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만 보면 온통 걱정거리뿐인 요즘입니다.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이와 연계해 광복절 집회 개최를 두고 여야의 불편한 막말들이 오갑니다. 위기일 때일수록 조금은 더 겸손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상식보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요즘 같은 위기 때는 정치적인 수사보다는 의료진들의 제언을 중시하는 겸손한 자세가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아잔 브라흐마 지음)에 겸손하지 않은 사람의 최후가 어떤지를 알 수 있는 일화가 나옵니다. 어느 부유한 사람이 값비싼 신형 스포츠
코로나19가 가져온 엄청난 고통이 여전한데, 여기에 더해 물난리까지 겹쳐 온 국민이 큰 슬픔에 잠겼습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한숨 소리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한 해 농사를 망친 농부의 하소연과 돌아가신 분들의 유가족이 흘리는 눈물에는 절망의 소리가 느껴집니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야 합니다. 아니, 살아나야 합니다. 이 아픔이 우리를 성장하게 만들어야만 합니다. 아픔을 가슴에 묻고 다시는 이런 아픔이 없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이번 참사를 겪은 분들이 바라는 것이 아닐까요.「고전 혁명」과 「내일이 보이지 않을 때 당신에게 힘을
2019년 10월 28일 연합뉴스에서 ‘두 대통령의 차이를 말해준다’라는 제하의 두 사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IS의 리더 제거 현장을 상황실에 앉아 모니터로 보고 있는 사진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로부터 8년 전 오바마 전 대통령이 상황실에서 모니터로 빈 라덴의 사살 장면을 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중앙에 앉았고 그의 좌우에 군 장성들과 각료들이 앉아 있었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모니터의 정중앙에 군 장성이 앉았고, 정작 대통령 자신은 장성의 왼쪽 구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전시 상황
아틀란테라는 여인의 기구한 삶이 그리스 신화에 나옵니다. 아르카디아의 왕인 이아소스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아들을 선호하던 아버지에게 버림받아 산속에 버려집니다. 곰의 젖을 먹고 자라던 중 사냥꾼에게 발견돼 성장한 그녀는 아름다웠지만, 당시 여성들과는 달리 거친 사냥과 달리기를 좋아했습니다. 자라면서 그녀는 자신이 결혼하면 남편이 동물로 변할 것이라는 신의 계시를 듣고 그것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결혼하지 않고 영원히 독신으로 살겠다고 다짐합니다. 이곳저곳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결투에서 늘 승리하는 그녀에 대한 소문은 아버지의 귀에까
죽음이 눈앞에 와 손짓할 때면 그동안 자신이 살아왔던 흔적들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간다고 합니다. 그때를 상상해보면 ‘나는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라는 질문이 생길 것 같습니다. ‘과연 나는 나다운 나로 살았을까, 아니면 세상의 요구에 맞춰 나 없는 나로 살았던 것은 아닐까?’라고 말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좋은 글을 보내주는 「배연국의 행복편지」(2015.10.12.)에서 전한 화폐수집가의 말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그는 세상에 두 장밖에 남지 않은 지폐 중 한 장을 갖고 있었는데, 수소문 끝에 자기와 똑같은 화폐를 지닌 사람을 찾아
코로나19의 여파가 길어짐에 따라 고통이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힘들다’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어서 진정되기를 바랍니다.고통은 주로 ‘외부’에서 ‘나’에게로 옵니다. 그러나 더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그 고통을 곱씹어보면서 절망하는 것입니다. 즉, 고통의 부정적인 해석이 고통을 심화시키는 것이지요.「백 번째 원숭이를 움직인 생각」에 유전자 연구로 유명한 무라카미 카즈오 교수의 이론이 소개됐는데, 매우 흥미롭습니다.그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유전자에 담긴 능력의 몇 %밖에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
