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추석 명절이 온다. 이때만 되면 누구나 늘 귀향길 걱정을 하곤 했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이번에는 좀 달라질 것 같다. 추석(秋夕)을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이란 의미다. 가을 달빛이 유난히 밝은 좋은 명절이라는 뜻이 담겨 있을 것이다. 추석을 가배, 가위, 한가위라고도 하고, 초추(初秋), 중추(中秋), 종추(終秋)로 가을을 나누면 추석이 중추에 해당하는 음력 8월 중간에 있으니 중추절(仲秋節)이라고도 불렀다. 중추가절(仲秋佳節)이 되면 이른 봄부터 열심히 땀 흘려 가꾼 곡식과 과일을 비로소 거두게 되니, 농경
어린 시절 내가 살던 마을에서는 오늘날과 같은 상수도라는 것이 없어서 가까운 우물에서 물을 길어와야 했다. 바닥이 얕고 물이 넉넉한 우물에서는 바가지로 물을 손쉽게 퍼낼 수 있었지만, 손이 닿지 않는 깊은 우물에서는 도르래에 매달린 두레박으로 힘겹게 물을 퍼 올려야 했다. 날씨가 좋은 계절에는 그나마 괜찮았으나 세상이 꽁꽁 얼어붙는 한겨울에는 물 길어 나르는 일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우리 집 마당에도 땅속에 있는 물을 끌어 올리는 장치, 그 당시에는 다들 ‘뽐뿌’라고 부르던 놀라운 기계 ‘펌프’ 가 설치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들이 늘어나면서 혼밥 맛집도 여러 곳에 생기고, 이들만을 위한 새로운 메뉴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혼밥하는 이유를 들어보면 ‘자유롭고 간편하기 때문’이라는 사람도 있고, ‘식사 때가 됐는데 같이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과 같이 먹는 게 편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사람도 있다. 요즈음엔 1인 가정이나 독신, 미혼이 늘어나면서 혼자 밥 먹는 것을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뿐더러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세계 곳곳에 코로나19가 마치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는 보도가 연일 나오고 있어 우리를 자꾸만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이미 1천300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60만 명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전 세계 일일 확진자 수가 20만 명을 웃돌고 있는 상황에서도 아직은 최악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연구진 발표를 인용한 보도에는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점
멀리 살아서 왕래하지 못하는 친척보다는 자주 얼굴을 보고 사는 이웃이 차라리 더 낫다는 ‘이웃사촌’이란 말이 있다. 우리 어릴 적에는 동네 사람들이 모두 이웃사촌이나 다름없었다. 이웃끼리 품앗이를 통해 농사일도 하고, 관혼상제(冠婚喪祭)를 치르는 등 거의 모든 일을 함께하며 살았다.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했고 누구나 할 것 없이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었지만, 이웃사촌들은 어김없이 슬픔이나 기쁨을 함께 나눴고,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도 행복했던 기억이 더 많다. 집집마다 대문은 늘 열려 있었고, 혹시 어느 집에서 기름 냄새라도 풍길라치면
얼마 전 미국 백인 경찰의 가혹한 폭력에 희생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장례식이 휴스턴의 한 교회에서 유족과 많은 조문객이 참석한 가운데 TV와 인터넷으로 생중계됐고, 전 세계 시민들이 지켜봤다. AP통신은 ‘조지 플로이드는 전 세계에 변화의 힘을 일으킨 ‘빅(Big) 플로이드가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현충일이라고 할 수 있는 메모리얼 데이에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목이 눌려 참혹하게 숨진 뒤로 정확히 보름 만이었다. 사건 현장을 지나던 사람이 찍어 공개한 동영상 속 플로이드 모습은 순식간에 미국 전역은 물론이고, 전 세계로 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던 지난달, 거동이 불편한 영국의 100세 노인이 코로나와 싸우는 의료진을 돕겠다고 나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2차 대전 참전용사 출신이기도 한 그 노인은 자신의 100세 생일을 기념해 왕복 25m 정도인 뒷마당을 100회 걷는 조건으로 1천 파운드(약 150만 원)를 모금하겠다고 약속했다. 