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에 있어서 1930~1950년대를 클래식 할리우드 시기라 한다. 영화 속 세계는 대체적으로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으로 종결되는 이상적인 세상을 그렸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 ‘카사블랑카(1943)’, ‘로마의 휴일(1953)’, ‘벤허(1959)’ 등이 클래식 할리우드의 대표작이다. 이런 흐름은 1960년에 접어들면서 달라진다. 당시 주류 관객이던 청년들은 사치스럽고 호화로운 분위기로 점철된 낙관적인 영화를 원하지 않았다. 현실과는 무관한 낭만적인 고전 할리우드는 어느덧 아버지 세대의 영화가 됐다. 이는
‘멜로드라마’ 장르에 대한 대중의 생각은 남녀 간에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다루는 감상주의적 스토리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눈물샘을 자극하는 진부한 전개로 점철된 낡은 이야기라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멜로드라마는 한국 영화 시장의 주류 장르로서 큰 사랑을 받아왔다. ‘영자의 전성 시대’, ‘별들의 고향’, ‘미워도 다시 한 번’은 1960∼70년대를 대표하는 멜로영화의 고전이고, ‘8월의 크리스마스’, ‘접속’, ‘미술관 옆 동물원’ 등은 1990년대 멜로드라마 장르의 황금기를 이끈 작품으로 손꼽힌다. ‘하늘이 허락한 모든 것’,
모든 영화는 프레임에서 시작된다. 틀이나 뼈대를 의미하는 프레임(frame)은 영화 화면을 말한다. 영화의 시각적 요소는 프레임에서 구현되는데, 화면비는 그 자체만으로도 특징적인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 4:3의 아카데미 비율에서 출발한 화면비는 시대의 변화 속에 다양한 사이즈를 탄생시켰다. 최근 영화는 과거에 비해 확실히 가로가 넓어진 와이드스크린이 보편적이다. 와이드스크린은 탁 트인 시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반면 4:3 사이즈는 인물을 화면에 꽉 채워 대상에 집중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2013년 개봉한 폴
과거에 만든 영화를 새로운 감각으로 다시 제작하는 리메이크 영화는 오리지널의 명성과 대중성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흥행을 목적으로 추진되곤 한다. 2007년 미국영화연구소(AFI)에서 선정한 100대 영화에서 3위에 랭크된 ‘카사블랑카’는 올해로 개봉 80주년을 맞이한 고전 중의 고전이다.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오랜 시간 회자되는 이 작품은 다시 만들어질 법도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리메이크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원작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1944년 제1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각색
서스펜스 스릴러와 동의어로 인식되는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은 이름 자체가 해당 장르를 대변한다. 영화 역사상 최초의 스타 감독인 그는 상업적인 성공뿐만 아니라 영화의 형식적인 면에 있어서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탄탄하게 구축한 작가감독으로 평가받는다. 히치콕식 공포는 황량하고 황폐한 공간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번화가, 내 몸을 누일 안락하고 편안한 방과 같은 일상적인 장소에서 발생한다. 익숙한 공간을 일순간 혼돈과 두려움의 장소로 변화시키는 히치콕의 탁월한 솜씨는 언제 봐도 놀랍다. 히치콕은 이런 성취를 알마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지난해 말부터 계속되고 있다. 왜 전장연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지 그 소리를 진정성 있게 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오가는 가운데 최근에는 정치권으로도 옮겨붙어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그런 중에 지난 28일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청각장애인을 다룬 영화 ‘코다’가 작품상을 비롯해 3관왕을 수상하며 아카데미의 유리천장을 깼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코다’에서 아버지를 연기한 트로이 코처는 청각장애 배우로는 첫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화제가 됐다. 작품 제목인 코다(CODA)는 ‘C