‘나다운 나는 어떤 모습일까?’ ‘나’는 ‘내가 보는 나’와 ‘남이 보는 나’로 구성됩니다. 사람에 따라 무게중심이 어느 한쪽에 다소 치우쳐 있습니다. 전자에 무게중심을 많이 두면 ‘이기적인 사람’이 되고, 후자에 무게중심을 두면 ‘줏대가 없는 사람’으로 평가받곤 합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이 두 개의 ‘나’를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살아갑니다.황상민 교수는 「한국인의 심리 코드」에서 이렇게 주장합니다. "남에게 멋진 보통사람의 정체성을 보여주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남의 시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타인이 보는 내 모습
아버지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깊은 대화를 나눈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별말씀 없이 그저 바라만 보셨습니다. 간혹 성적이 괜찮은 성적표를 보시고도 ‘애썼다’라는 한마디뿐이었고, 사춘기 때 반발심으로 시험을 거부해 반에서 꼴찌를 했을 때도 가만히 눈을 감고만 계셨습니다. 무관심한 아버지를 보며 ‘우리 아버지 맞아?’라는 생각까지도 들었습니다.어려웠던 시절, 십 남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그였습니다. 조용히 맡은 일에 충실했고 이웃과도 잘 지내던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아홉 번째인 제 밑으로는 남동생이고, 위로 두 명도 형이었으
아이가 친구와 싸우고 울고 있습니다. 그때 엄마가 다가와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 "많이 아프겠구나!"라고 말하자, 아이는 더 서럽게 웁니다. 그러나 아이는 곧 진정되고, 엄마에 대한 깊은 애정도 느끼게 됩니다. 이것을 ‘공감’이라고 합니다. 공감은 좌절감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놀라운 힘을 갖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행」이라는 책에 유명한 피아니스트인 파데레프스키의 일화가 나옵니다. 상류층 관객을 대상으로 연주 일정이 잡히자 연습에 매진했습니다. 드디어 공연 첫날입니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그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을
재수할 때였습니다. 새집을 짓기 위해 매입한 빈집에서 홀로 공부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아버지가 갓 태어난 셰퍼드 한 마리를 주시며 키워보라고 했습니다. 이름은 ‘아리아’였는데, 아주 똑똑한 녀석이었습니다. 저는 침대에서 자고, 녀석은 바닥에 놓인 종이상자 속에서 잤습니다. 한참을 지나 인기척이 느껴져 눈을 떠보면 어느새 녀석이 제 곁에서 새록새록 자고 있었습니다. 저렇게 작은 녀석이 올라오기에는 무척 높은 침대인데 어떻게 올라왔는지 궁금했습니다. 녀석은 종이상자를 입에 물고 와서는, 상자를 뒤집어놓고 그걸 계단 삼아 올라왔던 겁니
고3 때는 대학만 가면, 혼자일 때는 짝만 만나면 행복할 것 같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힘겨운 일은 늘 숨어있다가 때가 되면 불쑥 고개를 내밉니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아픔도 쌓여만 갑니다. 그것들은 고스란히 주름 속에 담깁니다. 그렇다고 주름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주름 속에 담긴 지혜야말로 상처와 슬픔이 준 선물일 테니까요. 그래도 살 만한 것은 아픔과 아픔 사이에 기쁜 일도 있기 때문입니다. 삶은 이렇게 기쁨과 아픔, 행복과 불행 사이를 오가며 영글어 갑니다. 삶이 기쁨과 아픔으로 이뤄져 있다면,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
‘외로워 외로워서 못 살겠어요~’로 시작되는 ‘사랑의 종말’이란 노랫말이 떠오릅니다. 사춘기 시절,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이 노래가 가슴을 설레게 했고, 누군가를 사귀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올라오곤 했었습니다. ‘외로움’은 누군가가 곁을 떠났을 때 느끼는 감정입니다. 사랑하던 사람이 이별을 통고했을 때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정치를 하고 은퇴한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그 자리에 있을 땐 사람들이 밀물처럼 밀려들더니만, 그 자리에서 떠나니까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게 보여." 한동안
가끔 내 마음을 나도 모를 때가 있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난 후에 그런 생각이 종종 듭니다. 그 사람은 가만히 있는데 내 마음은 요동칩니다. 그래서인지 「한국 알부자들의 7가지 습관」이란 책에는 이런 예를 들고 있습니다.가난뱅이가 술을 마시면 "저 사람, 술독에 돈을 쏟아붓는구먼"이라고 하고, 부자가 술을 마시면 "와, 저 사람은 풍류를 즐기는 법도 잘 아네"라고요. 가난뱅이가 허름한 주막에서 밥을 사 먹으면, "저 사람, 벌이도 없으면서 밥은 잘도 처먹는구먼"이라고 하고, 부자가 그곳에서 밥을 사 먹으면, "저 양반,
