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삶은 수많은 선택과 가지 않은 길로 이뤄진다. 세상에 존재하는 나는 하나이기 때문에 선택의 순간에 이르면 결국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이는 자연스레 다른 가능성을 포기해야 함을 뜻한다. 그런데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바로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한 내가 또 다른 우주에 존재한다는 다중우주 세계로 전개한다.2022년에 개봉해 관객의 열렬한 지지와 호응을 끌어낸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각본상·감독상·여우주연상을 비롯해 주요 7개 부문을 석권했을 뿐
조선의 다빈치로 불린 인물이 있다. 과학기술, 공학, 행정, 법, 국방, 의학 등의 학문에 두루 능했던 조선 후기 대표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다. 배다리를 준공하고 수원화성을 설계한 기술자로 정조의 눈에 들었지만 순조 1년인 1801년 신유박해와 황사영 백서 사건에 연루돼 18년이라는 오랜 시간 귀양살이를 하기도 했다. 당시 정약용은 서양 학문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것을 계기로 천주교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유교의 가르침과는 여러모로 반대되는 점이 많았던 서학을 조선의 지배층은 용인하지 못했다. 정약용은 두 명의 형님과 함께 고초를 겪
광활한 우주, 기괴한 모습의 외계인, 반짝이는 최첨단 미래 도시는 SF 영화의 전형적인 이미지다. 화려한 시각적 스펙터클은 SF를 보는 맛을 선사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2022년에 개봉한 영화 ‘애프터 양’은 ‘미래답다’ 혹은 ‘SF답다’고 느껴지는 이미지의 작품은 아니다. 그곳은 절제된 흰색이 아닌 풀, 흙, 나무, 물, 하늘과 같이 자연을 닮은 포근한 색채로 가득하다. 의상도 신체 실루엣을 그대로 드러내는 미끈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아닌, 몸을 편안하게 덮어 주는 넉넉한 품의 아시안 스타일로 채워졌다.다만 완전한 자율주행 시
굳게 마음을 정하는 것을 ‘결심’이라 한다. 대표적인 3대 결심으로 금연, 다이어트, 운동이 있다. 건강을 위해 금연을 결심하고, 헬스장에 등록하고, 식이요법으로 체중 조절에 도전하지만, 돌아보면 제자리걸음인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는 실패 앞에서 시도는 해 봤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며 다음을 기약한다.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열망이 클수록 차돌 같은 작심삼일의 벽을 넘기가 어렵다. 그래서인지 결심이란 말로 결심이란 걸 할 때 우리는 실패를 일정 부분 예감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음, 또 다음 기회에 관대한 건 아닐까? 이처럼 쉽지
시네필(Cinephile)에게 신기루처럼 잡히지 않는 책이 있다. 분명 필독서로 꼽히지만 찾기 힘든 책. 구매를 원하는 독자는 여전히 많으나 오래전에 절판돼 중고 도서조차 구하지 못하는 책. 대학 도서관에 가야 운 좋게 만나는 전설의 책. 바로 「히치콕과의 대화」이다. 서스펜스의 거장 히치콕 감독의 영화 철학과 연출론을 비롯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촬영 당시 에피소드를 흥미롭게 담아낸 이 책은 대담 형식으로 구성됐다. 책은 20대 초반의 히치콕 감독이 런던에서 무성영화 삽화디자이너로 영화계에 첫발을 디딘 날부터 40여 년간의 필모그래피
겉으로 보기엔 비슷하지만 본질은 아주 다른 가짜를 뜻하는 단어 ‘사이비(似而非)’는 중국의 사상가 공자가 말해 널리 알려진 단어다. 사이비에 대해 맹자는 "비난하려 해도 비난할 것이 없고, 공격하려 해도 공격할 구실이 없다. 시대 흐름에 합류해 더러운 세상과 호흡을 같이 하지만 그의 태도는 충실하고 신의가 있어 보이고, 행동 또한 청렴 결백한 듯하다"고 했다. 지금 들어도 사이비에 대한 묘사가 탁월하다. 사이비에게 그럴듯함은 생명이다. 게다가 그들은 더없이 친절하고 따뜻하게 타깃에 접근한다. 그 모든 거짓된 말과 행동은 사기 행각을
‘죠스’, ‘E.T’, ‘인디아나 존스’, ‘쥬라기 공원’,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개봉 당시 관객·평단의 호평과 함께 높은 흥행 기록을 세운 작품이다. 이는 모두 스티븐 스필버그의 연출작이기도 하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명감독이자 흥행과 비평에서 높은 평가를 두루 받는 그는 세계가 인정하는 믿고 보는 감독이다. 그 중에서도 2001년 개봉한 ‘A.I’는 스필버그의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진지하게 건넨다.먼 미래,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많은 국