원작 소설의 영화화는 각색을 통해 어떤 부분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춰 이야기를 진행시킬 것인지를 결정한다. 소설과 달리 영화는 대략 2시간 내외의 러닝타임 안에서 감정과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작이 유명할수록 이를 각색한 영화가 호평을 받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인 에어’는 무성영화 시절부터 꾸준히 영상화됐다. 2011년 개봉한 ‘제인 에어’는 무려 24번째 버전에 해당한다. 그만큼 원작이 대중에게 호소하는 매력이 높다는 방증일 것이다. 소설 「제인 에어」의 서사는 크게 ‘성장’과 ‘로맨스’로 나
색상은 영화의 미장센을 담당하는 주요 축이다. 영화의 분위기는 특정한 색상과 맞물려 그 깊이를 더한다. 하지만 컬러영화 등장 이전까지 모든 영화는 흑백이었다. 비록 다채로운 색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림자가 강조되는 강렬한 콘트라스트만으로도 흑백영화는 단호하고 강력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었다. 무채색으로 뒤덮인 고전 영화는 단조로워 보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시선이 분산되지 않아 영화 속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인물 표정의 미세한 변화, 작은 호흡 하나하나가 흑백영화에서 살아난다. 1943년작 ‘의혹의 그림자’는 서스펜스의
1930년대 프리츠 랑, 더글러스 서크, 막스 오퓔스, 빌리 와일더로 대표되는 유럽의 감독들은 전운을 피해 미국으로 향한다. 이들 덕분에 1940∼50년대 할리우드는 장르적으로나 스타일적으로 풍요로운 시기를 맞이한다. 오토 프레밍거 또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오스트리아 국적의 감독으로 미국으로 망명해 황금기 할리우드를 이끌었다. 할리우드 시스템과의 잦은 충돌로 인해 1950년대부터 독자적인 제작사를 설립해 영화 제작까지 겸한 오토 프레밍거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소재를 끄집어내 영상화하는 데 탁월했다. 이로 인해 당시에는 자
윌리엄 셰익스피어만큼이나 이 작가의 작품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무려 10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40억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린 인물. 오늘 소개하는 영화 ‘나일 강의 죽음’의 원작자 애거사 크리스티다. ‘추리 소설의 여왕’으로 불리는 크리스티 작품의 매력은 추리물이 주는 흥미로움과 함께 사실적인 설정과 우아한 해결 방식에 있다. 사건 발생은 기이한 모험이나 범죄자의 광기에서 비롯되기보다는 일상에 뿌리를 둔 평범한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독자를 안락의자에 앉혀 두고 용의선상에 오른 사람들
미국의 십대에게 유튜브보다 애용되는 앱이 있다. 16세 미만 청소년의 55% 이상이 가입했으며 누적 이용 306억 시간, 월 방문자 수 2억200만 명으로 집계된 ‘로블록스’다. 로블록스는 이용자가 직접 다양한 게임을 개발해 수익을 올리는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이다. 지난해 10월 페이스북의 CEO 저커버그는 자신의 회사가 메타버스 기업으로 인식되길 바란다며 회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할 만큼 메타버스는 화제의 키워드가 됐다. 메타버스(Metaverse)란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
지난 연말부터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한국 드라마의 전 세계적인 인기 행진이 계속된다. ‘오징어 게임’, ‘지옥’에 이어 지난달 29일 공개된 좀비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도 시작과 동시에 TV쇼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 또한 지난해 마지막 주 넷플릭스 영화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작품으로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최다 시청률 기록과 함께 디스토피아적 현실을 그렸다는 사실이다. 영화 ‘돈 룩 업’은 에베레스트 산 크기의 혜성이 지구에 돌진하는 위기상
"나는 누구인가", "내 꿈은 무엇인가", "나는 왜 사는가!"와 같은 실존적인 질문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순간이 있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무척이나 중요한 물음이지만 우리는 매번 그런 질문에 답을 하며 살아가지는 않는다. 청소년기엔 이런 질문에 많은 시간을 쏟고, 취업의 문턱에서 또 한 번 깊은 고뇌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지만, 어느 정도 결정된 이후에는 감내해야 하는 생계와 지켜야 할 가족을 위해 살아간다. 운이 좋게도 생계를 위한 밥벌이가 이상적인 꿈과 이어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체로 자신의 꿈과는 일정 부분 타