몸이 불편한 100세 노인의 엉뚱한 계획에 자손들은 무엇보다 걱정과 우려가 더 컸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막상 100회를 걷는 동안 이 소식이 전국으로 전해지면서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목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 해 걸러 발표하는 ‘삶의 질 보고서(How’s Life?)’라는 것이 있다. 올해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가 10점 만점에 6.1점. 전번에 이어 이번에도 회원국 중 최하위권에 머물렀다고 한다. OECD는 삶의 만족도와 같은 항목을 포함해 소득과 자산, 주거, 건강, 안전, 일자리의 질, 사회적 관계, 시민참여 등 12개 주요 항목을 회원국별로 조사해 국민 의식이나 생활 수준 변화 정도를 격년으로 꾸준히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가 올해도 삶의 만족도에서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발
4·15 총선 승리를 향한 여야의 총력 선거전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여당은 전 세계 확진자 100만 명을 넘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비교적 잘하고 있다고 보고 ‘코로나 총선’으로 밀고 나가는 모습이고, 야당은 정부가 무능하고 실정을 했다며 정부 심판론을 주장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정당들의 후보자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모습들을 보면 ‘당선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는’ 것 같은 의구심마저 든다. 게다가 이번 선거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같은 새로운 선거법이 도입됨에 따라 거대정당을 중
"밤늦은 항구에서 그야말로 연락선 선창가에서, 돌아올 사람은 없을지라도 슬픈 뱃고동 소리 들어보렴,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가버린 세월이 서글퍼지는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보렴,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가수 최백호가 부른 대중가요 "낭만에 대하여’ 2절 가사 내용이다. 세월이 가고 나이가 들어가는 많은 이들은 아마도 이 노래를 들으면서 그동안 잊고 살았을 ‘낭만’이란 말을 가끔 떠올릴 것이다. ‘첫사랑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는 보도를 보면서 언제나 이 사태가 멈추게 될지 걱정이 크다. 방역 당국과 지자체들이 전력을 다해 확산 방지에 주력하고는 있다지만 국민들의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 집단감염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권장되고 외출도 잘 하지 않는 시민들의 일상이 예전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다른 곳과 달리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대구와 경북지역은 물론 지역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방역 공무원들과 의료진의 노고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소상공인을 비롯해 일용직과 임시직 노동자들의
지구의 파멸을 경고하는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 분침이 ‘자정 100초 전’으로 앞당겨졌다는 소식이다. 자정은 지구 파멸의 순간을 뜻한다. 미국의 핵 과학자회 ‘BAS’가 올해 ‘운명의 날 시계’ 분침을 ‘자정 2분 전’이었던 지난해보다 20초나 앞당겨서 ‘23시 58분 20초’로 조정했다고 공개했다. 동서 냉전 시대가 끝난 직후에 분침이 자정 17분 전으로 잠시 미뤄지기도 했으나 올해는 1947년 시계가 처음 등장 이후 처음으로 자정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 것이다. 레이첼 브론슨 (Rachel Bronson)
끝없는 초원과 사막, 그리고 칭기즈칸의 나라 몽골에는 ‘물이 없는 곳’이라는 의미를 지녔다는 고비사막이 있다. 고비사막은 한반도 전체 면적의 6배나 되는 엄청난 사막인데 봄은 춥고 건조하며, 여름은 섭씨 45도, 겨울은 영하 40도를 오르내려 작은 식물조차 잘 자라기 어려운 황량한 땅이다. 언뜻 생각하기에도 사람들이 살 것 같지 않은 갈색의 메마른 땅에서도 목초지를 찾아 이동하면서 양이나 염소, 쌍봉낙타 등을 기르면서 유목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어느 것 하나 얻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 고비사막의 유목민들은 과