영화 관람은 관객을 특별한 여정으로 이끈다. 그것은 바로 영화가 창조한 특별한 시공간으로의 초대다. 2015년 개봉한 영화 ‘레버넌트’는 19세기 초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거친 세계를 고스란히 체험케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보는 이를 생생한 액션의 현장 한가운데로 데려다 놓는 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즈키의 카메라가 있다. 광활한 대자연 속에서 극한의 생존 사투를 벌이는 한 남성의 이야기, 영화 ‘레버넌트’를 만나 보자. 민간인 모피 사냥꾼 휴 글래스는 아들 호크와 함께 헨리 대위가 이끄는 미군 소속의 준군사 조직에
SF영화의 단골 소재인 외계인을 그린 작품의 상당수는 외계 생명체와의 전쟁을 다룬다. 미지의 존재가 지구에 나타나 인류와 대립하고 이에 맞서 싸우는 지구인의 이야기는 SF적 외피를 입은 액션영화다. 한편, 2016년 개봉한 영화 ‘컨택트’는 외계 생명체와 인간의 만남을 대립을 기반으로 한 역동적인 액션에 두는 대신 우아한 움직임과 철학적 깨달음으로 대체했다. 1988년 장편 데뷔작이 칸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돼 일찌감치 가능성을 인정받은 드니 빌뇌브 감독의 ‘컨택트’는 현재까지 그의 필모그래피 중 정점을 보여 줬다는 평
영화 ‘록키’는 1편의 큰 성공에 힘입어 무려 14년에 걸쳐 5탄까지 제작된 작품이다. 그러나 2편 이후 평단과 관객의 평가는 냉담했고, 1990년 5편을 끝으로 더 이상 ‘록키 시리즈’는 제작되지 않았다. 누구도 찾지 않던 그 영화는 5편 이후 16년 만에, 1편 이후 무려 30년 만인 2006년 ‘록키 발보아’란 이름으로 다시 관객과 만났다. 서른 살의 팽팽한 패기와 젊음이 한참 사라진 환갑이 된 록키가 링 위에 서는 모습을 누가 보고 싶어 할까! 연로한 전직 챔피언이 비참하게 두들겨 맞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가슴 아픈 일이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은 지난해를 강타한 말이다. 이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12년 만에 16강 진출을 확정 짓는 순간, 선수들이 흔드는 태극기에 적힌 문구로 널리 알려졌다. 포르투갈을 상대로 2-1 역전승을 이끌어 낸 태극전사들의 투혼과 맞물리면서 이 글귀는 더욱 진한 감동을 줬다. 오늘 소개하는 1976년작 영화 ‘록키’도 꺾이지 않는 마음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배우 실베스터 스텔론을 한순간에 스타로 만든 이 작품은 우연히 찾아온 행운이 아니었다. 스텔론은 1970년대 할리우드가 선호하는 이미지와 거리가 멀어
직장인에게 가장 힘든 요일은 단연코 월요일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유독 월요일에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호소한다. 오죽하면 월요병이란 말까지 생겼을까!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는 제목만 보면 직장인에게 희소식 같은 타이틀이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은 이런 추측과는 거리가 멀다. 세계 인구가 100억 명을 넘어서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SF영화다. 2022년 세계 인구는 80억 명을 넘었다. ‘UN 인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80년에 100억 명을 넘어선 인류는 2100년까지 이 수준을 유지하리라 예측됐다. 1800년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의 공통점은 픽션보다 더 영화적인,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2017년 개봉한 영화 ‘달링’은 갑작스레 사지마비가 온 로빈 캐번디시의 일생을 그린 작품으로,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그는 우려를 깨고 인공호흡기를 달고 가장 오래 생존한 척추성 소아마비 환자로 기록됐다. 로빈이 오랜 기간 생존할 수 있었던 근원에는 사랑과 헌신이 있었다. 영화 ‘달링’을 통해 기적 같은 이야기를 만나 보자.1957년, 홍차 등 차 중계업을 하는 젊은 사업가 로빈은 아름다운 아내 다이아나와 케냐에서 살고 있었다. 스
2022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한 영화 ‘탄생’은 김대건 신부님의 일대기를 그린 전기영화로 세례를 받은 날부터 젊은 나이에 순교하기까지 10년간의 삶을 조명한다. 천주교 박해가 날로 심해지던 1844년, 청년 김대건 부제(사제 후보자)는 마카오에서 필리핀으로, 상하이에서 만주로 이동하며 혈혈단신으로 조선 입국을 계획하고 실행한다. 조선의 첫 사제로 신앙의 구심점이 되고자 한 젊은이의 고단하지만 거룩한 여정은 그러나 25세의 꽃다운 나이에 한강 새남터에서 순교로 마무리된다. 비록 신부님의 생은 짧았지만 청년 김대건이 신부로 성장하는