인턴은 원래 의대를 졸업한 수련의 1년 차를 지칭하는 명칭으로, 학교에서 배운 이론적인 부분을 실무에 적용하며 수련하는 의사를 말한다. 요즘은 기업의 정식 구성원이 되기에 앞서 현장에서 실무를 익히며 훈련받는 견습직원을 인턴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갓 졸업한 20대 청년들이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계약·고용된다. 수습기간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구직자들에겐 취업을 향한 주요 관문으로 자리잡았다. 2015년 개봉한 영화 ‘인턴’은 제목에 걸맞게 취업준비생이 수련 과정을 통해 회사에 적응하는
2022년 새해가 밝았다. ‘검은 호랑이의 해’인 임인년(壬寅年)은 강인한 인상을 주는 만큼 흑호처럼 용맹한 기운이 가득하길 바라 본다. 새해 첫 수요일에 소개하는 영화는 기분 좋은 기세를 나누는 작품으로 선택했다. 2020년 개봉한 호주 영화 ‘라라걸’이다. 이 작품은 호주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경기이자 위험한 스포츠로 손꼽히는 경마대회 ‘멜버른컵’에서 우승한 첫 여성 기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1861년 시작된 이래로 "국가를 멈추게 하는 경기(The race stopsthe nation)"라 불리는 이 대회에서 여성 기수의
여기 한 남성이 있다. 82세로 고령이지만 건강 상태는 양호하다. 내 손으로 간단한 장을 보고 차도 끓여 마실 만큼 거동에 무리가 없다. 오페라 아리아를 감상하는 취미를 즐기는 노인 안소니는 런던의 고급 아파트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내 집. 눈을 감고도 집안 곳곳을 충분히 그려 낼 수 있을 만큼 익숙한 이 공간의 인테리어가 교묘하게 달라졌다는 걸 파악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분명히 내 집이건만 사위라는 사람은 자신의 집이라 우기고 있다. 그런 황당한 소리를 들었을 때 안소니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2008년, 가장 권위 있는 대중음악 시상식인 그래미에서 5관왕을 차지한 여성 가수의 등장에 세상은 놀라워했다. 점잖은 가수에게 상을 수여하는 보수적인 그래미가 마약 전과로 미국 비자 발급에 문제가 있는 인물에게 상을 몰아줬기 때문이다. 이 가수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올해의 신인’, ‘여자 팝 보컬’, ‘팝 보컬 앨범’에 이르기까지 주요 부문을 휩쓸었다. 뒤늦게 비자를 발급받았지만 그래미에 참석하지 못해 영국 런던의 스튜디오에서 위성 생중계로 공연을 펼친 모습은 자신의 개성을 잘 표현한 무대로 평가받고 있다. 당
소설 「위대한 개츠비(1925)」와 「노인과 바다(1952)」는 스콧 피츠제럴드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대표작이다. 그렇다면 「낙원의 이편(1920)」과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1926)」는 누구의 작품일까? 이는 두 거장을 있게 한 장편 데뷔작이다. 위대한 두 작가의 대표작이 있기까지 그 가능성을 알아본 이가 있었으니, 스크리브너스 출판사의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다. 당시 명성 있는 작가의 저작을 출판하던 회사의 분위기는 퍼킨스가 발견한 일련의 신인 작가들로 인해 변한다. 퍼킨스는 여러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은 스콧 피츠제럴드의 「낙원
「올리버 트위스트(1837)」, 「크리스마스 캐럴(1843)」, 「위대한 유산(1860)」으로 유명한 찰스 디킨스는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사회 비평가이다. 디킨스의 작품은 시대상의 생생한 묘사와 생동감 있는 등장인물을 통해 당대의 악습을 고발한 사회 비평적 특징이 강하게 나타난다. 특히 가난한 사람에게 깊은 동정을 보내는 휴머니즘적 세계관은 자신이 겪은 빈곤과 비인간적인 노동력 착취의 경험에 기인한다.어려운 유년시절을 살아온 디킨스는 12세 때 학교 대신 공장에서 일해야 했다. 산업혁명으로 급속하게 자본주의가 발흥하던 19세기,
영화 포스터는 관객을 유혹하는 첫 번째 도구이자 영화의 첫인상과도 같다. 해당 영화가 어떤 분위기이며, 대표적인 볼거리는 무엇이고 누가 주인공을 맡았는지 등 영화를 선택하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이자 중요한 셀링 포인트는 모두 포스터에 집약돼 있다. 이처럼 중요한 포스터에 감독의 이름이 큼지막하게 프린트돼 있다면 그는 스타 감독임이 분명하다. 다른 어떤 영화적 요소보다 감독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해당 작품을 선택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위대한 서스펜스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그 주인공인다. 1972년 작 ‘프렌지(Frenz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