오늘은 ‘스승의날’입니다. 세월이 꽤 흐른 지금, 저를 가르쳐주신 몇 분의 선생님들이 떠오릅니다. 그때는 고마움도 몰랐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죄송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나마 죄를 덜 짓고 살 수 있었던 데에는 그분들의 헌신이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책에 미국의 어느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있었던 일을 전하고 있습니다.심한 화상을 입고 생사기로를 헤매는 10대 초반의 소년에게 처음 자원봉사자로 온 대학생이 있었습니다. 그는 소년의 기록을 보고 나이를 확인한 다음, 중2 과정의 영어 문법의 동사 변화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진정되고 있어 참으로 기쁩니다. 관계 당국의 노력과 의료진의 헌신,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의 땀방울과 국민의 자발적인 협조가 이룬 쾌거라 더더욱 자랑스럽습니다. 어쩌면 모처럼 우리의 태도와 성과가 세계적인 모델로 인식된 것 같아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몇 년 전에 출판된 황상민 교수가 쓴 「한국인의 심리 코드」라는 책에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낮다는 글이 있습니다. 책에 따르면, "지금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무척 행복하다’라고 답한 비율은 브라질이 57%인데 비해 우리는 7%에 불과했고, ‘다른 나라에
봄 내음이 점점 무르익어 가고 있습니다. 운동 삼아 동네 공원을 산책했습니다. 연초록 새싹들이 햇빛을 받아 찬란하기까지 합니다. 천천히 걷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듭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지난 세월을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 시절 제가 얼마나 교만했었는지가 떠올라 얼굴이 붉어집니다. 그때는 정의롭게 행동했다고 믿었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아니었습니다. 교만했던 겁니다. 비로소 지금에서야, 그때 저로 인해 상처받은 분들 모두에게 용서를 구합니다.교만은 나를 부풀려서 드러내는 겁니다. ‘왜 그렇게 나를 과장해서
자네, 당선을 축하하네. 입술이 바싹바싹 타고 발바닥에 물집이 생겨 걷기 힘들어하면서도 골목골목을 누빈 선거유세의 험난했던 여정이 이제는 영광스러운 추억이 되었구려.우리가 지난 시절 간간이 만나 소주잔 기울이며 시대의 아픔을 말하면서 하류 정치를 질타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 이제 그 정치의 얼룩진 현장에 자네가 섰네. 우리가 질타하던 그 사람들도 지금의 자네처럼 처음 입성했을 때는 맑은 정신을 갖고 있었을 걸세. 그러나 입성만 하면 그렇게 품격 있던 사람들이 왜 그리도 거친 언행이 나오는지 참으로 안타까웠네. 자네, TV에서
어느 유머책에 엄마가 아이에게 2천 원을 주면서 "천 원은 헌금이고, 천 원은 네 용돈이다"라고 하자, 아이는 양손에 천 원씩 쥐고 신나게 교회로 갔습니다. 그런데 차도를 건너다가 턱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오른손에 쥐었던 천 원이 하수구에 그만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아이는 일어서면서 울상을 지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저거 헌금할 돈인데 어떡하지?" 제가 저 아이라고 해도 아마 저렇게 생각했을 거예요. 맛있는 것을 사 먹고 싶었을 테니까요. 살면서 느끼는 것 중의 하나는, 사람들은 매일매일 선택하고 산다는 것입니다. 길이 하나밖에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의 ‘파도 위에서 춤추기’라는 글에서 눈이 멈췄습니다. "삶의 무대에서 몰아치는 파도와 만나면 누구나 주저앉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 파도가 나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갈 수도 있다. 두 손에 꼭 쥔 열정을 놓치지 않는다면, 열정으로 벅찬 가슴을 믿는다면, 그 무대는 온전히 나의 것이 될 것이다."꽤 오래전에 강수진 무용수의 발 사진이 회자된 적이 있습니다. 구부러지고 휘어진 발이었습니다. ‘강수진’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우아한 학처럼 하늘을 날던 그녀의 아름다운 발레만을 상상했지만, 그녀의 발에서 묻어나는 그
삶은 ‘죽어 있는’ 삶과 ‘살아 있는’ 삶으로 나뉩니다. 난국일수록 자신이 어떤 삶을 사는지 드러납니다. 「장자」에 따르면, 거대한 바닷새가 도성에 내려앉자, 왕은 그 새를 길조로 여기고 친히 영접한 뒤 묘당에 안치했습니다. 왕은 마치 소중한 보물처럼 바닷새를 대하며 연회까지 열어주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바닷새는 음악 소리 때문에 미칠 지경이었고, 사람들이 대접한 고기와 술을 입에도 대지 않더니, 결국 사흘을 못 넘기고 죽고 말았습니다. ‘죽어 있는’ 삶은 ‘갇힌’ 생각이 빚어내는 삶입니다. 사람이 좋아하는 취향을 새에게 강요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