MZ세대 신조어 중 ‘자만추’와 ‘인만추’가 있다. 자만추란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의 줄임말이다. 즉, 미팅이나 소개팅 따위 연애를 위한 인위적 만남이 아니라 친구나 지인으로 시작해 자연스레 연인 관계로 발전하는 방식을 지향할 때 쓰는 말이다. 반면 인만추는 ‘인위적인 만남 추구’의 준말로 소개팅과 미팅을 지향하는 개념이다. 또 다른 버전으로는 운명적인 만남을 추구한다는 ‘운만추’가 있다. 1993년 개봉한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신조어에 빗대자면 ‘운만추’라 하겠다. 어느 날 느닷없이, 운명처럼 다가온 사랑 이야기
해 질 녘을 뜻하는 영단어 ‘Twilight’는 ‘불가사의한’, ‘비밀스러운’이라는 뜻도 내포한다. 이는 땅거미가 지는 황혼이 뿜어내는 신비로운 분위기에 기인한다. 프랑스에서 황혼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 표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낮과 밤이 교차하는 해 질 녘의 푸른 빛과 붉은 빛으로 인해 저 멀리 보이는 실루엣이 개인지 늑대인지 분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08년 개봉한 영화 ‘트와일라잇’은 어둠이 시작되는 황혼 무렵에 피어나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뱀파이어와 인간 소녀의 사랑을 그린 이 영화는 ‘트와일라잇
"절대로 하지 말라!"고 하면 없던 관심도 생기곤 한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판도라처럼 말이다. 판도라는 항아리를 볼 때마다 고민에 빠졌다. 왜냐하면 제우스가 "절대로 열어 보지 말라!"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기심을 참지 못한 판도라는 결국 항아리를 열어 버렸다. 그 속에는 죽음, 증오, 질투, 복수, 원한, 고통, 절망, 가난, 질병 등 인간에게 유해한 것들이 가득 차 있었다. 깜짝 놀란 판도라는 뒤늦게 뚜껑을 닫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한번 쏟은 불행은 되돌릴 수 없었다. 그때 미쳐 나오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그 사람의 본성이 드러난다고 한다. 영화 ‘더 포스트’(2017)는 신문사 발행인 앞에 놓인 시급한 딜레마를 다룬 작품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1971년 6월 18일 금요일 자정 언론의 사명과 회사 존폐 여부 앞에서 한 여성이 고민한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결과에 대한 거센 후폭풍은 예견된 상황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여성은 그간 오너로서 정당한 대우와 평가를 받지 못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과연 그녀 앞에 놓인 난제는 무엇이며 어떤 결단을 내릴까? 아버지와 남편이 차례로 사망하면서 워싱턴포스트의 발행인
단 한 번도 상처받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당연히 없을 것이다. 중요한 건 결국 상처 입은 마음의 회복 여부에 있다. 아픔을 겪고 치유하고 회복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한 자아로 나아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덮어 두거나 혹은 상처를 부여잡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회복하지 못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세상과 벽을 쌓게 된다. 또다시 상처받지 않기 위한 자기방어기제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영화 ‘굿 윌 헌팅’의 주인공 윌 헌팅의 20평생은 자신이 받은 상처를 세상에 되갚는 형태의 반복이었다. 작은 시비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
‘황금의 화가’라 불리는 구스타프 클림트는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국민 화가다. 그의 대표작은 단연 ‘Kiss(1908)’다. 포근하게 여성을 감싸 안은 남성과 그 목덜미를 힘껏 끌어안은 여성. 남성은 여성의 뺨에 가볍게 입술을 대고, 여성은 두 눈을 감고 감각에 집중한다. 발밑에 깔린 수백 송이의 꽃은 이들의 사랑을 축복하는 듯하지만 절벽 끝에 선 모습은 위태로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의상은 하나의 황금빛으로 합쳐져 있다. 실제 금을 활용한 화려한 색채와 몽환적이고 관능적인 분위기로 시선을 사로잡는 클림트의 또 다른