경자년 설날 아침, 매년 비슷한 경험을 하곤 하지만 역시 올해도 어김없이 떡국 한 그릇과 전(煎)을 비롯한 몇 가지 음식을 더하여 설날 아침을 보냈다.오랜 관습 탓인지 설 떡국을 한 그릇 먹고 나서야 비로소 ‘한 살 또 먹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들이고 새로 사 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어려서 즐겨 불렀던 동요를 마음속으로 불러보며 잠깐 추억 속에 잠겨보기도 했다. 살림이 넉넉하지 못하던 옛날 그 시절 음력 정월 초하루 설날은 아이들에게는 최고로
겨울방학.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기간이지만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는 부모로서는 난감하기도 한 겨울방학이 시작됐다. 집안에서만 북새 놀다가도 문득 지루해 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무언가 즐길 거리를 찾아야 하는데 그것이 딱히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침 서울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겨울방학맞이 행사와 축제를 다양하게 마련해 놓고 있어서 부모들의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있다. 그간 유난히 포근한 날씨 탓에 어려움을 겪던 곳에도 드디어 매서워진 강추위에 강물이 두껍게 꽁꽁 얼어붙었고, 아름다운 은빛 설원이 펼쳐진 탓에 눈꽃축제가 열리는
날씨 탓인지 요즈음 우울할 때가 가끔 있다. ‘혹시 우울증인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매일 그렇지는 않으니 괜한 걱정을 한다. 마음의 감기라고 부르는 우울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참 많은 모양이다. 한 조사 자료에 의하면 성인 10명 중 1명 정도가 평생 한 번 이상의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장애를 겪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어느 것 하나 잘 풀리는 것 같지 않은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보면 정말 우울증이라도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주변에서 "나 우울증 생겼나 봐." 농담처럼 하는 말을
몸길이 40㎝ 정도의 작은 것에서 120㎝ 큰 것까지 여러 종류가 있다. 지느러미처럼 생긴 날개가 있지만 날지는 못한다. 깃털은 짧고 촘촘하며 몸 전체를 덮고 있고, 꼬리와 다리는 매우 짧으나 사람처럼 곧게 서서 걷는다. 몸 색깔은 등 쪽이 검은색이고 배 쪽은 흰색이다.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있어 헤엄을 치며, 지느러미 모양의 날개로 잠수해 플랑크톤, 어류와 오징어류를 잡아먹는다. 무리를 지어 남극대륙과 그 연안에 주로 서식하며, 오스트레일리아 남부와 뉴질랜드 섬들, 페루와 칠레의 연안에서도 산다. 이미 짐작한 대로 추운 극지방에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도 등장하지 않는 이날을 나 역시 며칠 지나서 기사를 보고서야 알게 됐다. 아동학대 예방의 날? 50여 가지나 되는 여러 기념일이 있지만 참 별난 날도 다 있다는 생각으로 기사를 찾아보니 2000년 11월 19일 여성과 아동을 위한 비정부 국제기구인 ‘WWSF(여성 세계정상기금)’가 전 세계에 아동학대 문제를 부각하고, 예방 프로그램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처음으로 제정했다고 한다. 세계 각국의 정부와 시민단체는 매년 아동학대 예방의 날 전후로 아동학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하게 되는 작은 풀꽃들을 살펴본 일이 있는가? 흔히 볼 수 있는 꽃이 분명하지만 그저 이름 모를 들꽃 정도로 사소하게 여겨 버리고 만다. 비록 그것들은 작은 풀꽃에 지니지 않으나 솜다리, 꽃다지, 바람꽃 등등 모두가 예쁘고 소박한 이름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인식하지 않는다. 물론 볕이 잘 드는 곳의 꽃과 그늘의 꽃은 같은 종이라도 색깔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도 잘 모른다. 따뜻한 봄이 오면 산과 들, 그리고 아직은 가지가 앙상한 나무 밑까지 작고 아름다운 꽃들이 옹기종기 혹은 흐드러지게 피어나서 온 세상이
가수의 공연장이나 운동경기장에서 열정적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는 한국인의 떼창 문화는 이미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떼창(singalong)’이란 말은 우리에게는 그리 익숙하지 않은 말이다.사전에서 찾아보면 ‘큰 무리가 같은 노래를 동시에 부르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행동을 같이하는 무리를 뜻하는 ‘떼’와 노래하는 것을 의미하는 한자 ‘창(唱)’의 합성어(合成語)이기도 하다. 수년 전 이미 월드 스타로 이름을 올린 가수 싸이의 광장 콘서트에서 수만 관중이 ‘강남 스타일’을 함께 따라 부르며 말춤을 추던 놀라운 광경을 기억하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