 조합에 출하해야 한다. 다만, 자기 농장의 사료용을 포함한 자가소비량과 자기가 직접 가공·판매해 농민시장(fa
덴마크에 본사를 둔 북유럽의 대표 낙농업협동조합인 알라푸드 협동조합(Arla Foods Amba) 정관의 특징과 시사점을 3회에 걸쳐 소개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2회 차로서 ‘지배구조 측면’의 특징과 시사점을 기술하려 한다.먼저 알라푸드 협동조합은 지배구조 구성체계(governance framework)를 조직 거버넌스(cooperative governance)와 사업 거버넌스(corporate governance)로 구분해 운영한다는 점이 중요한 특징이다. 조직 거버넌스로서는 최고의사결정기관으로 ‘대의원회(Board of Re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